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작품 하나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필력에 비해 유입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해서요.
우선 주인공은 IMF가 임박한 시기에 살고 있는 아마추어 게임개발자입니다. 속해 있던 게임제작동호회의 회장 형이 내가 회사를 세우려고 하는데 들어올래?라는 제안을 하고, 주인공도 흔쾌히 긍정의사를 밝혔지만 하루 아침에 태세를 전환합니다. 그 이유는 이상한 '꿈'을 꾸었기 때문인데요. 집안의 위기가 찾아와도 아집으로 회장 형과 게임개발에 매달린 주인공은 결국 돈도, 명예도, 가족도 모두 없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X발 개꿈!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결국 주인공은 그 꿈이 미래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3개월을 끙끙 앓았던 버그를 3초 만에 해결하는 코드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기 때문이죠. 이후 주인공은 꿈 속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며 새로운 인생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야기 진행자체가 꽤 현실적입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를 비롯한 친숙한 게임들의 역사, 게임 소프트웨어의 발전 등 짙은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을 과할 정도로 길게 서술된 부분도 있고, 주인공이 꿈=미래를 확신하지 하지 못한 채 긴가민가하는 과정에서 자기 합리화하는 부분이 길어 루즈하게 느껴지는 곳도 군데군데 존재했습니다. 허무맹랑한 내용들은 아니라 빈 껍데기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게임 개발을 17화부터 본격적으로 하니, 17화로 건너 뛰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게임은 상당히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작중에 주인공이 만든 게임을 타인이 플레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는 오른쪽 화살표 방향키를, 어디서는 위쪽 화살표 방향키를 써야 한다며 공략법을 찾는 플레이어의 모습에 읽는 저도 모르게 동기화가 되더라구요. 또한,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 조형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라 전체적으로 몰입하며 계속 읽게 됩니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사건 전개의 소설에 지치셨다면 한번쯤 찍먹해도 좋을 리얼하면서 디테일한 소설입니다. 취향에 맞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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