성문을 벗어나는 순간, 제니아는 무언가 울컥 치솟는 것을 느꼈다.
감정, 감정이다. 그토록 오랫동안 외면하고, 버려오고, 느끼지 않으려 일체 부정했던 감정들. 이제는 조금이나마 그것을 받아들일수 있었다. 밤의 어둠에서도 백옥같은 피부는 어둠에 물들지 않고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수천 수만의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눈동자를 뒤덮고 있던 차가운 얼음의 막이 깨어지는 유릿장처럼 부스러졌다. 반짝이는 눈물 한방울이 바람에 휘날렸다. 까마득히 먼 여명의 하늘에서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채 천람빛 크리스탈 조각의 빛을 흩뿌려오는 헤아릴수 없이 많은 별이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볼 수 없는 심홍빛 장미와 함께 미려히 어우러지며 평온함 아닌 평온함을 선사해오고 있었다.
"장미꽃의 화원... 돌아갈수 있다면 좋으련만......"
마음속에서만 맴돌은 말은 형상화되지 않았다. 은빛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을 향해 목청껏 소리치고픈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진심으로 피어날수 있는 미소, 그것을 느낄 날은 그녀만의 여정이 끝난 날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미치도록 갑갑했던 3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마음 한구석에 화사한 빛을 선사해오고 있었다. 마음속 눈보라만이 몰아치는 얼음 위로 은빛 빛살 한줄기가 깃들었다. 아주 잠시뿐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것만 같은 별과 달. 청초한 광채가 기나긴 밤의 어둠을 넘어 펼쳐져왔다.
밤 하늘을 수놓던 빛가루들이 구름에 묻혀져 가는것이 보였다. 20살도 채 되지 않은 이들, 그리고 두마리의 말이 어둠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자수정빛 머리카락과 불꽃빛 머리카락이 파도치는 물결처럼 휘날리고 검은 망토와 로브자락이 같은 색조의 공기를 타고 물결쳤다. 사방은 고요하고 나뭇잎이 몸을 떠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구름에 가려 별도 보이지 않게 되어가는 한 늦여름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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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비춰오는는 빛, 달빛은 차갑다.
밤을 비추는 빛, 달빛은 따스하다.
달빛 아래 흐르는 과거의 강을 딛고
시간과 공간의 교차를 지나는 이들.
헤어나올수 없는 맹렬한 복수의 업화에서 시작되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
서글프고도 아름다운 이들의 이야기.
Dark, Delicate, Destiny, Destination... Finally approach the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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