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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土地 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1.07 07:59
조회
1,216

제목 : 토지 土地, 1969~1994

저자 : 박경리

출판 : 솔

작성 : 2005.03.21.

  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제 컬렉션 중 가장 말이 많았었던 토지수집의 여정. 책을 수집할 당시에는 ‘나남’출판사에서 재판 본이 나올 예정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서점에서 사라져가던 컬렉션. 그런 이유로 전국에 가까운 많은 서점과 헌책방을 전전하며 1권만을 수중에 넣지 못했었고, 마침 어떤 분의 도움으로 전 16권의 묶음을 한 번 더 모았지만 파손되어있던 1권. 책  대여점에서 책을 빌려 파손된 부분만 복사해 끼워둔 뒤 찝찝한 기분으로 수집 종료를 선언했었지요. 그러다가 정작 나남 출판사의 전 21권의 토지가 시중에 나오게 되고, 그 여파인지 드디어 솔 출판사의 1권이 헌책방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아아 근 2년에 가까웠던 32(16 × 2)권의 토지수집 대장정(?)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런 역사를 가진 책을 3년 동안 읽고 있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 미안한 감도 없진 않군요(웃음)

  이런 하소연 같은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그럼 대하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박경리님의 토지. 그 작품의 세상을 살짝 소개해보겠습니다.

  경남 하동 평사리라는 마을. 한가위를 배경으로 즐거운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최참판 댁의 기괴한 분위기와 함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고 보니 토지의 이 시작부분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비밀이 많아 보이는 구천이라는 머슴의 숲 속―달빛 아래에서의 절규에 가까운 흐느낌이 가장 인상 깊게 떠오르는군요.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동학'이라는 존재의 등장과 함께 1897년의 한가위부터 1945년의 해방까지 근 50여 년 동안의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로 발전하게 됩니다. 네? 아 그 시대가 어떤 시대냐구요? 우리나라의 가장 한 맺힌 시절의 이야기, 즉 ‘일제침략기’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토지라는 작품을 교과서 등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접하셨던 분이라면 최서희라는 캐릭터를 많이 떠올리실 듯 합니다. 처음에는 가장 귀엽게 그리고 시대 속에서 가장 강인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인으로 등장하는 최서희. 이 작품은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로 그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로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아. 먼저로는 최참판 댁의 몰락과 함께 서희 일행이 만주로 떠나게 되면서부터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장대한 서사와 수많은 주인공들. 이제까지 접했었던 작품들과 달리 100페이지만 읽어도 멀미가 났었지만 알지 못할 중독증으로 틈만 나면 읽어나갔던 작품. 주인공들과 함께 웃고, 울고, 시대를 논했었던 작품. 그렇게 ‘완결편’을 덮는 순간 느꼈었던 충만함의 행복한 두통. 이 감상문을 작성중인 요즘 원작의 완결 후 처음 제작 방영되는 드라마 토지를 내무반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그저 슬플 따름입니다. 소문으로는 원작과 드라마가 분위기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하는데요. 광고용으로 살짝 살짝 지나가는 화면만 가지고는 그저 호기심만 증폭될 뿐이라 잘 모르겠군요(웃음)

  6․25도 그렇지만 해당 시대를 체험해보지 못한 체 전쟁 불감증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한창 독도문제로 시끄러운 3월의 오늘날. 일제 침략기를 살아가는 수많은 주인공들과 함께 한 맺힌 시대를 대리 체험해 보았습니다.

  환상 문학이나 무협지는 열권이 넘어가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정작 우리 민족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대하소설은 페이지의 압박을 느낀다며 피하는 분들이 더러 보이는데요―아 물론 저도 그랬었기에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 말이죠. 하지만 막상 페이지를 넘기는 수간 느껴지는 흡입력은 페이지의 압박을 각오하고 읽은 제가 감히 보장합니다.

  대하소설. 대하소설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사전에서 찾아보니 [대ː하―소설(大河小說)[명사] 여러 대에 걸친 시대 배경과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방대한 내용을 담은 소설.]이라고 나와 있군요. 문득 생각나는 또 하나의 대하소설이 있었으니 안성기씨 주연의 영화 '태백산맥太白山脈'의 원작 소설 ‘태백산맥(조정래趙廷來 저)이 떠오릅니다. 10권으로 완결되어있으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소설.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교과서적인 역사를 싫어하는 저. 하지만 이런 소설을 통해 말해지는 시대의 드라마는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Ps. 네? 두 세트나 가지고 있으니 팔라구요? 글쎄요.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질 때마다 한 권씩 주고 있는 처지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중고서적에 가면 조금씩 쌓여있는 것을 보실 수 있으며, 나남 출판사용으로 출판되어있으며, 가볍게 읽으시려면 청소년 토지(전 12권)도 시중에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08.01.07 09:25
    No. 1

    우리문학사에 토지만큼의 가치를 가진 소설은 정말 드뭅니다.
    그것은 인정해야겠죠.
    허나 그것이 작품의 본래가치를 뛰어넘어 성역화되고
    권력화된다면 어떨까요?
    어느 경우에라도 비판은 필요합니다.

    토지의 문제점은 작품 내에 있지 않고 작품 외에 있습니다.
    토지가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세기 초 독립운동사 왜곡, 항일운동사 왜곡,
    무엇보다 조선과 대한민국의 계승성을 왜곡합니다.
    그로 인한 수구기득권층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문학작품.
    태백산맥과 반대되는 경우죠.
    문학 또한 최상층에 서기 위해서는 기득권과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이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나다해도 용공물이라고 판단했다면
    살아남기 힘들었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08.01.07 09:27
    No. 2

    역사적으로 소설, 기행문 등의 출판물을 통한
    의도적인 역사왜곡이 가장 기승을 버린 것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중반입니다.
    문학작품이 내재적인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을 속이는 첨병이 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카르마신
    작성일
    08.01.07 11:19
    No. 3

    엔티가 감상란에 나온건 몇번봤지만, 설마 토지가 감상란에 올라올줄이라곤... 토지..저는 고등학교때 21권 완결로 된거 4권까지 읽다가 멈춘 기억이 생각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표풍대제
    작성일
    08.01.08 09:41
    No. 4

    토지 뿐만이 아니라, 태백산맥 또한 특정가치관 하에서의 왜곡작품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에 맞는 독서는 성인이 되고 나서의 일이 되겠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무협낭인
    작성일
    08.01.09 10:47
    No. 5

    학문 서가 아닌 소설은 자기가 보고 싶은 책, 관심 있는 책,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겁니다.
    현재 한국문학의 몰락을 가져 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특정 작가나 특정 독자들이 민족수난, 이데올로기 등 어렵고 난해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오직 이런 장르만이 수준 높은 소설이고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 도서인양 사람들을 부추기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통에
    일반독자들의 관심이 한국문학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자신이 재미있게 읽었으면 된 겁니다. 추천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판타지나 무협소설은 10권 이상도 쉽게 읽는데 대하소설(?)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은 좀 주제넘은
    간섭이 아닌가 합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만나서 이빨만 까기는 싫어
    점잖은 척 뜸들이며 썰풀기는 더욱 싫어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휠링
    가자, 장미여관으로!
    화사한 레스토랑에서 어색하게 쌍칼 놀리긴 싫어
    없는 돈에 콜택시, 의젓한 드라이브는 싫어
    사랑은 순간으로 와서 영원이 되는 것
    난 말없는 보디 랭귀지가 제일 좋아
    가자, 장미여관으로!
    철학, 인생, 종교가 어쩌구저쩌구
    세계의 운명의 자기 운명인 양 걱정하는 체 주절주절
    커피는 초이스 심포니는 카라얀
    나는 뽀뽀하고 싶어 죽겠는데, 오 그녀는 토론만 하자고 하네
    가자, 장미여관으로!
    블루스도 싫어 디스코는 더욱 싫어
    난 네 발냄새를 맡고 싶어, 그 고린내에 취하고 싶어
    네 치렁치렁 긴 머리를 빗질해 주고도 싶어
    네 뾰족한 손톱마다 색색 가지 매니큐어를 발라 주고도 싶어
    가자, 장미여관으로!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휠링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08.01.09 14:10
    No. 6

    코끼리손 님의 답글에 대해서... 작품은 작품 그자체로만 평가 받았으면 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퇴마록이나 건축무한 같은 경우에는... 무서운 세상이군요 크크크크크

    카르마신 님의 답글에 대해서... 저는 할일 없는 군생활 동안 정말 줄기차게 읽었었습니다 크핫핫핫핫

    표풍대제 님의 답글에 대해서... 그러게요. 다양한 장르로의 도전. 반드시 필 입니다 하하하하핫^^

    무협낭인 님의 답글에 대해서... 요즘 마침 마광수님 작품 수집에 들어갔는데... 장미여관은 비싸더군요 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韓熙星
    작성일
    08.01.09 17:40
    No. 7

    재밌겠군요. 책방 가야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08.01.10 01:30
    No. 8

    이 책은 현재 나남 출판사 것을 만나기 쉬우실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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