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소드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공방이 1박자에서 2박자로 넘어갔다고들 흔히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무기의 무게가 총체적으로 가벼워진 것과 관계가 깊다. 과거에는 레이피어라고 해도 결코 가볍지 않아서, 대체적으로 1kg이상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한번 공세가 들어가면 도중에서 뚝뚝 멈춰서 궤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스몰소드와 그 이후 계보를 잇는 무기(에뻬라던지)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검술들이 상대의 공격을 받아 흘려서 공격 궤도를 바꾸는 형태의 기술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더불어 그만큼 무기가 무겁고 한번 실수하면 다시 바꾸거나 하는 게 안되었으므로 방어와 공격은 일치할 필요가 있었다. 가령
왼쪽의 받아내기 1번에서 상대의 칼을 막은 후 곧바로 상대의 머리를 치던가 하는 컴비네이션은 공방이 끟어지지 않고 흐르는 1박자이며 무거운 무기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공방의 원리인 셈이다. 다만 스몰소드 이후부터의 가벼운 무기들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제압이 어렵게 되었는데, 가볍기 때문에 실수를 하거나 막히더라도 곧바로 궤도나 자세를 바꿔버릴 수 있고, 따라서 무기의 무게와 중력에 의해 한번 공격을 다시 수정할 수 없는 기존의 풀사이즈 무기와는 제압이 달라져야 할 수밖에 없었다. 2박자 방식은 상대 칼을 완전히 쳐내던가 걷어내고, 공격 동작은 그 이후 따로 들어가는, 공방이 확연히 구분되는 형태의 방식인데, 과거처럼 치거나 걷어주는 작은 동작만으로도 상대의 칼의 궤도를 바꾸어, 그 다음은 상대의 칼의 무게와 속도가 멈추지 못하게 하고 알아서 딴데로 빠져주던 시절과는 달리 가벼운 무게 때문에 그런 간단한 동작만으로는 곧바로 칼이 막힌다 싶으면 재빨리 돌리거나 방향을 바꾸어 찔러 들어오므로 제압할 수 없으므로 상대의 칼을 아예 완전히 멀리로 보내버린 후에야 반격을 개시해도 내가 상대 칼에 찔리거나 서로 찌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사족
현대의 목검들도 가벼운 축에 속한다. 소진목도라는걸 제외하고는 600g안쪽인데 당연히 가볍다. 이런 이유로 목검 등을 통해 대련하는 곳들은, 전통적인 체계나 히스토리컬 매뉴얼에 의한 커리큘럼이 없는 곳이라면 항상 혼란에 빠지게 된다. 목검은 가볍기 때문에 막거나 흘린다고 그대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멈춰서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돌려서 치거나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 이기고 보는 것이 목적인 대련을 계속하니 그런 경향은 더 심해져서, 결국 완전히 변질되게 된다. 여기서 더 나가면 기존의 것들은 완전 사기가 아닌가 하는 인식까지 지니게 된다.
대련 도구들은 모두 한계를 명백하게 가지고 있으며 그 점을 보완하도록 하는 체계가 바로 전통적인 커리큘럼이며, 근본적으로 진검을 상정한 동작을 대련 도구의 특성에 휘둘리지 않고 수행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하튼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진검에 가까운 장비가 대련 등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며, 가벼운 목검의 특성에 의지하다 보면 결국 위에서 말한 스몰소드류와 비슷한 특성으로 변질되간다는 것이다. WMA계에서는 목검도 비중이 높고 튼튼한 히코리로 제조하여 진검 무게와 동일하게 제조하는데, 대련 도구로써의 변질을 최소화하는 목적이라고 한다. 최근 발매된 콜드스틸사의 PP롱소드도 과거와는 명확히 다른 900g대의 중량으로 끌어올린 것도 그런 WMA계의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출처:미스터 술탄의 鐵鎧究樂部(철갑구락부)
-------------------------------------------------------
자세한 사진 밑 동영상은 밑의 주소로 가시면 볼수 있습니다.
http://zairai.egloos.com/4991936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