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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연재한담에 삼국지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기에 한번 훑어 보던 가운데 삼국지란 이름을 가진 대부분의 작품들이 연중되어 있더군요. 물론 작가님의 사정에 의하여 부득이 하게도 연중된 것일 수도 있고, 연중이 아니고 잠깐 쉬고 있는 건데 제가 연중으로 확인한 것일수도 있죠. 하지만, 여태껏 문피아, 조아라, 출판 작품들까지 해서 이름만 삼국지가 아닌, 어느정도 삼국지의 틀에 맞춘 작품들 중에서 완결된 것은 본적이 없습니다.
아래는 왜 그럴까 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 삼국지란 이름을 단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2차 창작물이다.
삼국지란 이름을 딴 수많은 작품들이 생겨나는 것은 그만큼 삼국지란 이름을 지닌 나관중씨의 원저서의 뛰어남에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그 원작품이 실제 역사냐 단순한 소설이냐에 대한 부가적인 논의는 일단 접어두고, 솔직히 말하면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대부분의 요소가 집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삼국지이니, 이해하지 못할바도 아닙니다. 뛰어난 무장들의 힘, 앞일을 귀신처럼 꿰뚫는 수많은 재사들. 비열한 인간군상들, 수많은 국가관, 혼란스러운 사회상, 수많은 사람들을 영도하는 영웅들, 약 100여년이라는 한시적인 시간제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지배욕구등등. 이런 삼국지는 그 특유의 거대하고 웅장한 맛이 살아있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문제는 문피아, 조아라 등등에서 새롭게 삼국지를 쓰는 모든 이들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나관중씨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완결까지 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뭐랄까요? 예를 들어 소설을 쓰는 것이 집을 짓는 일이라고 할때, 일반적으로 캐릭터나, 사건들은 건축자재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소설을 쓸때는 자신의 상상력에 맞춰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나하나 토대를 쌓아올려 집을 지으면 됩니다.(그 지어진 집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하지만, 삼국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은 이미 지어져 있는 집을 일정부분을 뜯어고쳐 개수하는 형식과 같습니다. 물론 그 집이란 것이 간단하게 4면이 벽이고, 위에 지붕하나 얹힌 그런 집이라면 개조하기가 쉽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삼국지라는 소설의 베리에이션은 거대한 궁전과도 같습니다. 그런 궁전을 개조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죠.
그 구동계와 설계가 엄청나게 복잡한 물건을 자기 멋대로 내부를 개조해보신 분은 한번쯤은 느껴 보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연관성이 크면 클수록 어느한부분의 파장이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은 커집니다. 즉, 이쪽을 뜯어냈을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거죠. 삼국지도 마찬가지 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인공이 전국을 돌며 유명한 장수들을 모아놓았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그 작가는 후에 삼국지에서 그 장수들과 연관된 모든 시나리오를 자신이 손대야 합니다. 그게 예를 들어 삼국지에서 비중이 큰 여포와 같은 장수를 동탁에게 가기전 손에 넣었다면, 그 작가는 동탁이 정권을 잡는 부분부터, 반동탁연합, 사수관과 호로관의 장수들의 이벤트, 동탁의 죽음, 초선의 등장과 같은 수많은 부분을 손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만 손보면 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어긋난 사건을 무마하면, 그 뒤에 그 사건으로부터 벌어진 수많은 파생변수들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은 웬만한 필력과 사건 구성으로는 택도 없죠. 첫 부분 몇 개의 장면이야 작가의 힘으로 땜질이 되겠지만, 카오스 이론처럼, 처음의 그런 땜질들이 태풍이 되어 시나리오안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막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조리 때려 부수고 자신만의 글을 쓰자니.. 그것은 캐릭터의 이름만 똑같지 삼국지가 아니지요. 이게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2. 개임(KOEI)으로써의 삼국지.
1과 연관이 있는 내용입니다만, 확인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분들은 KOEI의 삼국지 게임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도 계십니다. 스탯과 병과가 모조리 적혀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이런 방식은 대국적으로는 1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대신 전투와 그 이면에 담긴 사건들은 하나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죠. 이거 역시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에게는 죽음에 가까운 일입니다. 저도 삼국지 게임을 즐겨합니다만, 게임에서 중국대륙을 통일하는데는 작게는 수십번, 많게는 수백번까지도 전투를 벌여야 하는데, 그 많은 전투를 일일이 묘사하고, 그 뒤에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찌보면 1의 경우보다도 더 어렵다고 볼 수 있겠죠.
3. 삼국지는 너무 많은 정보가 정형화 되어 노출되어 있다.
삼국지는 동양 삼국(중, 한, 일)에서 널리 읽힌 작품입니다. 요즘은 예전 만큼 그 인기가 있지는 않은 것 같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수백만~수억명이 삼국지를 읽거나, 읽은 기억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삼국지의 일화들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로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수백, 수천에 달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어떤 마음속의 형태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이 형태는 시간과 역사에 따라서 다르게 각색되기도 합니다만,
여포가 강대한 무력을 지니지만, 머리가 떨어지고 독불장군이라던가. 장비가 호쾌하고 뛰어난 무장이지만, 부하들을 아낄줄 모른다던가.
하는 수많은 캐릭터의 형태와 그를 뒷받침 하는 사료가 있죠.
그리고 이런 캐릭터에 대한 사료와 사람들의 이미지는 작가가 그것을 재 가공하기에 어렵게 합니다. 예를 들어 여포라는 캐릭터가 집을 짓는 기둥감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데, 작가가 아니야, 여포는 지붕에 얹을 서까래야.. 라고 말한다면, 과연 다른 독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하는 거죠. 게다가 각 캐릭터의 나이, 학파, 출생지역 같은 것을 계산해보면, 지역에 따라서는 전혀 얻을 수 없는 캐릭터도 있는데, 그런 것을 일일이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4. 미래의 혼돈성.
대부분의 삼국지의 이름을 딴 작품이 미래의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를 바꾸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역행물은 옛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부터.. 미래를 알면 어떻게 현재가 바뀔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써 꽤 괜찮을 질문이긴 합니다만, 삼국지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수많은 가상역사물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가상역사물의 대부분은, 역행 - 주변 정리 - 기술발전 - 체제발전 - 전쟁 - 다음 기술 발전 - 체제발전 - 전쟁 - 다음 기술 발전 - 체제발전 - 전쟁등의 시나리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와 독자들이 알고 있는 미래의 모습은 기술발전과 체제발전에 계속해서 사용됩니다. (현재 과학기술, 무기, 사회현상들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되어서 나타나죠.) 전쟁만으로 이야기가 채워지지 않기에, 그 중간 부분을 기술발전, 국가체제 발전, 문화발전, 외교등으로 때워 넣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삼국지는 그런 땜빵할 부분이 많이 적습니다. 삼국지의 시대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술, 문화 기반이 약하기에 기술발전, 체제발전 같은 것은 거의 할 여지가 없죠. 게다가 미래를 안다고 해도, 1번에서 나온 문제 때문에 그 역사의 힘은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 개월이면 끝나버립니다. 즉 작가가 알고 있는 현대의 지식들이 쓰일 곳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원시적인 삼국지의 배경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이는 다시금 1번에 걸리게 됩니다.
5. 결론.
저도 삼국지를 좋아하고, 이런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오기를 바랍니다만, 자신의 실력에 문제가 있다거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힘들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언제까지 황건적과 동탁때려잡고 GG 치는 작품들만이 계속해서 복제하듯이 나올까요?
차라리, 사마의가 역전 한방을 노렸듯이, 삼국시대 말기에 나타나 사마의를 쓰러트리고, 진이 되는 위를 집어 삼킨다던지, 적벽대전 근처에서 나와, 제갈량과 주유를 쓰러트리고, 오와 유비를 제거해 버려 빠른 삼국통일을 한뒤, 내부 항쟁에 골몰한다던가..
애초에 재빨리 유비를 설득해 형주를 손에 넣고 촉을 손에 넣어 삼국정립을 시킨다음 천천히 땅따먹기를 한다던가 하는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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