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행(俠客行)
趙客만胡纓 조객만호영 - 늘어질 만 자가 없습니다.
조나라 협객 거친 갓끈 늘어뜨리고
吳鉤霜雪明 오구상설명
오나라 검은 서릿발같은 빛을 발한다.
銀鞍照白馬 은안조백마
은 안장은 흰 말을 비추는데
颯沓如流星 삽답여유성
날쌔게 달리기 살별과 같네.
十步殺一人 십보살일인
열 걸음에 한 놈을 해치우면서
千里不留行 천리불유행
천 리를 전진하며 멈추질 않네.
事了拂衣去 사료불의거
일 마치면 훌훌 옷 털고 가서는
深藏身與名 심장신여명
몸과 이름 깊숙이 숨겨버리네.
閑過信陵飮 한과신릉음
한가로이 신릉에 들러 술을 마시니
脫劍膝前橫 탈검슬전횡
칼을 풀어 무릎 앞에 뉘어 놓고는
將炙啖朱亥 장적담주해
고깃점을 집어서 주해 입에 넣어주고
持觴勸侯영 지상권후영 - 가득 찰 영자 입니다.
술잔을 들어서 후영에게 권하네.
三杯吐然諾 삼배토연락
석 잔 술에 그러마고 응낙을 하면
五嶽倒爲輕 오악도위경
오악이 오히려 가벼울 정도라네.
眼花耳熱後 안화이열후
눈 어지럽고 귀가 후끈거린 후에
意氣素霓生 의기소예생
의기는 흰 무지개로 뻗쳐오르고
救趙揮金槌 구조휘금추
조나라 구하러 쇠 몽둥이 휘두르니
邯鄲先震驚 감단선진경
한단이 먼저 쩌렁 울렸네.
千秋二壯士 천추이장사
천추에 빛나는 두 장사
훤赫大梁城 훤혁대량성 - 마를 훤 자가 없습니다.
대량성에 이름 떨쳤네.
縱死俠骨香 종사협골향
비록 죽어도 의로운 뼈 향기로우리니
不世世上英 불참세상영
세상의 영웅들께 부끄럴 게 없다네.
誰能書閣下 수능서각하
그 누가 서재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白首太玄經 백수태현경
흰머리 되도록 태현경을 지으리.
● 협객의 칼 끝에 천하가 춤춘다/강효백/한길사/P222∼223
조나라 협객 거친 갓끈 늘어뜨리고
오나라 검은 서릿발같은 빛을 발한다.
은 안장 빛나는 백마
유성처럼 바람 가른다.
열 걸음에 한 사람 죽여도
천리에 자취조차 없어라.
일 끝내고 옷을 털어
몸과 이름 깊이 숨긴다.
한가로이 신릉 지나 술 마시며
검 풀어 무릎에 걸쳐놓는다.
주해와 더불어 구운 고기 먹고
후영에게 잔을 권한다.
술 석 잔에 좋다 하고
오악 뒤집는 일조차 가벼이 여기더라.
술에 취하니
의기는 무지개처럼 뻗치노라.
조나라 구하러 금철퇴 휘두르니
한단이 먼저 놀랐다.
천추의 두 장사가
대량성을 빛냈으니
협객은 죽어도 기개는 향기로워
천하영웅이 부끄럽지 않아라.
그 누가 천녹각에 파묻혀
백발이 다 되도록 태현경을 지으리.
● 완역 이태백 악부시/진옥경/사람과 책/P162∼164
조나라 사나이는 거친 갓끈 매었는데
오땅의 칼은 서릿발처럼 빛나네.
은 안장은 흰 말을 비추는데
날쌔게 달리기 살별과 같네.
열 걸음에 한 놈을 해치우면서
천 리를 전진하며 멈추질 않네.
일 마치면 훌훌 옷 털고 가서는
몸과 이름 깊숙이 숨겨버리네.
한가로이 신릉에 들러 술을 마시니
칼을 풀어 무릎 앞에 뉘어 놓고는
고깃점을 집어서 주해 입에 넣어주고
술잔을 들어서 후영에게 권하네.
석 잔 술에 그러마고 응낙을 하면
오악이 오히려 가벼울 정도라네.
눈 어지럽고 귀가 후끈거린 후에
의기는 흰 무지개로 뻗쳐오르고
조나라 구하러 쇠 몽둥이 휘두르니
한단이 먼저 쩌렁 울렸네.
천추에 빛나는 두 장사
대량성에 이름 떨쳤네.
비록 죽어도 의로운 뼈 향기로우리니
세상의 영웅들께 부끄럴 게 없다네.
그 누가 서재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흰머리 되도록 태현경을 지으리.
[주석]
협객행(俠客行) : 협객의 늠름한 기상을 노래한 것.
잡곡가사(雜曲歌辭) 중의 하나.
만호영( 胡纓) : 장식과 무늬가 없는 갓끈. 무사의 복식 중 하나.
신릉군(信陵君) : 전국시대 위(魏)의 공자(公子). 백정 주해(朱亥)와
문지기 후영(侯 )의 지모를 인정하여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위세를 자랑하였다.
담(啖) : 먹이다.
토연락(吐然諾) : 그러마고 허락하는 것.
오악(五岳) : 땅의 덕으로 한 지역을 진정시키는 다섯 개의 높은 산. 동악(東岳) 태산(太山), 서악(西岳) 화산(華山), 남악(南岳) 형산(衡山), 북악(北岳) 항산(恒山), 중악(中岳) 숭산(崇山).
안화(眼花) : 술이 얼근하게 취해, 눈 앞이 어른거리고 귀가
후끈거리는 상태를 말한다.
소예(素霓) : 형가(!진시황을 암살하려 했던 협객)가 역수에서 노래
[하니, 하늘에 흰 무지개가 태양을 꿰뚫었다.]
한단(邯鄲) : 하북성 성안현(河北省 成安縣) 서북쪽.
협골향(俠骨香) : 진나라 장화(晉 張華; 232∼300)의 <박릉왕궁협곡博陵王宮俠曲> 2首 중 其2에 '生從命子遊, 死聞俠骨香(살아서는 벗들 따라 노닐고, 죽어서 기개있는 뼈 향기 풍긴다.)'라는 구절이 보인다.
백수태현경(白首太玄經) : 한나라 양웅(揚雄; BC 53∼AD 18)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자기에게 화가 미칠 것을 두려워하고 있던 중, 옥리(獄吏)가 체포하려 접근하자 서각(書閣) 아래로 뛰어내려 죽을 뻔하였다. 세상 물정에 이같이 어두워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면서도, 만년에까지 우주의 원리를 연구하여 <태현경 太玄經>을 저술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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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자를 한자 한자 분석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두 해석이
100%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끝에서 두 번째 구인 '誰能書閣下'를 한 분은 '그 누가 천녹각에 파묻혀' 라고, 또 한분은 '그 누가 서재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라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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