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을 내려다 본 빌은 기가 막혔다. 왕은 정녕 위대했다. 그는 혼자서 두 소원검사를 상대로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북부의 의지는 만능의 소원검과, 그 검집은 북부인을 베는 소원검과.
"전하!"
빌은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만의 신전에서 그는 더욱 오만해져야 했다. 왕을 위하여, 그의 소원을 이뤄줄 왕을 위하여. 두 소원검사는 빌의 난입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대로, 왕은 쾌활하게 외쳤다.
"이제 오나? 아깝군. 재밌는 광경을 놓쳤어."
빌은 그 광경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두 소녀가 물러서자 왕은 이마를 흐르는 땀을 닦아낼 정도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서로가 호흡을 고르는 사이, 왕은 자신의 검집이 너덜너덜한 것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군. 멋진 검집인데."
검집은 던져졌다. 이젠 필요 없다. 돌아와서 검을 넣거나, 아니면 검과 함께 주인이 쓰러질 뿐이다.
"빌."
왕의 호출이었다.
"긴 머리를 맡아라."
왕의 명령이었다.
빌은 고개를 숙이며 복종의 의사를 나타냈다. 왕은 단발머리의 소원검사에게 다가갔다. 그녀다. 이 전투는 그녀와의 대결로 끝나야 한다.
"계속해야지? 자리를 옮기겠다."
단발머리의 소녀는 슬픈 눈으로 왕과 빌을 바라보았다. 왕은 손짓으로 그녀가 왕과 함께 걸어야 할 길을 가리켰다. 귀부인에게 대하듯 정중했다. 소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 서!"
무시 당했다고 생각한 긴 머리의 소원검사가 앙칼지게 외쳤다. 그러나 그녀가 앞으로 나서기 전에 빌의 쇠도끼가 움직였다. 빌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네 상대는 나다."
"웃기지 마!"
소원검사는 검을 뽑았다. 소원검. 모든 죽은 것들과 북부인들을 베기 위한 검. 빌은 그 소름끼치는 검 끝을 보고도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 너머는 불가해의 세계다. 위대한 왕과 세계를 움직일 소녀의 공간이야. 넌 아니다."
"나도 소원검사야! 이 전투가 북부의 운명을 걸었다면, 난 이곳에 몸을 던질 자격이 있어!"
"네 검은 만능의 소원검이 아니지. 넌 증오에 네 가능성을 팔았다."
"당신들 때문이잖아!"
"부정하지 않겠다."
빌은 움직였다. 한발짝 내딛고, 도끼를 양손으로 잡았다. 전투태세.
"북부의 의지는 만물을 베는 검과 자웅을 겨룰 것이다. 아무도 방해해선 안 돼. 격이 맞는 상대끼리 싸우도록 하지. 네게도 나쁜 이야긴 아니야. 도적 두목이 여기 있다. 증오하고 있을 텐데?"
소녀의 입에서 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운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도적 두목이 언제부터 기사도를 찾았지?"
"이건 기사도가 아니다. 숙명이지."
"가증스러운 북부 숙명론, 난 안 믿어!"
소녀의 말에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죽은 것들과 북부인들을 베기 위한 검."
소녀는 빌을 베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라. 네 격에 어울리는 상대가 여기 있다."
빌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녀는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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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중2병 냄새.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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