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하늘
작품명 : 칠성전기 외전 대륙사
출판사 : 연재뿐
네, 그 전설의 작품 [칠성전기]의 대륙사입니다. 판타지 역사상 가장 멋진 무장인 적장군 레이아드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무슨 '신성을 타고나고 갈수록 비밀을 알아가네 뭐네'
이런 류의 소설은 질색을 하는지라 칠성전기 본편은 싸그리 무시해버렸습니다만, 이 외전은 정말 눈을 때질 못하겠더군요.
처음에는 여주인공으로써 안습테크를 골라타는 세이즈리네에 끌려서 보기 시작했습니다만.. 레이아드의 그 무지막지한 포스와 둘 사이의 있는 듯 없는 듯한 미묘한 감정, 뜬금없는 소리같지만 마치 은하영웅전설을 연상시키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호간 감정의 교류가 초중반을 지배하는 매력이었습니다.
흔히들 냉정하면서 속은 여리고, 능력은 완벽한 십전에 한 여자만 사랑하는 멋있는 캐릭터로 창세기전의 흑태자를 많이 뽑고, 전에 보니 레이아드를 흑태자와 비교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굳이 제 감상평을 밝히라면 흑태자는 레이아드의 발치는 커녕 그림자도 못 따라오는 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멋을 부릴거면 레이아드만큼 부려야 한다는 생각이 탁 들게 하지요(구상중인 소설의 스토리라인을 망가뜨린 녀석이라고는 죽어도 말 못합니다).
레이아드는 무장으로써는 비인간적으로 강한 흑태자와 다르게 정말 인간적으로 근성의 극치를 보여주고, 전술가로써는 전형적이지만 호쾌하면서도 날카롭고 빈틈없는 강경한 전투를 통해 수없는 승전기록을 남긴 사람입니다.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혈제에 의해 제국이 종말을 맞게 되기까지 그는 그의 아내였던 당대최고의 전략가 '불패의 세이즈리네'에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전술적인 패배를 맞은 적이 없습니다.
레이아드의 포스가 극을 달하는 부분은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몸과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수백배에 달하는 적군을 맞아 그 중 2할을 격퇴하고 마지막의 '다구리'에 가까운 연속적인 일기토에서 연합군의 수장들을 번번히 격파하고, 끝까지 스스로의 여유를 보이면서 유크리드 대제에게 패배할 때까지의 장면입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많지만, 적어도 이 기간동안의 이 소설은 완전한 레이아드 독무대.
그리고.. 결말부에서, 판타지를 맘잡고(...) 본지 4년만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읽었습니다. 아, 진짜 잘 쓰시더군요. 예전에 토돌님의 주인공 무조건 죽이기가 빛을 발하는 '데몬 카이저'보면서 찔끔했던거랑 하성민님의 악인지로의 결말보면서 엄청 울적했던거 빼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책 보면서 찔끔대지는 않는데 말이죠(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산문도 아닌 예브게니 오네긴 보면서도 울적하지요).
어쨌든, 결론은, 레이아드는, 적장군은 죽어라 멋지고, 그 아내는 세계 최고의 여성이며, 칠성전기 외전 대륙사는 정말 포스가 넘친다는 겁니다. 쓸데없이 길게 쓰는 버릇은 역시 버리기 힘들군요.
P.S 이걸로 이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주인공 순위는
1 - 로저 젤라즈니의 [저주받은 자 딜비쉬]의 딜비쉬
2 - 레이아드
3 - 은하영웅전설의 힐더
4 - 태극검해의 진자운/모용청려
5 - 악인지로의 장두이
이렇게 바뀌는군요. 적장군 레이아드 만세. 딜비쉬는 그냥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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