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 정식으로 가입하고 저만의 방을 얻은 지는 아직 두 달여밖에 되지 않은 입장입니다만, 실질적으로 문피아에 뿌리를 내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는 데에 재미를 붙인 것은 대략 2008년 초반 무렵이었지요. 물론 가장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던 건 고무림 시절이었지만 라니안 폐쇄 이래 최근 몇년간은 차마 다른 연재사이트에 마음을 붙일 각오가 서지 않았던 탓에 그저 혼자서 예전 글들만 붙잡고 있었던 입장이었고요.
그러다가 문피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수많은 다른 분들의 글을 마음껏 읽으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던 가운데,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연참대전이었답니다. 여러 작가분들이 일정 기한을 정해놓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연재에 몰입하여 새로운 글을 보여주신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열정적인 여러 작가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만약 저도 언젠가 문피아에 방을 얻게 된다면 그때는 꼭 참가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었고요. 실상 그때까지만 해도 연참이나 비축분의 개념이 다소 희미했던 관계로 공지사항을 읽으면서도 비축분 제한에 대한 부분은 또렷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저만의 방을 얻은 이래 두 달이 지나 새로운 연참대전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실질적으로 제게는 참가자격이 없겠구나 하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고 있습니다. 연참대전 자체가 20일 진행되는 마당에 비축분이 20편보다 더 많아서야 아무래도 곤란하겠죠.
...연재를 시도하지 않고 혼자서만 글을 써온 시간이 너무 길었던 모양입니다. 일단 연재를 시작하게 되면 완결까지 매일연재를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목표를 품고 수년간 혼자 비축분만 쌓아왔던 게 어떤 의미로는 문제였던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여태껏 다른 곳에 공식적으로 연재하지 않고 저 혼자서 꾸준히 써온 것은 맞습니다만, 현 시점에서 저만큼이나 연재해놓고도 아직 100편을 훌쩍 넘어가는 게 제 비축분이니 어떤 의미로는 다소 곤란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겠죠, 아니 사실 가끔 보고 있으면 이게 과연 비축분이 맞는지 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을 지경이니 곤란한 건 결국 어쩔 수 없이 당연한 노릇일까요;
지금도 저 나름대로 매일매일 성실하게 글을 쓰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봤자 어차피 비축분 100편 이후의 내용인 이상 현 시점에서는 연참대전의 기본적 취지와 별 상관이 없는 상황이겠죠. 연참대전 순위권과는 상관없이 그저 평소에도 매일연재에 목숨을 걸고 있는 만큼 연참대전 한편에서 제 성실함을 살짝 확인해보고 싶다고 쭉 생각해오고 있던 입장입니다만, 그렇게 연참대전을 동경했던 것은 좋은데 그동안은 단지 '매일연재'라는 부분만을 머릿속에 새겨놓고 있었을 뿐 그 궁극적인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새삼 아쉽게 느껴지는걸요. 이럴 줄 알았더라면 비축분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차라리 진작부터 연재에 도전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는 것을, 아니 물론 그랬다면 완결까지 매일연재 유지는커녕 지금쯤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월등히 더 크겠지만요;
---그리하여 현 시점에서의 제 결론. 비축분은 안정성 면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바람직한 존재일 테고 저 스스로도 지금껏 비축분 쌓기에만 전념해왔던 자신에게 별 불만은 없습니다만, 이것도 너무 과해서는 딱히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을 지금에 이르러 새삼 실감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연참대전 문제가 아니더라도 독자분들과의 수월한 소통과 생명력 넘치는 글을 위해서는 오히려 비축분보다 그때그때 쓰는 글이 한층 더 바람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는걸요. 뭐 제 입장에서야 이미 하염없이 늦은 일일 테고 딱히 후회하지도 않습니다만;
오랫동안 연참대전을 쭉 동경해왔건만 이해가 부족했고 준비는 지나쳤던 탓에 실질적으로 제가 도전할 수는 없다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실어 넋두리 겸 간단한 한담을 적어보았습니다. 이 아쉬움을 달래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연참대전은 한결 더 열렬히 지켜보고 즐거워해야겠는걸요. 그런 뜻에서 이번에 참가하시는 작가분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모두모두 마지막까지 반드시 살아남으시어 좋은 결과 거두시기를 기원해보면서.
......덧붙여 그렇기 때문에라도 언젠가 이 비축분을 다 쓰고 정말로 저 스스로 실시간 연참대전에 참가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어떤 의미로는 차라리 그 많은 비축분 다 쓰기 전에 완벽히 끝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편이 훨씬 보람차고 이상적...인 거겠죠...;? [먼산]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