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조왈(呂祖曰 ; 여조란 순양자 여동빈을 말함) "아홉 가지 난(難)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열가지 마(魔)라는 것에 대하여 들었으면 합니다.
종조왈(鍾祖曰 ; 종조란 종리권을 말함) "열 가지 마라는 것은 전체적으로 세 등급이 있다. 첫째는 몸 밖에 나타나는 것이요, 두 번째는 꿈꿀 때의 마요, 세 번째는 내관(內觀)의 마이다.
눈앞에 가득한 향기로운 꽃과 귀에 가득히 들려오는 생황의 소리며 혀가 달콤한 맛을 즐기고 코가 기이한 향기를 맡으며, 감정과 사념이 탁 트이고 걸림이 없어 의기양양하게 되는 경지를 눈앞에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이 육적마(六賊魔)이다.
옥과 보배로 장식된 누각에, 단청한 기둥, 조각한 대들보, 구슬발에 비단 장막, 향기 그윽한 휘장으로 둘러싸인 방에 산호가 땅에 깔려 있고,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함을 눈앞에 보는 듯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이 부마(富魔)이다.
금안장과 보배로 장식한 말에 겹겹의 일산을 높이 세우고 만호의 제후로 봉해지며, 사절이 오는 이들의 깃발이 푸른 색 자주색으로 문 안을 가득 채우며, 화홀(靴笏)이 상에 가득함을 눈앞에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이 귀마(貴魔)이다.
하늘하늘한 연기가 흐르는 가운데 따뜻한 날들이 계속되며 사나운 바람과 큰 비에 우레가 치고 번개가 빛나며, 생황소리가 요란히 울리며, 곡하여 우는 소리가 슬프고 애절함을 눈앞에 보는 듯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은 육정마(肉情魔)이다.
친척이 환란을 당하고, 권속이 재앙을 당하며 자녀들이 병에 걸리고 부모가 돌아가시며, 형제가 뿔뿔이 흩어지고, 처첩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눈앞에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은 은애마(恩愛魔)다.
불구덩이에 몸이 떨어지고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며, 무서운 짐승에게 해를 입고 독약에 몸을 다치며 길에서 도적을 만나고 병에 걸려 죽는 것을 눈앞에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은 환란마(患亂魔)다.
십지당양(十地當陽)과 삼청(三淸)과 옥황(玉皇), 사신(四神 : 사방의 별자리 신으로 즉 사수(사수) -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말함)과 칠요(七曜 : 일월과 수화목금토의 다섯별), 오악(五岳)의 신과 팔왕(八王)이 위의도 정연하게 이리 저리 오가는 것을 눈앞에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이 성현마(聖賢魔)이다.
구름처럼 모인 병사와 전마들에 칼날이 서릿발처럼 빛나며 갈래창 미늘창이 날카롭게 들리고 활과 화살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다투어 오가묘 살상을 하며 날쌔게 싸워 감당하기 어려움을 눈앞에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은 도병마(刀兵魔)이다.
선아(仙娥)와 옥녀들이 줄지어 늘어서며 생황소리 요란한 가운데 가지런히 무지개 같은 치마를 들추고 쌍쌍이 붉은 소매를 나풀거리며 다투어 금 술잔을 올리는 것을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은 여락마(女樂魔)이다.
수많은 가인들이 어여쁜 용모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난초로 꾸민 누대에서 밤에 술을 마시는데, 옥과 같은 몸뚱이에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고 사람을 뇌쇄시키는 교태로 쌍쌍이 허리를 간들거리는 것을 눈앞에 보는 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이것이 여색마(女色魔)이다.
이 열 가지 마가 비록 있다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옳다.
인정하게 되면 뜻을 두게 되고, 뜻을 두면 거기에 매달리게 되나니 도를 이루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도를 받드는 사람이 몸 밖에 나타나는 것을 인정하지도 집착하지도 않으면 마음이 물러나지 않고 뜻이 바뀌지 않으며 잠자고 꿈꾸는 사이에도 인정하고 집착하지 않으면 신(神)이 혼미해지거나 혼이 흩어지지 않으며, 내관하는 때에 이와 같이 보아서 그 허실을 상세히 살피고 참 거짓을 판별하여 파도에 따라 휩쓸려 도적을 자식으로 여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나아가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일으켜 몸을 사르는데 이르면 한번 손짓에 뭇 마구니들이 저절로 흩어지니 자하거(紫河車)를 써서 자기의 양신(陽神)을 운반하여 내원(內院)을 뛰어넘어 천궁(天宮)에 오른 뒤에야 초탈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고금의 도를 좋아하는 무리들이 청정한 마음이 있으나 경계를 대함에 뜻이 바뀌어 종종 열 가지 마와 아홉 가지 난을 피하지 못하여 헛되이 도를 좋아한다는 허명만을 지닐 뿐 도의 실다운 자취를 얻지 못한다.
혹 번뇌의 세계를 벗어나 깊은 곳에 거처하며 자취를 끊고 뜻을 현문(玄門)에 두어도 아홉 가지 난을 다 제거하지 못하고 열 가지 마가 가운데 혹은 한 두 개만 있어도 도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 가운데 어떤 경우는 중간쯤의 성취를 얻고 어떤 경우는 작은 성취를 얻어 신선 가운데 혹 인선(人仙)이 되기도 하고 혹 지상선(地上仙)이 되기도 한다.
만약 마와 난을 모두 제거하고 차례로 징험을 이루어 마디마디 위로 올라가면 내관으로써 양신을 합하고 날을 택하여 신선의 세계인 삼도(三島)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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