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점(1)
일주 전인가 몇 분의 추천이 있기에 뒤따라가서 읽었습니다. 무너진 문파를 일으켜 세운다는 발상 자체는 별로 신선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발상은 재밌었습니다. 고수들은 처음만 읽어 봐도 대충 결말을 안다는데(어쩌면 그들이 고수가 아니라 장르 문학의 한계겠죠. 헐리우드 영화의 결말을 대부분 다 알듯이 말입니다), 저는 고수가 아니더라도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더군요.
하여튼 무협물을 꽤나 보고 있는 저로서도 '진천벽력수'는 신선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용보다는 그 분의 문체였는데, 문체가 요즘 보기 힘든 문어체적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대화와 서술을 이끌어가는 투하며, 현재 현대인이 사용하는 서술투와는 조금 다른 어미 사용들이 그랬습니다.
가령 이런 경우죠.
[그는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 입을 여는데
"나는 오래 살아야 한단 말이다"
말하면서 외치는데
"왜 혼자 짐을 지려 하십니까?"
군청은 이렇게 대답한다.]
구어체라면 이렇게 대화와 서술을 섞어 놓습니다.
[그는 생각에 잠시 빠져 있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나는 오래 살아야 한단 말이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에는 그의 모든 의지가 담겨 있었다. 군청이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반문했다.
"왜 혼자 짐을 지려 하십니까?"]
또 하나 문어체적인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조천방이 왼손의 식지를 곧추세우고 빙글 돌리니 노인의 몸이 한 치 가량 땅 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대부분 요즘 구어체라면 이렇게 서술합니다.
[조천방이 왼손의 식지를 곧추 세우고 빙글 돌리자, 노인의 몸이 한 치 가량 땅 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사자비님은 늘 이유와 까닭을 나타내는 어미 '-니'를 자주 사용하시더군요. 다른 분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전혀 뭔가 현실의 언어 생활과 맞지 않는 부분이 외려 저에게는 신선함을 주더군요.
2. 단점
일단 기본적인 문장 수련이 안 되었다고 할까요. 띄어쓰기야 솔직히 여기서 작가라고 자부하시는 분들도 틀리기 일쑤입니다. 우리말의 띄어쓰기 힘든 거야 새삼 투정부릴 것이 없을 정도로 어렵다지만 그래도 지키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진천벽력수'에서는 맞춤법이 아주 엉망이란 게 좀 걸리더군요. 지금은 그나마 덜한데 1편부터 읽기 시작하니 엄청난 맞춤법의 오류가 보입니다. 간혹 서로 좋은 의미로 오타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계면쩍을 정도로 많이 틀립니다. '코웃음'과 '콧웃음'의 기본적인 낱말은 물론이지만 '여느'란 관형사를 '여늬'로 쓰는 것을 보고는 조금 아찔했습니다. 국어사전만 살짝 들춰봐도 틀릴 수 없는 부분인데 이런 노력이 미흡한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하긴 실제로 출간된 책들을 봐도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쓰이고 있더군요. '냉막', '노화' 이런 사전에도 없는 말들이 대충 대충...... 작가분들이 이런 부분은 신경을 많이 써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3. 장점(2)
비장미 풀풀 날리는 이야기입니다. 왠지 서글프면서도 호방한 기상이 드러나는 걸 비장하다고 표현한다면 말입니다. 근래 보기 드문 힘있는 캐릭터여서 무척 신선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고무판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 중 '진천벽력수'를 따라갈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아끼는 고무판 소설인 '무정녹우'에도 이런 비장미는 살아 숨쉬고 있는데 '진천벽력수'와는 상극이면서 서로 통하는 비장미인 것 같습니다. '무정녹우'의 비장미는 굉장히 여성적이거든요. 그래서 좀 답답합니다.(요즘에 많이 느끼는데 '무정녹우'가 쉽게 안 읽히는 것이 문체적 특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따로......)
말이 좀 새지만 '진천벽력수'와 '무정녹우'를 같이 읽으면 아마 비장미란 놈의 멱살은 꼭 붙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남성적 비장미와 여성적 비장미.......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선의로 적은 글이지만 사자비님이 행여 오해를 하시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냉정한 독자도 필요하지 않을까....... 뭐 그런 의도로 드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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