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글을 2만자~3만자가량 날린 일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읽고 뭐 이딴 게 다있냐고 하면서 날려버린 글이죠.
쓴 시간으로 하자면 약 12시간 정도 되려나......하지만 쓰는 순간에도 다시 읽고 검토하는 순간에도 느꼈던 거지만 정말 못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의 거울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그 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뭘 하면서 쓰고 있었으며, 그 때가 언제였고 어디서 글을 썼냐는 것 까지.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스쳐가듯이 지나갔습니다.
그 속에서 전 보았습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억지로, 하다 못해 분량 뽑아내고 싶어서 쓴 글이라는 걸.
분명 몇 번이고 망설였습니다. 쓰면서도 몇 번이나 생각했죠.
'이건 뭔가 아닌데', '다시 써야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 때마다 속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썼으니까 관두자'
'시간 아까워. 어차피 봐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망설임이 들 때면 저에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일단 완결부터 짓고 보자.
그런 생각을 갖고 무작정 타자만 두드리다 매일 잠이 들었습니다.
학기말이 되어서 학교에는 더 이상 수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시간은 영화를 보는 걸로 대체되었습니다. 거의 하루에 두 편 씩 보는 꼴로 영화를 보았죠.
그리고 학교 마지막 날, 제가 본 마지막 영화의 이름이 '3 idiots'라는 인도영화였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영화를 보다가, 발단 부분에서 나온 엄청나게 웃긴 개그 때문에 저도 모르게 집중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은 할 숙제도 엄청 많았는데 팽겨칠 정도였죠.
(글이 대단히 많이 길어질 것 같으니 줄거리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보던 영화에서, 전 엄청난 충격을 먹었습니다.
주인공이 말한 대사 중, '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냐'라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감추고 대학교에서 좋은 직업만 얻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친구를 타이르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그 말이 왠지 저를 후벼파는 기분이었습니다.
난 정말 내가 쓰고픈 글을 쓰고 있는 걸까.
그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가 제가 찜찜해하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내가 쓰고픈 글이 아니구나, 하고.
당연히 전 망설임 없이 글을 휴지통에 던져넣었습니다.
전 자신에게 가식의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부정했던 생각들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진실된 마음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전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즐거워하고, 작은 감동이나 따스함이라도 가지고 갔으면 하고 글을 써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쓰기 시작한 게 제 두 번째 글 '에스티아'입니다.
그런데 이게 뭘까요.
다시 읽어보니 이건 소설이 아니라 그냥 언어 영역 지문에 나오는 설명문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며 담고자 했던 저의 두근거림과 소망은 어디에도 없고, 소설도 아니고 설명문도 아닌 그런 기계적인 글이 제 게시판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제가 한심해서 웃음밖에 안나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보다 특별한 어떤 것을 쓰고 싶었으면서, 처음 글을 쓰는 초보자분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런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독자라도 이런 글은 읽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제 글은 분명 인기 없습니다. 그래도 전 생각했습니다. 제가 후회할 만한 글은 쓰지 말자고. 인기는 없어도 제 갈 길은 구분하고 똑바로 나아가자고. 그러면 언젠가는 저도 인정받을 거라고.
지금에서야 가슴 어딘가에 쳐박아뒀던 그 결심이 떠올랐습니다.
뭣도 모르던-지금도 별로 아는 건 없다만- 2년 전 글을 처음 쓸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 마음.
다시 한 번 그 때로 돌아가 그 마음을 주워서 다시 키보드를 잡아봤습니다.
여전히 슬럼프를 완전히 벗어던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며칠 전보다는 나은 글이 나왔습니다.
속도는 느리더라도 이런 생각으로 에스티아를 끝내줘야겠다고 스스로 다시 다짐했습니다.
나 스스로를 더 이상 속이지 말고 진심을 담은 글을 쓰자.
다시 흔들릴 날이 분명 오겠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그렇게 다짐해보렵니다.
이번 달에 완결까지 스퍼트하는 위의 그 소설입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150
로맨스 퓨전판타지 에스티아.
운명을 거스르며 나아가는 두 남녀의 마지막 싸움을 그린 이야기.
재밌다고는 약속 못드리지만.....으음 =,=;;;
부족한 실력이나마 정성껏 써본 글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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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긴 한데 홍보 같지 않은 글입니다.
원래는 한담으로 하려고 했던 글이지만, 제 글 이름이 들어가서 관두고 변형시킨 글이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
조회수고 뭐고 다 포기한 소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분이라도 더 오셨으면 하는 마음과,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글을 선물합니다.
(여러가지로 어지러운 글이긴 하지만요 ^^;)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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