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9월 중반쯤이었습니다.
고향에 있으면서 7월에 봤던 시험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죠.
이때는 아무런 구상도 없었습니다. 그저 나도 글이나 한 번 써볼까하는 마음에서 조금씩 끄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무협을 즐겨보는 편이지만 지식이 부족해 무협을 쓰기는 그렇고 그나마 판타지가 쉽게 쓰일것 같아 대충 주인공을 이계에 진입시키는 글을 쓰게 된 것이죠.
9월 말에 시험 결과가 발표됐는데, 아쉽게도 낙방했습니다.
그럭저럭 마음을 쉽게 추스리는 편이라 크게 낙심은 안했습니다만 그래도 심란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었죠.
깝깝한 마음에 그동안 끄적거렸던 글을 계속 써가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다가 예전에 문피아에 며칠 들렀던 기억이 나서 그냥 한 번 올려 봤습니다.
사실 올해 초에 문피아에 일주일 정도 들락거렸었죠. A4용지 3장분량정도의 글을 끄적거려 올려보기도 했었는데, 반응이 시원찮아서 금방 때려치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겠거니 하고 별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더군요. 쪽지로 이런저런 조언까지 해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조회수도 꾸준히 늘어가고 볼만하다고 덧글도 달아주시니 낙방으로 인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먹구름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조회수 올라가는 것을 보니 하루하루가 즐거웠죠.
글쓰는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스무날이 지났습니다.
별 구상도 없이 그저 심심풀이로 쓰던 글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루동안 구상하고 그걸 부랴부랴 글로 옮기고.
처음엔 즐겁기만했던 글쓰기가 이제와서는 되려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준비없이 쓰기 시작한글이라 이제는 글 곳곳에서 파탄이 드러나고 억지로 감추려고 애를 써보지만 날카로운 독자의 눈은 피할 수가 없지요.
연재양이나 속도를 조금 줄여보고도 싶지만, 처음 해 놓은 말이 있어 그러기도 쉽지 않고.
읽어주신는 분들이 늘어갈수록 그분들의 기대에 못미칠까 매일같이 전전긍긍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즐겁자고 쓰기 시작한 글이 어째서 이리 되었을까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른 분들의 이목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편할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글이라는게 나에게서 나온것이고 내 자식과 다를 바 없는 것인지라 잘보이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수가 없네요.
이 일을 어찌해야 될까요. 갑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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