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영어 사용에 대해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
13.05.07 14:04
조회
5,053

약 11년간 해외에서 살다가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서 3년간 통역장교 겸 영어교수로 근무하고, 이후 통/번역 프리랜서하다가 지금은 그냥 영어 간간이 써야 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어가 어떤 면에서는 우리 말보다 익숙하기도 하고요. 물론 이젠 15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국어가 더 익숙한 것이 맞긴 하지만요.


어쨌든 그래서 언어에 대해 조금 민감하고, 특히 잘못된 영어 사용에 대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영어 사용에 대해’ 굉장한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양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고, 여기서 약간 사회적인 경험을 섞어 썰을 풀자면...


현재의 영어지상주의는 기득권이 자신들의 권리를 대대손손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 한들, 극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하면 외국에서 몇년 살다 들어온 범재를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작문과 독해는 약간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미디어에서 칭송하는 ‘원어민 발음' 같은 것은 경쟁이 어렵다고 봐야죠. 특히,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되고, 모든 미국 대학/대학원에서 요구하는 TOEFL대신, ’실무 영어'라는 포장 아래 외국에서 살다 오기만 해도 고득점이 가능한 ‘TOEIC’을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는지요. 어차피 정말로 중요하거나 빈번한 영어 업무는 독해와 작문이 90% 이상이고, 회화는 극 소수의 통역가만 외주를 주거나 고용하면 되는데도 말이죠.


여기에 더 문제가 큰 것은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도 사실 국내 학자들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정확한 우리말을 정의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니) 실제로는 쓰는 사람들이 무지해서 그 상황에 맞는 우리 말을 쓰지 못하고 바로 그들이 배운 그대로의 용어를 사용한 것이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 수준에서는 교포들이 우리말로 대화하다가 특정 표현이나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영어로 말을 하고, 대화의 상대였던 다른 교포나 유학생, 혹은 내국인이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면서라고 보면 되고요. 


즉, 지식이 부족하면 부족할 수록 외래어를 남발하게 되는데, 여기에 작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학 자체가 기득권에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썼던 것이라 이렇게 무식함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있는 집' 혹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그러니 이 모습을 보고 반대로 혹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냥 그들의 변명인 ‘우리 말로는 그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를 곧이곧대로 믿고 자신들도 국어로 대체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퍼뜨리고 있죠.


썰이 길어졌는데, 위의 이유들 때문에 외래어/외국어 남발하는 글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제대로 썼다면 그래도 그냥 넘어가지만... 그것도 어설프게 줏어 듣고 틀리게 썼다면 그냥 허세라고 밖에 판단이 안되죠. 게을러 확인조차 하지 않는 작가의 허세.


마지막으로 저를 제외하고도 영어를 국어만큼 능숙하게 구사하는 독자들이 문피아에는 꽤 있습니다. 괜한 허세로 스스로의 글을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Comment ' 13

  • 작성자
    Lv.10 밤돗가비
    작성일
    13.05.07 14:13
    No. 1

    동감합니다. 가끔 모든 소제목을 영어로 쓰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본문 내용과 큰 관련도 없는데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狂猫眼
    작성일
    13.05.07 15:10
    No. 2

    한담에서는 추천이 없다는 사실이 슬프군요. 추강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수협(手俠)
    작성일
    13.05.07 15:15
    No. 3

    공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3.05.07 15:46
    No. 4

    오늘 신조어 넣으면 뿜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 썼어요. 가슴이 뜨끔하네요. 부작용, 후폭풍이란 단어 한 번씩 (한 문단 안에) 다 쓰고 나니까 다음 단어로는 패널티를 썼고. 어투의 느낌보다는 뉘앙스가 좋을 것 같아서 단어를 그리 채택했지만.
    한글을 써야 한다는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이렇게 쓰고 저렇게 쓰니까 새단어 쓰고 싶어서 외래어까지 건드리는데. 근데 이건 역시 변명이겠죠. 외래어 쓸 때마다 어휘력 수준에 대해서 막막함을 느낍니다. 이 글 읽고 한층 정진할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낡은사진
    작성일
    13.05.07 16:07
    No. 5

    어떤 짐승(어떤 동물인지 말하면 특정할 수 있을것 같아서^^)을 갑자기 키우게 된 주인공이 먹이를 고심하다가 선택한 것은 '밀크'였습니다.
    계속해서 '밀크'라는 단어가 나와서 저는 욕을 하며(마음속으로만) 선작 삭제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송풍정야
    작성일
    13.05.07 16:10
    No. 6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5.07 16:27
    No. 7

    +표강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곁가지
    작성일
    13.05.07 16:53
    No. 8

    저(영어단어잘 모르는 사람)와는 입장이 전혀 다른 분의 글을 보면서 무한한 공감을 느낍니다.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몰도비아
    작성일
    13.05.07 17:57
    No. 9

    동양판타지 좋아라 하는 저는... 한자어... 한문과 한글 사이에서 비슷한 갈등을 하곤 하죠..

    문제는 한문실력이 쥐뿔도 없다는거 ㅋㅋ

    같은 이유로 절대로 영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ㅇ.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Donovan
    작성일
    13.05.07 19:27
    No. 10

    하지만 외래어의 경우에는 학자들이 우리말로 순화한다고 하여도, 원래 쓰던 것이 익숙하여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엘리베이터의 경우에도 승강기라는 표현이 있지만 보통은 엘리베이터 라는 말이 익숙하여 그것을 사용하기 마련입니다.
    다른 경우로, 외래어를 순화하자는 취지에서 "WI-FI(와이파이)"대신 "근거리무선망"이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네티즌들을 통해 제안되었죠. 하지만 그 누구도 근거리무선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어딜 가서도 와이파이라는 단어로 통하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떠한 것이 만들어 졌을 때, 그것을 해외에서 만들었고 같은 나라에서 명칭을 부여했다면 전세계에서 그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최초로 만들어졌고 그 나라가 명명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각광, 주목"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굳이 Spotlight(스포트라이트)라고 말할 필요는 없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13.05.07 22:25
    No. 11

    굳이 따지면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외래어보다는 외국어라고 해야 맞긴 하군요. 하지만 외래어도 초기부터 이를 국어화하려고 애쓴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다방면에서 쉴틈 없이 몰아칠 경우에 구멍이 뚫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뚱뚱한멸치
    작성일
    13.05.07 19:49
    No. 12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는 아니지만,
    1. 모양 좋네
    2. 꼴 좋네

    순수한 우리말이 비꼬는 소리로 들리게 됩니다
    우리 말을 천시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개인적인 의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JasonJe
    작성일
    13.05.11 11:32
    No. 13

    공감이 가네요. 10년 조금 넘게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입장에서 봤을때는 '저게 뭔 말이래?'라는 생각이 드는 단락들이 제법 있습니다. 제가 아는 영어 단어랑 전혀 다른 뜻으로 한글 사이에 외국어가 들어갔을때가 그럴 때가 대부분이겠네요. 글을 쓴 사람이 그 외국어의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썼을 경우겠지요. 말을 할때도 그렇고 글을 쓸때도 그렇습니다. 한번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듯이 글을 쓸때도 한번 더 확인을 해보시는게 중요할거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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