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 온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 추천글을 쓰지 않았다가
오늘 새로 올라온 천애님의 공산만강을 읽던 중,
작가님의 '홍보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보고는,
마음이 무거워져 잘 쓰지 못하는 글을 씁니다.
천애님의 글은 검의 연가와 공산만강 밖에 읽지 못하였지만,
글을 읽다보면 매우 은은하고 또 빙긋 웃게되는 부분이 많은것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공산만강에 나오는 '말리화'처럼.... 저는 말리화가 장평의 황유정을 향한 마음의 상징이 아니라 작가의 분신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입니다.)
음... 제가 무협영화중에 '와호장룡'과 '영웅'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공산만강'은 '영웅'이 보여주는 화려하고 격정적인 느낌보다는
'와호장룡'이 주는 탈속적이고 그러면서도 애잔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제가 느끼는 작품의 재미 몇가지를 골라봅니다.
순서는 우선순위와는 무관합니다.
1. 반쪽의 감정
주인공 장평과 그가 흠모하는 여인 황유정 간의 사랑이야기는
아직까지는 장평의 일방적인
그러나 교묘하게 드러나지 않는 흠모의 감정으로 진행됩니다.
두 사람 간의 간간한 대화는
황유정의 무심함과 장평간의 애틋함으로 인하여
전혀 '긴장감 넘치는'(사람들이 말하는 '영양가 있는') 대화가 아님에도
제겐 묘하게 팽팽한 긴장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마음 간의 대립과 긴장감이
제가 첫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공산만강'의 재미입니다.
2. 낭중지추
은근하고 앙큼한 먼치킨물이라고 해야할런지,
장평의 실력은 매우 놀라운 수준이면서도 본인은 '평범'을 가장합니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송곳이 밖으로 드러나듯,
장평의 비범함은 분명 글의 한 축을 이끌어나가는 재미입니다.
이 점에서 '검의 연가'와 '공산만강'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독자'가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에게서
'극에 이른 비범함'을 보면서 느끼는 전율을
이 작품에서도 느끼실수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요.... ^-^)
3. 깊이로부터 오는 이질감
우선 작품 내에서 불가와 도가 간의 도불, 불도 논쟁이
제법 무게감있게 다루어지고 있다보니,
종종 불가 또는 도가 때때로 유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물론 아무래도 무협지다 보니 그 끝엔 겨룸이 들어가게 되지만,
분명 철학적이거나 문학적인 소재들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소재들이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이질적인 느낌을 줍니다.
또한 주요 소재인 '천궁' 역시 불가와 도가의 말머리(화두)로부터
찾아가다보니 더욱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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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재주가 없어 짧게 쓰지도 못하면서 더욱이 요점을 건드리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 맺음으로 제목에 썼던 천애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합니다.
사실 작가님의 예전에 많은 글에서 자신에 글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셨었습니다. (요즘은 그러신가요?)
조회수가 적고 선작수가 적은 것이 곧 자신의 글이 재미가 없어서이며,
재미가 없는 글을, 불필요한 글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시는 모습을 종종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늘 숨어서 작가님들의 글을 '훔치다시피' 보는 저로써는 애써 어떠한 위로의 말이나 홍보를 위한 추천글로 옮길 수 없었습니다.
오늘 어렵사리 제가 글을 쓰게된 참에 천애님께 그간의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작가님의 말씀처럼 '공산만강'이나 '검의 연가' 등의 글들은 주류가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줄어가는 조회수나 선작수에서 작가님이 상심하셨을 것을 미루어 짐작키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좋은 글을 추천하는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몇번을 수정하고 고민하는 괴로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물며 창조의 산통을 겪어야할 작가님은 오죽하겠습니까. 어떻게 작가님의 그 고통속에서 나온 산물이 무가치하고 불필요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천애님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님들께 해당할 것입니다.
저는 다소 냉소적이고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사는지라 좀처럼 글을 남기려 하지 않지만,
연중하시기 전의 천애님의 고민들이 제 마음속에 저도모르게 앙금처럼 남아있다가 오늘 홍보부탁을 당부하시는 짧은 글귀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추천글로는 지루하도록 길게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천애님,
그간의 글들로 인해 제게 무한한 기쁨을 주신것 너무 감사하며,
앞으로도 주실 기쁨에 대해 '미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외면해버릴지 모르더라도
저같은 사람들은 눈을 부릅떠가며 천애님의 한획한획에 집중하는 것으로 위로를 삼으셔서 계속 건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많은 문피아 여러분들께서도 공산만강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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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탈각'의 '토사룡'님과 '야차왕'의 '가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이글은 천애님의 '공산만강'에 초점이 있는 관계로 짧게만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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