옙. 밤을 꼴딱 지새며 염장물의 거두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 '총한도이백만원짜리신용카드'를 읽었습니다.
반쯤 읽다 보니 소주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너무도 담담한 필체 탓인지 엄청난 감정이입을 느꼈습니다. 주인공의 감정이 마치 제 것인 양 느껴져 글을 읽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 한 대 물고 단골 슈퍼에서 소주와 고추참치 한 캔을 사 왔습니다.
소주 한 병을 10분도 안 돼서 다 비워 버렸지요. 에휴. 평소 술을 급하게 먹는 편이라 일부러 소주잔에 조금씩, 조금씩 따라 마셨는데도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두 병을 더 사 왔습니다. 오늘 1교신데.. 9시 수업인데 그냥 쨌습니다. 도저히 익스플로러를 닫을 엄두가 나질 않더라구요.
많은 분들께서 추천하시니, 반골인 저로서는 꺼려지는 감이 없잖았습니다. 작품성, 장르 등등 다양한 요인을 떠나 그저 추천이 많으면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본 후에 조금 뜸해즐 즈음에야 검색하는 괴벽을 지닌 탓에..^^;;;
그렇지만.. 잠자리에 들까 고민하며 검색을 한 것이 3시 쯤이었군요. 그렇게 만난 '총한도..', 결국 오늘도 훼인의 길로 저를 인도해 버렸습니다.
읽고 난 후엔 그저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미리니름이 있어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아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연신 소주만 퍼 부었습니다. 안주도 없이..
좋은 글이라고는 못 하겠습니다. 술김에 노을바다다 님께 드린 쪽지에서도 한 얘기지만, 좋은 글이라고는 못 하겠습니다.
이토록 사람 가슴을 찢어 발기는 글을 차마 좋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주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몇 번이고 어깨를 부르르 떨고, 몇 대째인지도 모를 담배를 찾을 것 같습니다.
굳을 대로 굳어 이젠 돌덩이처럼 느껴졌던 가슴이 아주 오랜만에 뛰었습니다. 미칠 듯이 뛰다 한순간 가라앉기도 하고, 찌르르 울기도 하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시간 동안 격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군요.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제 재주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혹여 저처럼 괜히 미뤄두고 계셨던 분들께 조심스레 일독을 권합니다.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염전, 염해 등입니다만, 전 그런 점은 거의 못 느꼈습니다. 사실 남들 연애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염장으로 보일 만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제대 후 하도 할 짓이 없어 추천 받고 봤던 '그대가 바라는 영원'이라는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구도였던 것 같네요, 돌이켜 보면.
아, 그렇다고 노을바다다 님의 글이 그 애니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개인적인 감상이지요~
노을바다다 님의 '총한도이백만원짜리신용카드', 더는 미루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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