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와타야 리사
작품명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출판사 : 황매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걷어내듯, 내 마음에 끼어 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법한 청춘 시절의 일상과 고뇌를 생생하게 그린 소설. 좋아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사랑스러운 건지 괴롭히고 싶은 건지, 자신도 파악하지 못하는 나나가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하츠는 '발로 차주고 싶다'라고 표현한다. 타인과의 소통의 가능성을 부정하려 애쓰던 '하츠'의 고독한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껍질'은 얇게 쓸려나간다. 젊은 세대의 리얼리티를 그린 소녀의 숨 막힐 듯한 감각이, 마음 한 구석을 나이프처럼 찌르고 들어오는 성장 소설. 제130회 아쿠타가와상 공동 수상 작품이다. - 교보문고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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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회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이자, 작가를 최연소 아쿠다가와상 수상자로 만들어준 소설입니다.
사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말해보라면, 상당히 황당한 이야기가 되는데...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판에서, 나가토 유키가 읽고 있던 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최연소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에, 뭔가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하늘색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표지의 소녀. 그리고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이라는 특이한 제목. 그 때문에 이 작품이 뇌리에 꽤나 깊숙히 박혔지요.
그런 와중, 라이트노벨에 대한 논담을 보는데,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도, 라이트노벨로 볼 수 있다'라는 문장이 있어, 그 이후 언젠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도서할인전에서 이 책이 있는것을 보고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지 얼마 안된 시기, 반에 섞여들어가지 못하는 하세가와 하츠. 과학실험을 위해 조를 나누게 되었을때, 남는 인원이 된 두 명 중 한 명. 그런 그녀가 발견하게 된 '또 한명의 남는 사람' 니나가와 사토시.
끊임없이 안으로 파고들며, 주변에 반발하고, "다른 아이들, 수준 낮지 않니?"라는 말을 꺼내는 하츠. 그러면서도 무신경한 따뜻한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다른 아이들의 인간관계를 훤히 파악하고 있는 하츠.
'올리짱'이란 패션모델의 열성 팬으로, 친구는 커녕 부모하고조차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히키코모리적 성향이 다분한 니나가와. 그러면서도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애."라는 말을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충분히 자각하고 있는 니나가와.
그런 니나가와의 '고양이처럼 움츠린 등'을 보면서 '발로 차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하츠의 감정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어느 면에서는 닮아 있는 니나가와와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보이는 일종의 '자기 혐오'의 감정과, '관계의 형성'을 원하는 일면의 발로일 것입니다. 저 아이라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합리화하고 있는 그 모습이, 저 아이의 '기분나쁜 모습'과 그다지 다를 것 없다는 작은 자각.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발로 차고 싶다', '아픔을 주고싶다'라는 문장으로 표현됩니다. 그건 이해자가 되지 못하는, '올리짱'만을 바라보는 니나가와에게도,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자기 자신에게도 동시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세계와 자신을 나누고 싶어하면서도, 그 세계에 편입되고 싶어하는 마음. '미숙할 뿐'인 그 마음이, 날카로운 문장과 생생한 비유로 다가오는, 그런 소설입니다. 니나가와와 하츠의 어찌보면 연애담이고, 어찌 보면 '그저 그 뿐인' 이야기일지도 모를 몇몇 에피소드들은 이 소설의 줄기를 이루면서도, 이 글을 '멜로'로 정착시키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법 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바로 종결되어 버리는 이 글의 구조는 약간 아쉬우면서도, '충분히 할 말은 다 했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가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하츠도 그렇고, 니나가와도 그렇습니다. 사춘기는 그런 시기의 절정일겁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를 제고하게 됩니다. 하츠와 니나가와는 너무나 강한 '자기' 때문에 이 시기의 고민이 더욱 크면서도, 그 고민은 사춘기를 겪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그토록 큰 인기와, '아쿠다가와 상'이라는 일본 최고의 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겠지요.
결국, 이 소설이 라이트노벨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의 이야기의 큰 축이 남녀 고등학생의 '연애로 볼 수 있는 무언가'라는 것(보이 미트 걸의 공식)과, '10대 청소년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라는 면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와타야 리사가 이걸 썼을때가 19살 때이니, 그들의 감성에 맞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것은 당연한 것일겁니다. 그 감성을 성인층에게까지 설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한 그녀의 솜씨겠고, 이런 소설에게 아쿠다가와 상을 줄 수 있는것은 일본 문학계의 특징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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