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무판에서 흑진주를 발견했습니다. 진주로 이루어진 산을 마구마구 파내다가 흑진주 하나를 찾았지요.
바로 에아르웬 님의 '꿈을 부르는...'입니다.
당신은 고무판 작품들을 읽으시면서 무엇을 얻길 원하십니까?
'환상세계'와 '무림'에서 종횜무진 활약하고 멋지게 펼처지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주인공과 함께 즐기기 위해...(환상속 모험)
악당들을 때려 눞이고, 아름다운 미녀 혹은 미남과 사랑을 나누는 멋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기 위해...(감정이입)
그렇습니다. 저 또한 이런 호쾌,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고무판을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방문합니다. 그리고 장르문학은 분명 위와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보기 원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기 위와 같은 요소를 전혀 가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당부분 배척하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앞에서도 소개해 드렸던 에아르웬 님의 '꿈을 부르는...'입니다.
1. 감정이입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현실에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는 가련한 소녀(여고생)입니다. 나약하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후~ 불면 휙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아이입니다. 작품 진행은 소녀가 화자로써 작품을 이끌어 나갑니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지요. 짐작하시겠지만, 고무판의 특성상(저도 확실치는 않음) 남성이 주 독자층이라고 보았을 때,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녀 그것도 나약하고, 내성적이며, 소심하고, 현실에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는 주인공에게는 도무지 감정 이입을 하기는 힘드실 것입니다. 저 또한 감정이입은 되지 않더군요. 하지만, 왠지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신선했습니다. 마치 이영도님 의 소설(드래곤 라자 제외)를 읽을 때 처럼 독자가 이야기 속에 몰입은 하지만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 처럼(저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제 3자로써 자리잡게 되더군요. 하지만, 일인칭 주인공시점을 취하고 있는 작품의 특성상 왠지 제 3자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 같은 기묘한 느낌에 빠지게 된달까요? 일기를 훔쳐보는 듯, 그 작품안의 소녀가 저에게 하소연 하는 듯한 그런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는 무협을 사랑하시는 독자분이라면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모르신다면(인터넷을 사용해 주세용! 정 귀찮으시면 메트릭스를 생각해 보셔도 좋습니다.)
주인공은 꿈을 매개로 하여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갑니다. 깨어 있을 때는 현실 잠들어 꿈을 꾸고 있을 때는 '환상세계'에 머물러 있지요. 한발은 현실에 그리고 나머지 한발은 환상속에 담그고 있는 기묘한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세계와 환상세계의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갑니다. 즉 여타의 퓨전물 처럼 '환상세계'안에서 완벽하게 동화될 수 없는 것이 '꿈을 부르는...'의 주인공이 겪고 있는 문제라면 문제이지요.
소녀의 현실은 남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지만 소녀가 보는 자신의 현실은 지독하고 끔직스럽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자신을 옥죄어오고, 안식을 얻어야할 가정은 아버지가 현재 바람을 피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식구들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깨어질까 전전긍긍하며 쉬쉬하고 있지요. 즉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한폭탄을 끼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환상세계'를 원했고 결국 환상세계에 방문하는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만, 그 환상세계 에서 겪는 일 또한 소녀에게는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한센병(나쁜 표현으로 나병이라고 하죠.)환자들의 가족들에게 잡혀서 곤욕을 치루기도 하고 환상세계안의 인간들과 피부색이 달라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현재까지 여타의 퓨전물처럼 특수한 능력을 부여 받은 것 또한 아닌 것 같습니다. '환상세계'이긴 하지만 그곳또한 '현실세계'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고난의 연속이지요.
3. 고난과 역경이 있는 곳에서 소녀는 성장하여 숙녀가 되겠지요.
(저는 지금까지 먼치킨 소설을 부정적 범주안에 포함시켰었습니다만, 고무판 내공이 조금 쌓이다보니 진주 같은 먼치킨 소설이 많더군요. 어찌보면 무협이 대부분 먼치킨화 된다고 본다면... 단지 먼치킨 소설이라 명명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계진입 깽판물, 줄여서 '깽판물'로 지칭하려 합니다.)
깽판물은 어째서 깽판물일까요. 단순한 먼치킨 성 때문일까요? 그 안에는 고난이 없습니다. 역경도 없죠. 그래서 깽판물 주인공들에게는 성장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주어지고 굴러들어오는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는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퇴보하기 마련이지요. 일곱살짜리 어린아이가 핵폭탄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너무도 많은 것이 주어진 그들에겐 '환상세계'는 그져 부스고 죽이고 능욕해도 좋을 것들이 넘쳐나는 곳일 수 밖에 없는 건 아닐런지...
그래서 이 소설을 저는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고난이 있기에 역경이 있기에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소녀에게는 고난이 있고 역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할 것입니다. 많은 소설의 주인공이 그랬던 것 처럼
자 너무 길게 쓴 것 같은데요.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 뭔가 독특하며 신선한 맛을 추구하시는 분들...
(2) 흥미성 보다는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
(3) 성장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P.S. 음, 다소 순정만화 틱한 전개가 진행되는 것 같사오니, 이런 쪽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은 비추입니다.(참고로 저는 여성 앞에서는 한마리 짐승일 뿐인 가련한 늑대랍니다.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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