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판타지나 무협에는 사람이 죽어나갑니다. 검에 생명과 이상을 걸고 한 줄기 피를 눈물에 담아 사는 무인들의 대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나 귀족들이 평민을 착취하고(아닌 것도 있지만)기사들이 서로의 눈물을 원하고 검을 겨누며 진리를 쫒는 자들이 서로의 진리를 견주며 마법을 날리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개연성이 없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소설들에서 생명이 너무나도 가볍게 다뤄진다는 것입니다.
장르소설을 보면 주인공 성격 중에 하나가 냉혹한 성격. 즉, 자신에게 덤비는 자는 절대 살려주지 않는 캐릭터를 많이 보게 봅니다. 캐릭터야 자신이 설정하는 거지만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너무나도 말도 안됩니다. 자신에게 덤비는 자는 살려주지 않는다니요? 물론 현대에도 정당방위라는 게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경우입니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 자신을 방어했을 때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그렇지 않고 조폭 10명이뒤에 부하로서 있는 상태에 술에 취한 취객이 시비걸다 커터칼을 들었다고 죽이면 적어도 무죄는 아닙니다. 비유가 좀 이상한 것 같으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인공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 약해빠진 이들까지도 덤비면 죽여버리는 것입니다. 만약 작가님들이 정말로 이계로 이동했다면, 힘을 얻고 사람을 죽인다면 그렇게 냉정하게, 죽어야 될 사람과 살려야 될 사람을 구분할 수있을지 모르겠군요.
죽어야 될 사람은 없습니다. 이건 제 생각일 뿐이지만 살인마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강호순 씨라 해도 치료해주고 사랑을 알게 하면 힘들긴 해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입니다. 사실 사람인 이상 오로지악만으로 이루어진 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소중한 사람 한 둘 쯤은 있고 한 줄기 선은 있기 마련입니다. 설사 없다고 하더라도 악인이라 하더라도 생명은 소중하고 그 악인은 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런데 주인공들은 악인이라고 해서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으로 다 참살을 해버립니다. 그들이라 해서 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들이라 해서 오로지 악한 일만 저질렀겠습니까? 주인공이 한일 중에는 오로지 선한 일만 있습니까? 악한 이라고 하면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만으로 죽여도 됩니까? 적어도 사람을 죽이는 소설을 쓰려면 생명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아니라면 적어도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죽어야 되는 생명이 있는지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찰을 해보고 소설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소설 속에는 죽어야 될 생명은 없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사상을 가지고 어쩔 수 없이 싸우고 최대한 상대의 생명을 존중해주죠. 화끈하게 대리만족하는 것도 좋지만 대리만족이라 하더라도 생명을 죽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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