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떼가 곱게 다듬어진 봉분.
"허허허....여보! 아무래도 나도 얼마 안가 당산을 따라 갈 것 같소. 쿨룩 쿨룩...."
허탈한 웃음소리 뒤에 고통을 참는 듯한 기침소리.
낡았지만 깨끗이 빨아 입은 입성의 중년인이다.
병색이 완연하여 창백한 얼굴.
하지만 어딘가 범접치 못할 위엄도 보인다.
다소 거칠은 손으로 봉분을 소중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연소가 걱정이오. 비록 녀석이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지만 이제 겨우 여섯살도 안되었으니...?
앞으로 닥쳐 올 일에 대한 걱정이 중년인의 얼굴에 수심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리 큰 걱정은 하지 마오. 마을 사람들이 우리 연소를 잘 돌봐 줄 것이오. 허허허... 요즘 그 녀석이 자기 또래들을 불러다가 글을 가르치느라 바쁘다오. 그래도 당신과 나를 닮아 제법 똑똑한 아이가 아니겠소. 허허허..."
그렇게 홀로 한동안을 자문자답하던 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보. 내 곧 다시 오지 싶소. 우리 그때는 오래도록 같이 합시다. 지금은 이만 가리다. 연소 녀석이 저녁을 해 놓고 이 애비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중년인은 눈에 미련을 담아 다시 한번 봉분을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뒤로 긴 그림자가 같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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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가....? 역시 드래곤이 설치한 마법 공간이라 다르긴 다르군. 그래도 이게 어딘가. 내가 머물 장소를 찿다가 우연하게도 전설의 드래곤 키케로카스의 레어를 발견하고, 게다가 그의 재산의 절반을 털어 가니....."
커다란 공동.
바닥에 끌리는 긴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든 백색 수염의 노인이 절반은 아쉽고 절반은 다행인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는 산더미같은 보석들과 각종 물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주위로는 가지각색의 기물과 사체 그리고 온갖 잔해들과 녹색의 피가 낭자한 채 줄을 잇고 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 밖에는 내 능력이 닿지 않는군."
못내 아쉬운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노인.
"내 연구에 참고가 될 만한 미법서적이 있을 법도 한데 이 이상 더 진전 시켰다가는 나도 감당 못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음, 아무래도 이곳은 마법간섭장이 심해서 내가 연구할 던전으로는 적당하지가 않겠군. 다른 곳을 찿아 봐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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