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연재란에 '죽은 신의 서사시'란 제목의 판타지가 연재될 예정이라는 글을 읽고 나름대로 기대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분의 닉이 엘민스터였기 때문이죠(D&D라면 사족을 못쓰는 제가 엘민스터란 닉에 관심을 가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N'이 떠 있길래 단숨에 달려가서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정말 간만에 만나보는 D&D판타지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D&D의 세계관을 차용하면 많은 분들이 식상하다고 말씀하시는데요, 그것은 룰을 깡그리 무시한채 이름만 따오는 '으하하 판타지'들의 난무(그래놓고 글쓴이의 설정이라며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죠)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지, 설정된 룰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제대로 쓰여진다면 절대 식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척 정중하구나'란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죽은 신의 서사시 역시 무척 정중한 글입니다.
서사를 위해 억지로 인물을 끼워넣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탄탄한 구성이 글쓰신 분의 안정된 문체와 맞물려 마치 고전 판타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상당히 맛깔스런 글이 바로 '죽은 신의 서사시'입니다.
물론 노출도가 높을수록 방어도가 낮아지고, 귀만 뾰족한 돌연변이를 이종족이라 사기치며 기쁨조로 삼고, 또 소주 한병을 까고 불도마뱀을 아작내는 '으하하 판타지'가 판치는 오늘날의 장르시장에선 그야말로 아사하기 딱 좋은 글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15년간 검을 수련하고도 완숙한 검사 앞에선 떨리는 두다리로 인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오랜 갈증을 해소시켜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차, 한가지 중요한 것을 빼먹었군요. 사실 '죽은 신의 서사시'에도 먼치킨은 나옵니다. 그 먼치킨은 바로 다이스를 굴려서는 절대 나올수 없는 능력치를 가진 AD&D룰의 괴물인 엘민스터(레벨의 범주를 벗어난 캐릭터라고도 하죠. 물론 이후 룰에서는 조금 약화되었습니다만, 힘이 13인 것이 제작사의 마지막 양심이란 말을 듣는 것을 보면 역시나 괴물입니다), 즉 글쓰신 분만이 이 소설의 유일한 먼치킨이란 말이죠. 하하.
자, 그럼 D&D를 좋아하시고, 고전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죽은 신의 서사시'를 클릭 하세요!
-에르체베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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