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스크롤의 압박입니다. 불편하신 분은 alt + ←, 혹은 뒤로 버튼을 누르세요.
제가 생각한 가장 최악의 결말로 흘러가서 뭔가 씁쓸하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신작가라는 것이.. 독자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지만,
반대로 독자에게 너무 휘둘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거든요.
작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예전에 나우누리 환동의 사건도 지켜보았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묵향 연중한 다음에 출판한 사건이죠. 그 당시에는.. 그런부분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하다못해 환동에 연재하시는 이영도님만 하시더라도 완결이후에야 출판을 하셨고, 대부분의 소설이 그랬지요. 때문에 어떤 화가난 열혈 독자가(독자인지 안티인지는;) 묵향의 출판본을 타이핑해서 환동에 '올리'고는, 이런 막돼먹은 작가는 쫓아내야 한다는 등의 망언을 하였습니다.)
그 때 엄청나게 충격을 먹은 작가들이, 머리 싸매고 드러누웠었죠.
그 당시 그 사태에 관해 답변을 달았던, 제가 가지고 있는 모 작가님의 후기중 일부입니다.
----
가끔 독자들 중에 '네 글 내가 안 봐줬으면, 그 정도로 떴겠고, 출판 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뭐 어차피 통신 글이라는 건 조회수로 따지는 거니까, 그런 분들 말씀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독자들의 관심과 격려로 힘을 얻는 것과, '쓰는 것'... 궁극적인 의미의 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미안한 말씀입니다만. 어떤 글이 작가 안에서 태어나려할 때, 그리고 긴 이야기의 시작으로 작가의 손에 의해 첫 단어, 첫 문장이 쓰여졌을 때.
그 때 '독자'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여러 가지 셀 수도 없는 생활상, 개인적인 문제들로 인해, 손가락 하나 조차도 자판기에 올리기 힘들었을 때, 글을 쓰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을 때, 그때 '독자'들이 그 엄청난 괴로움을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독자가, 스토리를 끝내는 마지막 단어를 쓰고, 마지막에 <끝> 이라고 썼을 때 느끼는 기쁨을, 작가와 동일하게 느낄 수 있습니까?
(중략)
쓰고 나서 글을 올릴 때마다 나오는 독자들 반응은 '거름'입니다.
이건 제게 자양분이 되고, 더욱 쉽게 힘을 낼 수 있게 해 줍니다. 거름이 만족한 상태로 뿌려지면, 글도 잘 자라니, 충분히 즐겁습니다.
하지만 그럴 지라도. '쓴다'는 수고는 지독할 정도로 힘듭니다. 좋은 평가와 비판은 '거름'일 뿐이지, 글이라는 열매가 나오는 '토양'은 못 된다는 말씀입니다. 거름이 식물을 잘 자라게 한다고, 거름더미에 식물을 심는 사람 있습니까?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일은, 아직도 저 혼자만의 몫입니다.
(중략)
몇몇만을 제외하고. 지금, 통신가의 소설들은 유행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것도 싸구려요.(여기엔 제 글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겸손을 떠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런 유행가 같은 글을 생산해 내는 통신 작가들은 말 그대로 '스타'가 되어 떠받들림 당하고, 당신 글이 최고라는 둥, 당신은 천재라는 둥, 당신 글을 읽기 위해 날밤 새웠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는 둥....
별별 말과 칭찬을 다 듣습니다.
하지만.... 유행가 가수들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 글'이 끝나면 이 '스타 작가'의 운도 끝납니다. 그 시기가 길고 짧음이 있을 뿐.
(중략)
그런 700원 짜리도 못되는 글을 쓰고 있는 게, 통신 작가들입니다.경매가격, 700원에도 못 미치는 글. 그것도, 자신의 세계를 같이 나누었다고 믿고 있던 '통신 독자'들에 의해 평가받은 겁니다. '당신 글이 최고'라고 말했던 사람들에 의해.
어쩐지 씁쓸하지만....
그렇다고 독자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700원도 안 되는 글을 쓰다니, 통신 작가들 불쌍하다고 신파극 찍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700원 내기도 아까운 글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쩌면 제 글도 그런 글일지 모른다는 걸 부정하고, 무조건 책을 사거나, 대여점에서 빌려보든지, 심지어는 서점에 서서라도 보고, 불법은 절대 행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중략)
통신 작가를 '스타'만들지 말란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땅에 패대기치는 모습은 옆에서 보기에도 섬뜩합니다. 전 요청 글을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불법이고 합법이고는 개나 물어가라고 하십시오.)
만약, 어떤 작가가 700원에도 못 미치는 글을 쓰면서(그런 주제에) 출판을 하려 한다면, 철저하게 막고, 비난 멜을 보내고, 좀 더 소양을 쌓으라고 촉구하고, 막아서십시오.
그런 글, 출판했다고 작가를 비난해 보았자.... 그리고 출판사를 비난해 보았자. 작가와 출판사가 그런 생각을 머금도록 한 건, 바로 당신들 독자들 탓입니다. 바로, '조회수'가 그것입니다.
작가들이 공지를 띄우지 않습니까?
"저 출판하게 됐어요. 기뻐요...."
왜 그때 막아서지 않았습니까? 당신 글은, 700원 내고 보기 아까운 글이니, 좀 더 다듬어야 한다고. 왜, 그때는 무조건, "축하한다"고 하다가 나중에 뒤통수를 칩니까?
(중략)
'네 글은, 700원도 아깝다'는 소리는, 너무나 가슴 아프게도, 우선 바로, 작가들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테지요.
-------------------
전부다 쓰기에는 너무 길어서 중간중간에 짤랐습니다만, 저 부분만 봐도 작가분들이 얼마나 아프게 글을 쓰시는지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말 대여점에서 7백원 주고 보기도 아까운 소설도 많습니다. 하지만 뭐 저나 저 작가분이 그런 소설들에 대한 궁극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왜 작가가 쓰려는 이야기에 껴서, 왈가 왈부하냐는 겁니다.
저도 독자이고, 또 미흡하나마 글도 끄적이고는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도 작가의 입장에서도 서로의 본분이 있는 겁니다.
윤동주 시인이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던 때도 10대이고, (그 분은 천재잖아 라고 말하신다면 뭐...) 그 외에 예전의 작가들 중 뛰어난 작품을 남긴 사람들 중에 10~20대들도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인터넷을 보는 애들이 10대니까, 10대이기 때문에 그런 막말의 리플들은 어쩔수 없지 뭐.. 라고 하는 건 안일한 생각이 아닐런지요.
인터넷이기 때문에 이렇게 자정작용이 안되는 건지...
언젠가는 저런 공지가 터질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보니까 씁쓸하네요.
(독자로서, 그 아래 달린 리플을 봐도 섬뜩하기 그지 없더군요.)
혹시라도, 문피아 분들은 그런분들이 없을 거라 믿지만..
내가 많이 봐줘서 저 작가가 떴다. 내가 '스타' 만들어 줬으니 너도 내가 원하는 글로 보답을 해라..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냥 책 읽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작가들 중 물론 스타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글쟁이'로 살고 싶어 한다는 거...
하아.. 내가 왜 이렇게 감상적이 된 거지.. 혹시, 한담에 올릴만한 주제가 아닌가요? 그렇다면, 게시판지기님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사과말씀 드리겠습니다.
Commen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