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NING
평범하게 가방을 메고 학교를 등교한 어느 날.
주변은 시끄러웠고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어······.”
친구가 자살했다.
원인, 불명.
······그런데 그 자식이 정체불명의 아이디만을 하나 남겨놓았다.
[청룡의저주1에 의해 스테이터스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레벨, 불명. 그 외 거의 모든 것이 불명. 직업? 전사.
“아~아. 그래서, 그렇게 이 게임이 인기가 좋냐?”
“집 팔아서 아이디 산다는 게 헛소리가 아냐.”
서기 2039년 대한민국. 최고 동시접속자 1백만을 기록한 전설적인 가상현실게임. 라그나스.
······친구는 죽어서까지 이 게임을 추천했다.
게임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무려 12년. 트윈스 대륙의 마을 몇 개로 시작했던 이 게임은, 몇 년에 걸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게임의 가장 좋은 점은 말이야, 한계를 모른다는 거야. 한국인한테 딱 좋은 게임이라고?”
누군가는 그런 식으로 무시무시하게 중얼거렸다. 전 세계적 서비스를 개시하고 대륙 몇 개를 추가시켜 타국의 유저들까지 대량으로 이 라그나스란 세계에 왔건만, 그 중 트윈스 대륙이 세계 최강이라는 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그들은 탄생 초기부터 서로 싸웠다. 그들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였다.
“이 대륙의 나라는 말이지, 일단 서남쪽으로 최대강국인 오르비우스 제국과, 그와 맞먹는 세력의 미젠타 연방 공화국······.”
“어이, 어이. 그런 따분한 설명 그만해. 어차피 곧 망할 나라들이잖아?”
“뭐, 그렇지.”
12년 동안 계속된 게임 속 대륙.
실제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할 수 있으며,
여기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을······현실에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한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상한 건, 언젠가부터 운영자들이 전혀 게임 내에 보이지 않게 되었단 거지.”
“게임 운영을 포기한 거야?”
“아니. 유저들한테 제거 당했단 소문이 있어.”
“······.”
12년간 폭주한 대륙.
어쩌면, 이미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고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상은 아는 자 따윈 이제 없겠지.
[아이디: 다비. Y. 케르베로스]
“하아······과연. 초딩 때 지은 아이디라 이거냐.”
10년간 애지중지 길러왔을 친구의 아이디에 첫 접속.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가상현실게임 라그나스의·······.
[나의 원수목록 원수들을 죽입시다.TXT]
‘강한순서대로 적어 놨다
분투하면 11번부터는 족밥임ㅋ
4번이상은 솔직히 좀 무리다. 동료들을 모을까.’
“이게 뭐야?”
······상상을 초월한 절대적인 20인!!!!
“날 이길 수 있어? 나에게 걸린 버프가 몇 개인지 알아~?”
그 무엇보다 강한 힘은 [다수].
게임 내에서조차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가상이기에 다수는 힘을 발휘한다.
“인간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전투는 무의미하다. 넌 내 HP의 100도 데미지를 줄 수 없다.”
쌍검이 허공을 가르고,
심장을 향해 겨눠진다.
그의 압도적인 공격력과 방어력은, 측정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이해 못하겠나, 나의 과학력을? 나는 권태에 찌들었고 너흰 무지에 찌들었도다!!!”
모든 걸 이룩한 세계에서 질려버린 자.
새로운 제물을 찾아 이곳에 강림했다.
“우리들에게 거역한 그 어떤 존재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너도 마찬가지지, 다비. Y. 케르베로스.”
상식을 초월한 붉은색 무기들.
공중에 떠오른 요새는, 나약한 플레이어들을 보며 조소한다.
“버그는 제거한다. 단지 그뿐.”
엄정하고 신속한 판단 하에 이루어지는 압도적인 무력행사.
붉은 손톱 앞에서, 윤리를 지키지 못한 자들은 그저 라그나스에서 1주일 간 사라질 뿐이다.
“그러니까······나더러 이런 놈들을 상대하라고 보냈단 말이지. 규민 군. 하하하하하하.”
뭐, 어쩌겠어.
친구가 죽어서까지 추천한 게임이다.
한 번 신나게 즐겨보자고. 너의 원수? 좋아. 아이디 값이다. 모조리 죽여주지.
[불굴의 파괴자]
인간 다비. Y 케르베로스.
무기: 청천벽력(靑天霹靂). 레어, lv. 10
BGM: “······Bloody Crisis!!!!”
“에라, 게임은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이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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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 '오프닝' 부분을 복사해서 붙여 넣어봅니다 ㅡ,.ㅡ;
Y군님의 '나선인형'을 즐겁게 읽으셨던 독자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심이 어떠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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