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삽화란의 거두로서 여유자적하며 한중진미(閑中眞美)를 만끽하던 제게, 어느날 쪽지가 왔습니다.
한때 얌헤테라는 변태같은 닉네임을 고수하셨던 열혈작가 EXILE님의 타이틀 의뢰였습니다. 아마도 난 안 될꺼야-! 라고 울부짖던 불쌍한 작가에게 한 줄기 빛을 내려주자! 라는 곱고 자비로운 마음에 전 타이틀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타이틀 제작에 도움이 될까 해서 작가님께 주인공의 생김새를 묘사해달라고 했습니다.
『 신장은 190 몸무게 120 정도
우락부락한 마초맨 스타일
머리카락은 붉은 산발로 거친 스타일 불꽃처럼
눈매는 매우 더러웠으면 좋겠음
입에는 한 가득 썩소가 내비치며 송곳니가 살짜쿵 돌출되면 굿
악력이 강조되는 자세였으면 좋겠심
차림새는 일반적인 모험가 스타일로 상체가 노출되었으면 좋겠음 온통 스크래치가 좔좔 』
라며 주인공을 묘사하시더군요.
증거자료↓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신장(神將)과도 같은 기세를 뽐내며 악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타이틀의 우측에 안치시킨 뒤, 아아, 불의 신 헤레스의 성화(聖火)를 인세에 현신시켜 제목의 형상으로 만든 뒤 그 밑에 작가의 이름인 EXILE을 새겨넣고 저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역대 타이틀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작품으로서 원래 저는 牙라던지 夏惡이라는 서명을 작품 귀퉁이에 새겨넣었는데, 이번엔 기력이 쇠진하야 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역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아래의
타이틀입니다.
그렇게 만들어 바쳤더니 작가님께선 다른 분이 또 만들어주기로 했다면서 고맙긴 한데 그냥 간직만 하고 있겠다고 하셨다가 제가 계속 징징대니까 타이틀을 달으시더니...
타이틀 이벤트를 하시는군요!!
난 작가의 요구에 충실했는데 버려졌어!
내 타이틀이 뭐가 어때서!!
으헝으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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