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도 “바꿔라” 시끌…감독 경질 논란 ‘닮은 꼴’
[국민일보 2005-08-21 21:35]
가히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네티즌은 포탈사이트 네이버를 통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차범근 수원 감독(35%)과 한일월드컵 당시 펨 베어백 코치(26%)를 손꼽고 있다. 또 국내파 감독이냐 해외파냐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K리그 감독들은 국내파 감독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 여부를 논의하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는데도 저마다 한 마디씩 훈수로 시끌벅적하다.
이는 축구협회 수뇌부가 23일 기술위원회(이회택 위원장)의 최종 결정에 앞서 여론에 휩쓸려 경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06독일월드컵 본선을 10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독 경질 논란은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 때의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다.
2001년 1월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그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에서 0대5로 참패한 뒤 8월 체코와의 평가전에서도 0대5로 졌다. 이 때문에 '오대영'이란 별명을 얻은 히딩크 감독은 퇴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상처만 남긴 히딩크식 실험' '뚜렷한 성과없이 독불장군 불명예' '히딩크호 이대론 안된다' '이제라도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 당시 신문들의 스포츠면 제목이다.
한국대표팀은 이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골드컵대회에 출전해 1승도 못올리며 2무3패를 기록했다. 한일월드컵을 불과 4개월 남짓 남은 그 때에도 '히딩크 감독이 전술훈련은 외면한 채 체력훈련만 시킨다' '고집을 꺽지않고 패배할 때마다 말을 바꾼다' 등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을 이뤄내자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은 탁월한 선견지명으로,고집불통은 '굽힐줄 모르는 명장의 마이 웨이'라는 극찬으로 둔갑해 버렸다.
지난 한일월드컵에서 대표팀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씨는 "히딩크와 본프레레 감독의 차이는 책임감과 일관성"이라며 두 감독의 비교되는 부분을 나름대로 평가했다. 박씨는 "히딩크 감독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며 "자신이 책임져야 될 부분은 떠안으면서 뚜렷하게 대표팀의 진행 방향을 제시해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고 회상했다.
반면 지난해 6월 부임한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으면서도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변명과 앞뒤 말이 잘 맞지 않는 언변으로 신뢰를 잃고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이재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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