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홍준
작품명 : 진호전기
출판사 : 뿔미디어
진호전기가 처음 나왔을 때 좋은 작가님이 한 명 또 나왔구나하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도 작가님의 문장력이나 묘사력, 글의 전제가 되는 기본지식 등에 대해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6권 초반에서도 침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다. 나같은 독자야 솔직히 그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작가님이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날림으로 쓰지는 않았으리라. 첫 작품을 쓰는 분이 이 정도면 얼마나 훌륭한가.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들이지만 상당히 잘 묘사되어 있는 액션씬과 그에 관한 기초지식, 통쾌하면서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내용의 흐름으로 나처럼 비비꼬는 거 싫어하는 독자에겐 딱 안성맞춤이었다. 출간속도하며 빡빡한 지문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흐뭇한 기분이 절로 들었다.
사실 나는 이런 전형적인 내용을 작가님만의 개성있는 글솜씨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독특한 소재와 문장으로 초반에 눈길을 확 잡아끄는 글들 중 뒷심이 딸리는 것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무협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와 '협'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나쁜 놈이라면 좀 안습이다.
5권이 나왔을 때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문피아에 감상을 썼던 기억이 있다. 단점을 메우기 위해 장점을 훼손하는 실수를 작가님이 범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같은 독자님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기에 문피아에 진호전기가 한 동안 주관심사가 되었었다.
나의 걱정은 여주인공의 '성폭행'당한 데에 있지 않았다. 5권은 뭐랄까 1권부터 4권까지 이어지던 내용과 그 흐름을 달리한다고 해야하나. 굳이 넣지 않았어도 될 내용을 작가님이 주인공의 위기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삽입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약간 걱정했었다.
5권을 보고 6권부터는 안 본다고 혹평한 독자님도 많았더랬지만 나는 내심 6권을 많이 기다렸다. 5권에서 잠시 실망했다고 그 전에 보여준 작가님의 기본기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권내용을 그렇게 써놓고 6권을 어떻게 풀어갈까 상당히 궁금했었다. 그리고 답이 나왔다.
솔직히 나는 예상도 못했지만 다른 분이 감상을 쓴 것을 보니 이런 내용전개를 예상하고 있었던 분도 제법 되는 듯 하다. 아무튼 무리없이 내용전개가 흘러갔다. 아! 중간에 2가지 정도는 뺏으면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하나는 당묘화에 대한 처리(?)와 히로인인지 막장캐릭인지 알 수 없는 연지하의 등장이다. 당묘화에 대한 내용은 시기와 절차상에서 좀 더 후반부에 나오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연지하는... 정말 이 캐릭은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더니 갈수록 짜증난다. 진호전기를 쓰면서 작가님이 한 최대의 실수는 연지하를 넣은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 여주인공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이 정도 비중있으면서 이렇게 생각없는 인물을 만들기도 힘들 것이다. 사족을 달자면 진호가 그 시간에 왜 거기로 온 게 궁금한 것보다 자신이 진호를 찌른 것을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
6권을 전부 보고 난 소감은 기대반 실망반이다. 위에 말했던 데로 작가님 기본기가 어디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원시원하게 읽혀지고 재미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내용을 비비꼬는지 알 수가 없다. 진호가 기억XX이 되고 XX에 들어가는 바람에 전개가 상당히 복잡하게 되어간다.
아직까지 완결이 되지 않는 글을 지레짐작하여 혹평하는 것은 독자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조심스레 말을 해 본다면 글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고 생각된다. 거침없던 주인공이 부평초가 되어간다. 나름대로 주관이 뚜렷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이상해지고 있다. 물론 사랑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한 충격, 기억XX이라고 변명해 보지만 오늘은 갑돌이네 편들어서 갑순이네 집을 줄초상 놓더니 내일은 갑순이네 편들어서 갑돌이네를 줄초상 놓는다. 실컷 사람 죽여놓고 '어... 그 일은 기억에 없는데요' 이러면... 죽은 사람은 뭐가 되는가. 대의도 없고 명분도 없고 힘이 있다고 그냥 자기 기분대로 하는 주인공이라면 그게 요즘 말하는 막장캐릭이랑 뭐가 다를까.
아직 진호가 막장캐릭이 되는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어떤 전개가 될 지 궁금해서 7권도 사실 제법 기다려진다. 7권에서는 행동은 과감하고 냉철하지만 가슴은 따뜻한 원래의 진호가 되어서 복귀하길 기대해본다.
진호전기는 참 애매한 책이다. 작가님의 글솜씨를 보자면 근래에 나온 신인작가님들 중에서 뛰어난 분들 중 한 분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당연히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후반부(완결이 몇 권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중반일수도 있겠다)로 갈수록 선뜻 추천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개로 가기 때문에 추천과 침묵 사이에서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거리가 쌓여서 고민하시는 독자님들 말고 읽을 거리가 없어서 '요즘 왜 이렇게 읽을 만한 책이 없어'라고 투덜거리는 독자님과 '여주인공이 성폭행당한다던데'라고 생각하며 읽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는 독자님이 있다면 진호전기를 한 번 읽어보고 스스로 평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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