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는 어떤 결의에 충만해 있었다.
A, B, C, D 영단어도 외우고 운동도 하자며 보람찬 휴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컴퓨터를 켰던 게 실수였다.
저녁까지 하릴없이 뒹굴 거리고 웹 서핑을 하다가 munpia.com에 접속했다.
무엇을 볼까, 고민하던 차에 ‘토룡승천기’라는 다섯 글자가 우연히 눈에 박혔다.
토룡(土龍)? 토룡이라 함은 지렁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그런 지렁이가 용이 되어 승천을 한다?
어쩐지 구미가 당기는 제목이었다.
연재란에 들어가니 무려 150편이 넘는 글이 게시돼 있었다.
서장을 지나 초반부를 읽어나가는 사이 입가에는 어느덧 잔잔한 웃음이 맺혀있었다.
‘찰진 글이구나. 그건 그렇고 진가경이라는 놈, 참으로 잔망스런 아해로다.’
자신도 모르게 목록을 확인한다. 아직도 많은 연재 분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흡족하다.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라면을 끓인다. 계란도 하나 풀어 넣는다. 젓가락은 입으로 가져가지만 눈은 여전히 모니터를 향하고 있다. 매콤한 라면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새콤한 김치와 함께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적당히 배가 불러 기분이 좋다. 불로장생 식후 땡을 즐긴 후 방에 들어와 다시 글을 읽는다. 문득 시계를 확인한다. 새벽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뭐, 일요일이니까.’
째깍째깍, 고요한 방 안에는 초침 소리만 들린다. 창문 너머로 동이 터온다. 어쩐지 좀 피곤한 것도 같다.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한다. 그러나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는다. 똑같은 화면만 표시될 뿐이다.
‘아니, 작가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다음 편이 없다니?!’
좌절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눈다. 베란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를 태운다. 바람이 차다.
구구- 구구구-
비둘기 한 마리가 유리로 된 천장 위로 발도장을 찍고 있었다. 양치질을 한 후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신 후 전기장판 위로 쓰러지듯 몸을 던진다. 일어나보니 오후 3시 반이었다. 휴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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