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재되는 글들을 읽다 보면 유난히 현재 시제와 과거 시제가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이런 거지요.
A는 갑자기 욱하는 감정이 든다.(현재)
그래서 그는 B를 지긋이 노려보았다.(과거)
비웃음을 띠고 있던 B는 사나운 A의 눈길을 접하고 잠시 움찔한다.(현재)
하지만 곧 이를 가는 소리를 내며 말을 뱉었다.(과거)
문법적인 이야기는 둘째치고라도 사실 이런 식의 시제 혼용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맥락이 뚝뚝 끊기게 만듭니다. 어떤 작가님들은 거의 습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식의 시제 혼용을 남발하더군요. 내용이 꽤 재미있는 글이라고 생각해서 읽다가도 이런 문장이 계속되면 짜증이 나서 결국 읽는 걸 포기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소설 작법이 실험되던 구한말이라면 모를까, 근대 소설의 형식이 확정된 이후로 소설은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나 대화 부분이 아닌 이상 과거 시제로 서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다’나 ‘~이다’가 아니라 ‘~했다’나 ’였다’로 쓴다는 말이지요.
사람들을 저자거리에 모아놓고 하던 판소리의 경우, 내용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마치 등장인물이 지금 움직이고 대화하는 것처럼 말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는구나’라는 표현도 나오지요. 하지만 소설은 근본적으로 이미 있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합니다. 역사 소설이든 미래 소설이든 글 중의 서술은 기본적으로 과거 시제를 택하는 것이 옳다는 뜻입니다.
뜬금없이 ‘~한다’가 남발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무료든 유료든 어차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자리라면 최소한 시제 정도는 맞춰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별로 거슬리는 게 없이 읽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미 기존의 소설식 서술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짜증나는 문장들입니다.
재미있는 글을, 재미와는 별로 관계없는 오류들 때문에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불쑥 한 마디 던져 봅니다.
Commen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