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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us meet 감상

작성자
Lv.56 Eclipse
작성
08.11.27 17:01
조회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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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방향으로 걸어나아간다.

저마다의 결의, 저마다의 길.

그들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

위의 대목은 Liarsoft의 Forest에서 가져왔습니다.

Let us meet의 엔딩을 보신 분들은 기묘하게 싱크로되지 않으시나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리담이 에르엣을 긍정해주는 부분에서부터 마지막 엔딩에 이르기까지.

소년에게는 자신을 긍정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에르엣은 마지막에 가서야 긍정받았고,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더 걸어나갈 수 있겠죠. 절망과 고독으로 가득 찬 길을.

그리고 소녀는 원체 스스로 걸어나가도록 만들어진 강인한 유전자의 산물입니다. 소녀는 소년과 같은 '신념'에 대한 거창한 고민 없이도 결국 현실을 잘 걸어나갈 수 있는걸요. 결국 리담 또한 '반대쪽 달' 없이도 앞으로의 현실을 잘 걸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더할나위 없는 해피 엔딩이었습니다. 그죠?

.................

하지만 그들이 '반대쪽 달'의 존재를 마지막에 가서 부정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역시 화가 난다고 할까. 슬프더라고요.

전 그들이 부러웠는데 말이죠.

소녀가 청년을 보고 느낀 확신감은 결국 거짓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그건 이를테면, '일상을 벗어나게 해줄 존재'로서 청년을 갈구하던 소녀가 뒤늦게야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반대쪽 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또한 청년이 자신의 생각보다 이해하기 힘든 존재였음을 깨닫고 마음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째서 '반대쪽 달'이 없다는 근거가 된다는 거죠? 전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반대쪽 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청년은 소녀를 이해하고, 소녀는 청년을 긍정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소중한 존재가 되기까지는 단 한발짝이었던 겁니다. 그 한 발짝이 그렇게나 절망적이었나요? 못 견딜 정도로 고단하던가요? 그래서 결국 '반대쪽 달'을 다시금 부정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였나요?

하지만 왜 그 너머를 보지 못하죠?

물론, 현실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잔혹합니다만, 전 그들이 반대쪽 달을 긍정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너머'를 보아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로맨틱해지길 바랐습니다.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낭만적으로 낙관하며 현실을 걸어나가주기를 바랐습니다.

좀 더 그동안의 자신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자문해보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긍정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긍정하려는 심정'을 가졌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낭만주의적이라도. 혹은 그것이 현실을 기만하는 것이더라도.

하지만 그 점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더라고요. 마지막의 '편지'에 나타난 리담의 대사에서 이런 심정이 조금은 나타나고 있다고도 생각해보지만.

저는 긍정 끝에 얻은 행복은 보았지만 부정 끝에 얻은 행복은 보지 못했습니다. '반대쪽 달'에 대해서 부정하든 긍정하든 그들은 그들의 현실을 걸어나가겠지만...아니,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나 생각하지만, 역시 그들이 그것을 긍정하려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제 자신의 로맨티시즘일까요? 혹은 편견에 기인한 마음가짐일까요?

여하튼 Let us meet은 괜찮은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소녀스러운 고민에서 시작하여 소녀心적인 면을 다루는 선에서 그칠 것 같았던 이야기는 청년의 신념과 현실과의 마찰, 딜레마를 끌어들이고, 두 사람의 마음을 적절히 교차시키다가 결국 '라이트하게' 서로의 현실을 걸어나간다는 엔딩으로 제 마음을 뒤흔들더군요. 간만에 좋은 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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