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민영
작품명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출판사 : 황금가지
시작부터 말하기엔 조금 뭣하지만 저는 게임 판타지를 싫어합니다.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퀄리티의 글들에 데인 적이 있어서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몰입이 되지 않아서였죠.
그렇습니다. 게임 판타지. 게임. 게임 속의 케릭터는 죽을 수 있지만 현실의 게이머는 죽지 않습니다. 죽으면 진짜 죽는 여타 다른 장르의 소설에 비하자면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현실의 게이머가 진짜 죽는다? 이 또한 참 말이 안되는 설정이겠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의 설정은 아주 훌륭합니다. 비록 현실의 게이머가 죽지는 않으나 게임 속의 케릭터가 죽습니다. 죽는 순간 삭제 되어버리죠. 디아블로2의 하드코어 케릭터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또한 NPC 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몹들이야 NPC 이고 여관 주인이라거나 식당 주인 또한 NPC 이겠지만 주인공과 실제로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는 건 플레이어입니다. 따라서 NPC 죽었다고 울고 불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을 연출하는 주인공을 볼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알고 지내던 사람(플레이어)이 죽었는데도 너무 쿨해서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죠.
그리고 보통 보면 플레이어 = 게임 케릭터가 되는 여타 소설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의 게이머가 게임 속의 케릭터를 온전히 컨트롤 할 수가 없죠. 게임 속의 세계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는 있지만 조종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음... 뭔가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심즈' 라는 게임을 아시고 또한 해보셨다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게임 속의 심을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라 뭘 해라 라고 명령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하는 것은 게임속의 케릭터이고 어떻게 할지 또한 그걸 진짜로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역시 게임속의 케릭터 입니다.(컨디션 나쁘다고 직장 안찾는거 보면 아오...) 그렇기에 더더욱 몰입이 되죠. 게임 속의 케릭터는 케릭터. 현실의 주인공은 주인공 이렇게 명확하게 분리가 되니 말입니다. 또 케릭터가 명확하게 분리가 되기에 게임 속과 현실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으로 전개 됩니다. 현실이 게임에 종속 되는, 막말로 현실 파트 삭제해도 읽는데 지장 없는 여타 게임 소설과는 전혀 다르죠.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겠죠. 제 아무리 설정이 참신하고 또 마음에 쏙 들어도 스토리의 재미가 없으면 안되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감상문을 쓰는 건 물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한 낮. 태양이 쨍쨍 내려쬐는 거리에서 발목을 휘감는 끈적한 느낌을 즐기는 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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