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일님의 쟁선계를 읽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1권 3분의 2 가량
읽다가 덮고 말았습니다. 너무 기대가 컸던 까닭일까요? 아니면 옥석을 구분하지
못 하는 저의 한계일까요.
글을 읽다보면 차분하게 앉아서 글자 하나 하나를 곱 씹으며 정독 할 수 있는
글이 있는 반면에, 글 자체가 휙휙 날리는 느낌을 주며 도저히 정독 할 수가
없는 글이 있습니다. 아...그렇다고 이 작품의 글이 무슨 어기충소의 신법을
펼치며 날아 다닌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줄거리 자체가 어딘지 모르게 겉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붙 들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3박 4일의 대여 기간동안 그 정도 분량밖에 읽지 못 했으니...하지만 전 정말로
읽고 싶었습니다. 틈틈히 책을 펼쳐 들었지만, 이내 다시 접고는 딴 일을 하게
되더군요. 제가 조금은 부산스러운 면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정말로 재미 있고
흥미를 느꼈다면 아마도 다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결국 반납일이 다가왔고, 서로 믿는 신용사회 건설을 위해 저는 아무런 미련 없
이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뭐....후회는 없습니다. 좌백님이 어쩌고 저쩌고...용
대운님이 어쩌고 저쩌고는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 분들도 절 상관 않을테니
까요..^^ 중요한 건 독자 개개인의 생각입니다. 어차피 작가들은 자신의 글을 독
자에게 시집 보내는거기 때문에, 내 집에 들어 온 며느리를 구박 하던 칭찬 하던
간에 이미 남의 자식이나 마찬가지..! 함부러 가타부타 말을 못 하지요. 그게 싫
으면 천년,만년 옆에 끼고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주인공 이름이 석대원인가요? 석대운인가요. 하여튼 그 석모 라는 사람이 등장
하는데요..작가는 초반 부분을 어떻게 설정을 했는지 몰라도 너무 어렵게 풀어
나가는 듯 했습니다. 성급한 제 성격 탓일지는 몰라도, 조금은 답답 하더군요.
사건들을 쭈욱 나열은 하는데.. 물론 나중에 그 것들을 보기 좋게 짜 맞추는 것은
작가의 설정이요, 안배이겠지만 충분한 설명이나 개연성이 조금은 부족한 듯 했습
니다. 마치 큰 나무의 가지는 보여 주면서, 정작 그 나무는 보여 주지 않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적어도 그 나무의 밑둥이라도 조금씩 보여 주었더라면 독자인 저로서
는 조금은 읽기가 편 했을 겁니다. 아마도 작가는 완벽을 추구 했거나, 영화 식스
센스의 경천동지 할 반전을 꾸몄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완결이 아니기 때문에 확
인 할 길은 없습니다. 허나 헛점을 드러 내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이지
요.
일본의 전설적인 도성(刀聖) 미야모도 무사시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
" 이기는 것 보다 져줄 줄 아는게 더 어렵다. '
진정한 명인(名人)은 져 주는 방법을 안다고 합니다. 진정한 글 쟁이는 독자로 하
여금 자신이 파 놓은 함정에 걸려 들게 끔 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것
을 철썩 같이 믿게 해야 합니다. 즉, 일부러 헛점을 보이는겁니다. 그런 후에 보
기 좋게 뒤통수를 오갑자의 내공이 실린 일거섬멸수로 후려 갈기는겁니다.
" 후후후...요건 몰랐을거다. 우겔겔겔..."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작품은 그런 헛점을 용납하지 않더군요. 다시 말 하면 너무
완벽을 추구 했다 이겁니다. 반대로 말 하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
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옥수당 천궁님의 댓글 중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 에효오오..제가 너무 뻔한 수순을 밟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 겁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파고 들어 갈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는겁니다. 독자와 같이 호흡 하면서, 때로는 작가의 생각을 미리 추리 하고는
" 작가님...요렇게 저렇게 할려고 그랬쥬? ^^"
" 허거걱...워치케 알았슈? 암튼 도사시구만유. ^^"
" 우히히히...거 봐유..제 생각이 맞잖아유. 맞고요..^^"
이 얼마나 보기가 좋습니까. 그러면서 작가는 뒤 에서 소리 없이 칼 을 갈면서
' 두고 봐라...낸중에 보기 좋게 물 먹일테니께...므흐흐흐..'
................!
쟁선계...! 많은 기성 작가들께서 칭찬을 하시니 분명히 좋은 글 임에는 틀림
없는 거 같습니다. 허나 지극히 평범하기만 한 우리 독자들...대부분의 독자들은
분명히 다가 가기가 어려운 작품입니다. 아마도 저주 받을 걸작이 아닐까 싶습니
다. 언젠가 이 작품이 완결이 된 후, 정좌 하고 운기행공을 한 다음에 다시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그 떄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으나...!
- 비 오는 밤 행운객잔에서 아수라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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