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손을 대지 않는다
펜을 놓고, 노트를 접었다
그 동안 모아두었던 설정들을 보며 고개를 젓고
내가 써온 글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일독하며 한숨을 쉰다
다른 책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도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일독해도 아무런 감흥이 없고, 나에 대한 관찰로 시간을 보낸다
시간은 그렇게 흐른다
일전 완성한 작품 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다
수정에 수정을 해보아도 미숙하기 짝이 없다
발전과 퇴보의 기로에서 저물던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잃지 않으려, 놓지 않으려 한다
내 힘의 원동력은 그것임을 아니까
그냥 마음의 빈 공간을, 떠오르지 않은 생각을 아무 고민 없이, 어떤 생각도 없이 이것저것 보고 들으며 채워간다
지식의 부재
경험의 미숙
이것들은 메울 수 없는 차이다
그것들이 없는 이상 나는 허깨비에 불과하며 겉핥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제자리 걸음
가슴 속에 생명이 역동하는 글, 잔잔한 물처럼 심유한 글
내가 느낀 것을 한 획 한 획 그려가는 글
주위의 시선과는 관계 없이
나 자신이 미소지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읽고 읽으며
쓰고 쓰며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보고 들으며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 애쓰며
익숙하게 눈에 익었던, 같은 것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해보고
지금은 잠시 쉬엄쉬엄 해야 할 때.
*
저와 같으시다면,
한번 쯤 느슨히 고삐를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시는 것은 어떨지
그냥 문득 든 생각에, 오랜만에 한담란에 한담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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