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
저에겐 계명이나 자명종 소리가 아니라 지하철 신호음입니다.
그 이전은 꿈에 취해, 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닐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띠리링~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지하철.
러쉬아워라서 그런지 저글링 건물 때려 부수듯이 지하철에 달라붙는 사람들.
급하지만 않다면 이런 열차 한 대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보냅니다.
손잡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꽉꽉 끼는 지하철 다음에는 십중팔구 한가한 여유공간을 가진 지하철이 오기 때문입니다.
역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저희 동네는 그렇더군요.
지하철 외판원이 장사할 정도의 여유 공간이랄까요?
대충 몸둘 곳을 찾으면, 이제 심심풀이를 찾습니다.
문득 눈에 띄는 내부의 광고를 한 번 봅니다.
요즘들어 서민들 등쳐 먹는다는 대출광고가 눈에 띄는군요.
자연스럽게 눈살이 찌푸려듭니다.
혹시나 해서 알려두는데...
저런 곳에서 호기심 삼아 대출 가능한지 아닌지만 장난으로 물어봐도 은행 신용도가 떨어집니다.
단지 묻기만 해도 말이죠.
가뜩이나 이자도 높은데, 아주 그냥 돈 없는 서민을 2번 죽인다고 할 수 있죠.
별다른 심심풀이 거리가 없으면 역 앞에서 뽑은 아침 신문을 펼쳐봅니다.
아침 신문의 기사는 그 내용이 딱 웹 포탈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있는 기사들을 짜집기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
달리 신선한 기사를 찾는다기 보다는 그냥 그 전날 특이한 게 뭐 있나 하는 수준으로 흩어봅니다.
그러다가 일일연재 만화에서 페이지가 딱 멈추죠.
보통 이것만 읽고 처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나저나 이 아침 신문을 읽을 때마다 판타지&무협 소설에 대한 제 친구의 씁쓸한 평이 생각나는군요.
하루에도 2~3권 또는 4~5권을 읽곤 하는 녀석인데.
그 녀석에게 물었습니다.
"넌 요즘 판타지나 무협 소설들을 어떻게 생각하냐?"
얼마나 재밌냐, 얼마나 가치 있냐 라는 늬앙스로 한 말이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답합니다.
"지하철 앞에서 나눠주는 신문 있지? 내가 보기엔 딱 그 정도야."
그냥 심심풀이...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한 번보고 폐품 처리해도 별 느낌 없는 정도라나요.
후~
친구를 변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놈 의외로 책을 자주 삽니다.
만화책이든 소설책이든 책방 수준으로 쌓아두는 녀석이죠.
그런 놈에게 그 얘기 들으니 그냥 한 숨이 나오더군요.
'내가 쓴 글은 어때?'
라고 물어보려다, 엄한 소리 들을까봐 관뒀습니다.
녀석도 그 기색을 눈치 챘는지...
대놓고 말하더군요.
"네 건 그나마 내 취향에 맞더만."
휴우~
하고 어쩐지 안도의 나오려고 했지만...
"하지만 잘 나가려면 아직이야.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너무 매니악해."
라며 말과 얄미운 웃음으로 가슴을 후비더군요.
쳇, 난 전업작가가 아닌데다가 그저 취미로 글을 쓸 뿐이잖아!
라고 어줍잖게 변명해봅니다.
에휴... 씁쓸한 마음을 접고 신문을 적당히 접어 선반에 올려둡니다.
이러면 얼마 안가 다른 사람이 가져가더군요.
돌고 도는 거죠.
그리고 그 때의 컨디션에 따라 가방에 있던 책이나, NDS를 꺼내듭니다.
정신이 맑으면 책, 피곤하면 NDS. 뭐 이런 식이죠.
그리고 그렇게 목적지까지 유유히 흘러갑니다,
...
도중에 어디선가 이어폰 소음이 흘러 나오면 그 사람을 툭툭 치면서 손가락으로 귀를 한 번 가르켜 줍니다.
소음이 잦아 들면 다시 독서&게임 삼매경.
오늘 하루도 이렇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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