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불의 왕
출판사 :
몇몇 추천글을 읽으면서 한결같은 반응을 볼수 있었다. 현실세계에 너무 오래 있다는 것, 쉽게 말해 빨리 넘어가서 깽판치라는 것일까? 하긴 너무 답답한 주인공의 현실에 그런 맘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재미가 없다는 말에는 질색을 할 수 밖에 없다.
재미란 것은 판타지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봐도 재미가 있고 만화를 봐도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소설은 판타지에서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일반 문학도 재미가 있고 시도 수필도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이 판타지냐 아니냐를 보지말고 재미있는가 없는가를 봐야할 것이다. 언제 넘어갈 것이냐를 보지말고 재미있는가 없는가를 봐야한다. 언제 깽판칠 것인가를 보지말고 재미있는가 없는가를 봐야한다. 그래도 재미가 없다면 안보면 될 일이다.
그건 취향차이고 글 읽기의 차이지만, 판타지가 아니라서 재미가 없다, 현실을 너무 오래 묘사해서 재미가 없다는 등의 주장은, 이미 판타지를 보는 자신의 눈이 편견으로 가득 차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초반에 대충 현실에서 놀다가 1권안에는 넘어가야 판타지다라는 편견 말이다. 3권이 될지 4권이 될지 몰라도 어차피 판타지적인 요소가 등장할 것은 뻔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판타지라는 명함을 달고 출판할리가 없는 것이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다. 완역본을 보면 그 엄청난 분량에 놀라지만 읽어보면 그 중의 3분의 1정도는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것에 더욱 놀란다. 주인공이 잡혀가기까지 3권중 1권 가까이가 소요되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이라는 유명한 소설도 있다. 읽어보면 나름대로 재미도 있으나 전혀 쓸데없는 사건들-최소한의 역사적인 배경이라는 측면은 있지만-이 엄청난 분량으로 틀어박혀 있는데 놀랄 것이다.
아마 불의 왕을 2권까지 현실세계에 있어서 재미없다고 평가한 분들이 위의 두 소설을 완역본으로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권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소설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것이고 화끈하게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 것에 실망할 것이다. 상관없는 스토리가 끼어드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책을 독파하고 났을 때의 즐거움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책은 책으로서 봐야한다. 재미를 구한다면 재미를 느끼고자 하면 된다. 언제 넘어갈 것인가 언제 깽판칠 것인가하는 의문은 책을 읽는 하나의 요소면 충분하지 그것이 주가 되어 책을 평가하는 것은 주객전도다. 차분히 책을 읽어나가자. 조바심을 가지지 말자. 나올 때가 되면 나올 것이고 이야기는 흘러갈 것이다. 그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보는 것이고 재미없으면 보지 않는 것이다. 현실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 재미없다는 말만은 하지말자.
p.s 정구라는 작가의 글은 항상 논란이 된다. 나는 신승의 후반부를 뺴면 그의 글들을 좋아하지만, 그를 대하는 몇몇 독자의 반응은 의문스럽기만하다.
엘란을 대하고 어떤 사람은 판타지인지 무협인지 구분이 안되서 싫다는 말을 하고, 신승을 대하고 어떤 분들은 제목이 왜 신승이냐 그래서 싫다는 말을 한다. 이제 불의 왕까지 오면 현실에 너무 오래 있어서 판타지가 아니라 싫다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이쯤되면 정구 작가를 대하는 어떤 편견까지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라이벌 출판사나 작가의 공작이 아니라면 정구 작가에게 어떤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그런 트집들이 꾸준히 나올 이유가 있겠는가.
판타지인지 무협인지 구분이 안되면 어떤가? 제목과 일치하는 내용의 소설이 얼마나 되는가? 현실에 얼마까지 있어야 판타지인가? 3분의 1? 10분의 1? 초반에 넘어가야 판타지인가?
다음 소설에서는 그의 바뀐 필명을 기대한다. 독자들에게 어떤 편견도 가지게 하지 않고 소설 자체만 읽을 수 있도록 자유를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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