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읽은 3종의 무협소설이 있다.
한수오님의 아수라 설봉님의 대형 설서린 그리고 다시 읽은 좌백님의 혈기린외전이다.
각기 나름의 재미와 애정을 많이 지니게 하는 소설들 이다.
좌백(본명 장재훈ㆍ38)님은 대도오를 비롯하여 최근 집필하고 있는 천마군림 5권
까지 나름의 무협세계를 뚜렷하게 구축하고 있는 작가이다.
혈기린외전을 다시금 펼쳐 읽으며 처음 시작부터 드러나는 문체에 주목해보자.
고전음악에 있어 후기 낭만파에 해당하는 구스타프 말러식의 움울하고도 서늘한
냉소적인 죽음이 배어난다.
극히 단순한 출신배경을 가진 왕일-다만 왕씨 집안의 첫째라는 이름으로 - 불리우는
농사꾼인 주인공이 집안을 위해 군역을 대신가면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출발에서
작가는 대의나 거창한 협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또한 기연을 통한 몇갑자의 내공을 얻거나 초절미녀들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사랑가를
완성 시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남전을 연상 시키는 실전무예를 바탕으로하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생의 밑바닥에 흐르는 원초적인 민초들의 애환을 전율스런 언어로
내던진다.
1부 제목 ‘협객불망원(俠客不忘怨ㆍ협객은 원한을 잊지 않는다)에서 볼수 있듯이
중원을 아우르는 협을 말하진 않는다.
개인적인 원한에서의 출발,그 비극의 점철로 부터 왕일이 극복하는 협객의 자세를
보여주면서 작가는 도식적인 무협소설의 탈피를 제시하고 있다.
2부 협객불상신(俠客不喪信ㆍ협객은 신의를 지킨다)에서 비로서 전통의 무협 소설
형식을 조금씩 작가는 접목 시켜 나간다.
하지만 가볍지 않은 문장이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특유의 비장미,그리고 힘차게 내딛는 박투의묘사가 "한칼에 수백을 죽음에..."라는
공허함을 부정한다.
또한 업보마냥 죽음에 이르는 누이를 통해 왕일의 가족의 상실...그리고 죽음을
쉽지않게 각인 시킨다.
무협에서 다루는 죽음이 다 가벼울수는 없다는 진지한 접급이다.
나는 이소설이 다른 장르의 대하소설에 못지않다는 느낌을 버릴수 없다.
몇백만부 팔린 황석영님의 "장길산"이나 김주영님의 "객주"에 비견해서 추구하는
장르만 다르지 나름의 훌륭한 스토리 전개와 문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건
무협을 사랑하는 마음이 앞선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협 하나를 6년이 넘게 붙잡고 협객이라는 나름의 화두를 진지하게 풀어
나가는 작가의 실험 정신이 요즘 출간된 여타 신무협보다 신선하다.
"살아있다는" 싱싱함이 도입부 1권부터 느껴진다.
형식의 타파는 요즘 신무협이 중국무협이나 이전 박스 무협과는 차별되야 한다고
누구나 느끼지만 혈기린외전만큼 그 무게감을 주는 작품이 드물다.
자유로움은 그 기본이 충실해야만이 진정한 자유로움을 줄수 있는게다.
희극적인 문체에 숨겨진 인간적인 비애가 부재하다면 희극일수 없다는 진리처럼
알맹이 없는 글의 나열이나 가벼운 재미만을 추구 한다면 허황된 복귀일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좌백님의 혈기린외전은 출중한 소설이다.
가볍지 않치만 너무도 탄력적인 흥미와 긴장감을 주게한다.
아마 이소설은 30년이 지나 다시 읽어도 훌륭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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