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을 돌파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원 (혹은 논란)에 이 모자란 글쟁이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성애 묘사와 폭력성에 대해서 어떻게 제 모자란 글이 도마위의 횟감으로 등장하게 된 것같습니다.
이 게시판 아래에 올린 제글과, 제 글이 연재되고 있는 게시판의 공지사항을 보시면 아실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떤 독자님의 댓글에 대해서 제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물의를 일으켰다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저는 '글쓴이가 자신의 글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고통과 집착을 알지 못하면서,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섣불리 성적 요소를 꼬집을 수 있는가?' 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슬래쉬 더 트래쉬에서는 상당히 디테일에 신경을 쓴 폭력 묘사가 나옵니다.
[주의: 아래 2라인 뒤에서 저의 폭력묘사에 대한 예문이 나옵니다. 불편하시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먼저 사과말씀 드리며, 이 창을 닫거나 뒤로 이동하십시오]
예문-칼을 휘두른 깡패는 자신의 하악골 아래에서 꿰뚫고 들어온 물건이, 턱 밑에서부터 혀를 꿰뚫고 코 안쪽의 뼈가 없는 부분을 지나 눈 안쪽 깊숙한 곳에 틀어 박혔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저 눈 앞에 번개가 친 것 같은 충격만을 느꼈다.
그리고 릿터가 그 칼날을 빠르게 좌우로 헤집어 대며 빼내었을 때는 시야가 온통 번갯불처럼 새하얗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고, 그 칼날이 완전히 빠지자 고통의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혀가 거의 완전히 끊어져 핏물이 숨통을 타고 흘러내린다 (슬래쉬 더 트래쉬 1화)
또한 같은 소설 내에서, 저는 '대한민국의 환타지 소설 주 소비층 연령대들이 보기엔 충분히 자극적이라 할 수 있을 수준' 의 성애 묘사를 한 바 있습니다.
[주의: 아래 2라인 뒤에서 저의 성애 묘사에 대한 예문이 나옵니다. 불편하시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먼저 사과말씀 드리며, 이 창을 닫거나 뒤로 이동하십시오]
키스는 입술에서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그다지 크지 않은 젖가슴과 그 정상의 봉우리를 스치더니 트래쉬의 다리사이를 파고 들었다. 그의 입술이 차가운 겉모습과 언행과는 달리 몹시 뜨겁다고 느끼는 트래쉬였다. 이런 것으로 복잡한 마음이 위안된다면, 나름대로 가치 있는 행위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눈에 보름달이 들어온다.
"미안해. 너희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어서."
"아니오. 그건 제가 원하던 일 입니다. 그들은 변화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정체된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숲도 그 모습을 세월에 따라 조금씩 바꾸어 가지만, 정체된 삶은 숲이 아닌 바위입니다."
스컬은 이제 몸을 일으켜 자신의 몸의 일부를 트래쉬에게 바친다. 둘 다 서 있는 상태에서, 천천히 삽입하고는 몸을 움직인다. 그러면서 나지막하게 계속 속삭인다.
"정체된 삶은 죽어있느니 못합니다. 숲 속에서 나무들과 함께 고요한 삶을 보내는 그들에게 분노, 절망, 슬픔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얼굴에 받으며 편안하게 죽는 것이 아닌, 차가운 쇠붙이가 뜨거운 살을 가르고 난 뒤의 죽음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스컬이 눈을 감더니 그리고 입술도 굳게 다물었다. 그것이 벅차 오르는 감정을 견디기 위함인지, 아니면 사정의 쾌감을 드러내는 것인지는 모른다. 트래쉬는 몸 속을 뜨겁게 관통하며 지나가는 느낌에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는다. (슬래쉬 더 트래쉬 40화)
여기까지 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판단하시기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정도의 성애 / 폭력 묘사는 현재 시장에 출간되어진 무협, 판타지 작품들에 있어서 이미 용인된 수준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 독자님께서 제게 주셨던 댓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숫자하나 2005-12-21 16:29:41 [del]
작가님의 취향이란.. 흠흠...
글 속에 작가님의 취향이 너무 들어나는건 별로 좋이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특정다수가 읽는 소설에서 이런식의 취향이 자주 드러나는건, 성에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서지 않은 청소년이하의 애들에겐 성이 저런쪽만 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죠.. 또는, 변태성향의 성가치관을 가질수도 있는 노릇이죠.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불특정다수가 읽는 다른 기존의 판타지 / 무협소설 같은 경우는 어떻겠습니까?
굳이 어떤 분들이라고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만 요즘의 '신무협' 이전의 무협작가님들이라면 저 위에 제가 인용한 제 글의 내용보다 훨씬 더한 내용도 많이 쓰셨습니다.
그리고 1세대 판타지 작가분들 중 한분은, (아래의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여교사에게 '그런 음란한 몸을 가지신 주제에 포르노 한편도 안 보셨습니까' 라고 말하는 남학생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유두에 입을 맞추면 봉인이 풀린다는 설정을 쓰셨죠.
미묘한 문제라서 차마 그분들의 필명을 밝히진 못하겠지만 제가 인용한 작가분들은 실제로 출판작가이십니다. 이미 프로 작가로서 인정받으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은 이미 책까지 내셨는데, 어째서 저는 숫자하나님의 말씀과 같은 지적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했던 것입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도록, 저 스스로를 많이 자제하는 노력을 했었습니다. 슬래쉬 더 트래쉬는 제가 처음으로 썼던 소설입니다. 때문에 거칠고 생생한 제 본성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 인펙티드 인새니티의 경우 제 본성을 많이 없애고, 폭력과 성애에 대한 묘사를 많이 완화시켰습니다.
제가 정말로, 저 자신의 폭력과 성에 대한 갈증을 채우려는 대리추구를 위해서 제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신다면 - 제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서 스스로의 욕구를 채우는 변태라고 주저없이 손가락질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읽어보지도 않고 평가하지는 마십시오.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그런 욕구충족이 아니라, 제가 말하고 싶은 주제임을 무시하지 말아주십시오.
슬래쉬 더 트래쉬도, 인펙티드 인새니티도, (비록 부족하기 짝이 없는 글이지만) 제가 밤새워 머리를 싸매면서 백지 위에 구상을 썼다 찢어버리기를 수십번 반복하고 코피를 흘려가며 쓴 처절한 글들입니다. 그런 노력을 알아주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단지, 저의 본 뜻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성과 폭력을 주제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제 글의 주제는, 그보다 더 진지합니다.
그러니, 직접 읽고 평가해 주세요 :) 정연란 - AERO - 슬래쉬 더 트래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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