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협소설을 처음 읽었던 때가 30년이 지났군요.
당시 우연히 손에 쥔 무협소설을 읽다가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밤을 새며 읽을 수 있었던 이유들에서
다른 것 다 빼고 세가지만 꼽으라고 하신다면
1.
당연히 뛰어난 무공이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공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공속에 담긴 현실에의 초월감으로
전방향 맞닿으면서
이건 또 다른 이상세계理想世界 창조로 불 붙었다고 생각되기에
한국적 무협은
중국 무협소설과는 또 분명 구분되면서
단순히 초인문학으로 대변하는 대중장르에 국한됨이 아니라
인류 앞에 제시하는 새로운 상상력의 지평선이었고
멀티형 컨텐츠이었지 않았나 하고 재분석해 봅니다.
그만큼 충격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
주인공의 완벽함이었습니다.
이건 당시에는 속절없이 만취滿醉하게 해주었지만
뒤에가선
또 다른 시각을 틔어주며 촉발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즉,
진정한 주인공의 완벽이라고 할 때
오히려
모자라고 어설픈 모습에서 나오는 그 모습이 만약, 완벽을 구현한다면
보다 더욱 완성된 완벽이 아닐까?
도가道家에
성인聖人은 이름이 없고
신인神人은 공功이 없다라는 귀절을 보았는데
마치 공기의 중요성을 평소에 모르지만
정말 필수불가결하고도 위대하며 멋진 공기처럼
멋지다...
멋지다...
하지 않는 데도 멋지게 느껴지며 형상되는 소설속 주인공이라면
정말로 세상 주인공의 완벽함 아닐까... 하며
되새겨보는 성숙의 계기도 되었습니다.
3.
미녀 군단이었습니다.
삼처사첩을 이루는 주인공의 미녀 군단이었지요.
당시에는 여기에 열렬히 환호했었습니다.
대리만족이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부분도
하나의 바람직한 사기, 필요악,
위의 1. 에서 진정으로 가리키는 내면적 초월로 향하도록 만드는
소설속 장치라는 생각으로
다만, 명맥만 유지해주는 선에서 매듭지었습니다만...
여전히
독자의 달콤한 로망이겠지요.
그로부터 30년이 지났고
수많은 골목 만화방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면서
300석 넘는 대형 만화방이 출현하는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골목 만화방들의 퇴락이
무협의 저무는 석양 같기도 하면서
300석 넘는 대형 만화방과 인터넷 사이트 유료 연재의 출현은
또 다른 성장과정을 향한
변이 같아서
더욱
무협의 앞 날이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무협...
과연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무협을 강산이 세번 바뀔 때까지 끌어안아왔고
앞으로도 놓지못할
독자이자 필부가
설레이면서도 안타깝고
안타까우면서도 애착하며
의문을 갖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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