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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
12.09.07 02:26
조회
578

홀수는 저 짝수는 row님의 한 줄 릴레이에요.

1. 그것은 모순된 삶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변덕이었다. 내가 이 작은 아이를 품은 것은 그 아이가 비에 젖어 떨고 있었기 때문도 아니고, 그 눈망울이 나를 쫓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그것은 변덕이었다.

2. 왜 일까? 어째서인지 그 아이의 모습에서 떨고 있는 나의 모습이 비쳤다. 빗속에서 오지 않는 누군가를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3. 떡갈나무의 숲의 자욱한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그때처럼, 모든 반복되는 것처럼 나는 그 조그만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변덕이었다.

4. 변덕, 변덕일까? 혼란스럽다. 변덕이라 치부하며 멀리하던 감정이 밀려든다.  조금씩 조금씩 피어 오르는 이름 모를 감정에 위로 받는 듯, 위안 해주는 듯 포근해진다.

5. 하지만 내가 살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더 있다면, 모든 변덕은 대가가 따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점을 잊은 나는 붉게 변한 수많은 물웅덩이 사이에 쓰러졌다. 더 이상 피가 번져도 붉게 물들여지지 않은 웅덩이에 나는 침전했다.

6. 침전하는 물 웅덩이 속 비치는 나의 모습은 피 칠갑을 한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쓰다. 입안 가득 맴도는 씁쓸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내려보지 않았다. 내려다 보고 싶지 않았다. 하늘, 오직 푸르게, 푸르게 물든 하늘만을 우러르고 우러러보았다.  지금 내 품에 안긴 조그만 아이는 무슨 색일까?

7. 아이는 비척비척 나와서 슬피 운다. 그 작은 몸은 온통 붉어서, 내리는 빗줄기에 씻기지도 씻어지지도 않는다. 아이는 그 붉은 몸을 이끌고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사라지는 그 아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8.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세상에 이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이번엔 그 상대가 내가 되었을 뿐이다. 비집고 나온 웃음이 좀처럼 멎질 않는다. 흘러나오는 붉은 핏줄기도 나의 처지를 비웃듯 점차 번져간다. 나는 웃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킨다. 처절하게 세상에 외면 당하고 버림 받고 배신 당하며 하늘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으며 나와 똑같은 길을 걷게 될 저 어린 아이를 나락에서 구원하기 위해 허벅지에 매달아둔 비수로 손을 옮긴다.

9. "워, 워, 당신 같은 악당과 나를 동급 취급하면 곤란하지. 안 그래?"

애써 눈을 마주친 소년은 악마처럼 시익하고 웃는다. 그 손에 들린 것은 작은 피스톨이 나의 안면으로 조준된다.

"가는 길을 곱게 처리해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조금 힘들게 연극을 했는데, 너무 삶에 집념이 강한 것 같지 않아, 아저씨?

10. "집념이랄 것도 없어. 미련이란 것도 없고 자비를 바라지도 않고 구원을 원하지도 않는다. 네가 쥔 방아쇠를 당긴다면 오히려 나는 환영이다.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나를 해방해주려 하는데 내가 너를 말리겠는가? 단지 나와 같은 길을 가게 될 네 녀석을 구원하는 것으로 내 인생은 보람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

"여전히 수다쟁이인건 여전하구나?" 그는 또 다른 음성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모습, 익숙한 그림자였다.

11. 숲에는 강렬한 소음퍼지고 새들은 날아오른다.

"그래 말을 줄여야겠어. 좀 더 삶을 좌절하게 만들 강렬한 말로. 저런 모습이면 재미가 없잖아."

소년은 손수건으로 젖은 총신을 닦으며, 멀찍히 선 여자를 겨눈다. "안녕, 렌"

12."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숲은 다시금 붉은 빛이 소년의 목 줄기에서 터져 나왔다. "어떻게...."소년은 쓰러지며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매정한 눈으로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3. "뒤라니 너무 하는군, 렌. 그래도 정식 계약자는 나일 텐데."

"되살아나는 풍경이 그로데스크 하니 어쩔 수 있나요? 본능적인 것이지요, 로우씨"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아쉬워하는 얼굴이군."

되살아난 사내 로우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젖은 담배가 아래로 꺾인다.

"온통 젖었군. 담배 있나?"

"전혀 없습니다, 폐가 썩지도 않는 불.멸.자.님."

한줄릴레이 할 사람이 없어서, 2명이서 하다니........ 이렇게 비참할때가....심심하면 정담 가가라이브좀 들려서 채팅 좀 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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