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맹주
출판사 : 로크미디어
정구님의 맹주 1,2권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한 정구님의 작품입니다.
사실 정구님의 경우는 문피아에서도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작가분이신 걸로 아는데요. 그런 정구님의 소설을 처음 읽게된 것은 약간 글을 고지식하게 보는 저의 선작취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지식한건지 애매모호한걸 싫어하는 것인지, 장르를 볼 때도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게 퓨전장르는 일단 제쳐놓게되더군요. 다른게 아니라 정구님의 전작들이 대개가 퓨전장르이다 보니, 정구님의
작품들은 저의 선작목록에서 제외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정구님의 '맹주'를 한단어로 표현하자면, '쓰디 쓴 캔디'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겉보기엔 더 없이 달콤해보이고, 실제로도 그러한 것이 캔디이지만, 마치 달달해보이는 사탕을 입 안에 던져넣었더니 실제로 그 맛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쓰디쓴 맛이더라... 라고나 할까요?
맹주를 읽고 감탄한 것은 바로 그러한 부분입니다.
무협소설의 흔한 레파토리를 예측하면서 읽어나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조금씩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을 조금씩 받아요. 그리고는 묘하다는 느낌을 받게되죠. '묘하다'라는 느낌이 이상해서 그 느낌의 연원을 곰곰 생각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흔한 레파토리와 흔하지 않은 캐릭터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확대해석하는 것인 지는 모르지만, 제가 맹주를 읽고 느낀점은 정구님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 해요.
성장환경 탓에 나이답지않게 똘똘한 면모를 보여주던 주인공이 처음 느낀 사랑에 애달아 어울리지 않게 무모해지기도 하고,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은 현실에 채여 소설의 주인공답지 않게 맥없이 꺾이기도 하죠.
천한 태생으로 그런 태생을 혐오하며 신분상승의 열망을 가진 조소연은 자신과 비슷한 태생을 가진 주인공이 그래서 싫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지만, 주인공의 순수하고 끈질긴 구애에 못이겨 마음이 열게되죠. 그러나 매몰찬 현실은 끝내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홍영에게 칼을 날리면서 결국 눈물흘리게 만들며, 그 마음은 애증의 형태로 변질되어 주인공을 죽이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남겨지기도 하고요.
아들을 한없이 애지중지하고 위하는 아버지(무림맹주)의 마음은 참 슬프게도 아들에겐 트라우마가 되어 그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일컬어 악귀라 부르기도 하고요.
이러한 과정들을 작가님은 결코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아요.
그저 메타포로서 툭툭 던져줄 뿐이죠.
'현실'이라는 말이 그렇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가 그렇고, '천한신분'이 그렇고 '눈물'이 그렇고, 반드시 죽이겠다는 '다짐'이 그렇고,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악귀같은 얼굴'이 그렇죠.
달콤하게만 보였던 캔디는, 결국 쓰디쓴 맛을 가졌던 걸까요?
작품이 아직 끝이 나지 않았고, 정구님의 이전 소설들을 읽어본 적이 없어 작가님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캔디의 맛이 결국 어떤 것이 될지는 도저히 예측하기가 힘드네요.
하지만 제가 단걸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저는 역시나 달콤함을 가장한 쓴 캔디가 되기보다는 쓰디씀을 가장한 달콤한 캔디가 되었으면 해요. ^^
감상문을 쓰다보니 조금 기분에 취한 나머지 약간 난해해진 것 같은데요. ㅎㅎ
그것과 별개로 소설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되려, 주인공의 좌충우돌식의 전개가 굉장히 술술 읽히면서도 재밌고,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대사같은 것들은 (노골적인 욕이나 기타 등등) 웃음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무협의 백미인 싸움묘사에서도 굉장히 뛰어나시고, 또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보통의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이번 맹주를 보면서는 거의 한시도 눈을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그동안 몰랐던 작가님의 정말 좋은 글을 읽었다는 뿌듯한 마음에
무조건 무조건 추천 한표!를 날리면서 부족한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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