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진부동
작품명 : 디펜더
출판사 : 로크미디어
글을 쓰기 앞서 저는 진부동님의 글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팬 중의 한 명임을 밝힙니다.
평어체로 씁니다.
디펜더가 완결되었다. 폴과 일행의 숨가쁘고 때로는 유쾌한 여정은 끝났지만 나는 즐거움과 충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디펜더는 충분히 추천할 만한 글이며 개인적으로도 감상란에 몇 번 추천글을 올렸다. 몇 개 되지도 않는 내 감상글에 디펜더가 2개 이상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마지막권을 읽고 난 감상평을 말하자면 일권에서 오권까지 오는 동안 글의 흡족함이 완결권의 미흡함으로 전체적인 평가가 상당히 하락되었다.
사실 진부동님의 글 스타일은 내 취향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력있는 작가분 중의 한 명이라는데는 이견이 없고 작가님의 책이 나오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은 얼마 안될지는 몰라도 책이 나온 소식을 접하면 제법 추천글이 올라올 정도로 현 장르시장에서는 수준 있는 글솜씨를 가진 작가이다.
전작 '스키퍼'가 나왔을 때는 조금 충격을 받았었더랬다. 그 분의 초기작인 옥룡쟁주 등과 비교해 볼 때 더욱 그러했다. 무협에서 보여준 작가님의 글 솜씨는 안정감은 있었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는데 판타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숨 막힐 듯한 속도감, 불필요한 내용의 과감한 삭제로 인해 한 권을 보고도 왠만한 책 두세 권은 본듯한 충족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 소위 말하는 먼치킨의 주인공이지만 밸런스를 망가뜨리지 않는 구성 등 칭찬을 하자면 원고지 몇 장 정도는 너끈히 쓸 거 같다. 딱 내 취향에도 맞았다.
디펜더가 작가게시판에 올라오고 그 글을 읽는 동안 다시 즐거움에 빠졌다. 소재는 변했지만 스키퍼의 장점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문피아의 전신인 고무림에 가입한 지 상당히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은 종이책이 익숙해서 컴퓨터를 통해 글을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정말 이건 내 취향이다' 싶은 글은 눈을 비비며 열심히 보곤 하는데 디펜더가 나에겐 딱 그런 글이었다.
책이 출판되고 이미 고무판을 통해 본 글이지만 다시 책방에서 일부러 빌려보았다. 요즘은 좋은 책이 나오면 조기종결에 대한 두려움이 은근히 있다. 그래서 이런 글은 제대로 완결되었으면 싶다는 생각이 들면 개인사정상 사서 보지는 못해도 일부러 2-3번은 빌려보곤 한다.
사실 초반부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묘사가 거의 없이 대화체로만 이루어진 문장들, 짜투리 내용의 과감한 삭제로 인해 너무 사건발생이 잦고 해결도 금방금방되어 한 가지 사건과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즐길 여운이 거의 없다는 것은 내심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은 사실 내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굳이 책잡을 만큼 큰 허물은 못 될 것이다.
하지만 완결권은 그렇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조급한 완결이었다고 생각된다. 경쾌함과 속도감, 군더더기 없음이 소위 말하는 진부동식 판타지의 장점이라면 이러한 장점이 지나쳐 내용의 흐름을 작가님이 통제를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쾌함과 속도감이 어느새 조급함으로 변질되어 있는 것이 보였는데 이것이 단지 나만의 기우일까?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속도감을 강조하다가 오히려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었다. 자승자박이랄까?
특히나 아쉬웠던 것은 작가님의 전작들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허겁지겁 결말을 내린 책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즉 전작들을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충분히 좋은 결말을 쓸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결말이 났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요즘의 독자들은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한다고 한다. 나만해도 그렇다. 예전에는 1권에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 책도 느긋하게 보곤 했더랬다. 심지어 책 중간에 주인공이 바뀌는 책도 몰입해서 보곤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스스로 생각해도 내 취향이 많이 바뀌었고 조금만 지루해도 책이 보기가 싫어진다. 그만큼 장르시장에 책이 쏟아져 나오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급변하는 사회에 물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독자의 조급함에 작가님까지 물든다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상하게 나는 작가님의 초기작품인 옥룡쟁주가 기억이 많이 난다. 분명히 스키퍼를 훨씬 더 재밌게 봤고 또 몰입해서 읽었음에도 그러하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작품은 읽고 나서 어떤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진부동 작가님이 새로운 글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재의 시류에 맞추지 않으면 책이 잘 팔리지 않고 그것은 당장 생계와 관련되느니 만큼 시대에 역행하라는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진부동님은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 중견작가님인만큼 대작가(금강님, 용대운님, 좌백님, 이영도님 등등 장르소설계에 센세이션을 가져온 작가님들)가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고집도 필요할 것이다. 초창기 글의 여운과 현재의 경쾌한 속도감이 어우러져 새로운 진부동식의 글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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