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Story must go on.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
14.10.28 01:29
조회
3,121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유명한 말입니다.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 하기도 하는데, 저는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떠한 일은 계속된다. 혹은 계속 되고 있다라고 해석합니다.

한 코미디언은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프로그램에 올라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뿐만이겠습니까? 직장에 다니는 여러 직장인들도 배가 아파 장염으로 죽창 개워내면서도, 전일 필름이 갈 정도로 술을 마셔 괴로움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하고 야근까지 해야 합니다.

비록 나는 아무 일도 안하고 하루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곳의 어떤 부분에서는 계속해서 일이, 각각의 ‘show’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허무주의로 빠지자면, 내가 없어도 ‘show’는 계속해서 진행되는데, 굳이 내가 있어도 될까? 하는 허무주의로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남의 ‘show’입니다.

내가 허무해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는 남의 ‘show’도 아니고 나의 ‘show’임에도 그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맙니다.


저는 글을 씁니다.

저의 ‘show’는 바로 글을 계속해서 써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장염과 몸살기로 인해, 그리고 갑작스러운 슬럼프로 인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몇일동안 컴퓨터를 키지도 않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어왔던 문피아에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 제가 쓰던 ‘story’도 중단되었습니다.


슬럼프와 몸의 고통으로 인해 글을 쓰지 않는다...


사실 핑계입니다.

몸이 아파도 쓸 수 있었습니다.

장염이면 배가 아픈거지 손가락이나 눈이 아픈게 아닌데, 몸살이어도 따듯하게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니 누워서라도 노트북으로 글을 두들기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글쓰기를 잠시 중단했었습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과 쓰시려는 분들께 말씀해 드리자면, 우리의 ‘show’는 바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쓰기를 멈춘다면 우리의 ‘show’도 중단되는 것입니다.


출간된 책의 판매와 반응에 전전긍긍하고, 연재한 글의 조회수와 판매수에 전전긍긍하고, 괜한 슬럼프와 전신의 고통으로 앓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고통과 근심 걱정을 가진 채로 자신의 ‘story’를 써나가고 있는데, 누군가는 그 순간에 자신의 ‘story’를 잠시 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story’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누이 들었고, 저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결국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합니다.

내가 멈춰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글을 써서 올리고 있고, 누군가는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써서 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없어도 문피아는 잘 돌아가고, 장르 문학과 다른 문학계, 전 세계는 잘 돌아가긴 하지만, 내가 없으면 나의 ‘story’는 계속되지 않습니다.

나의 ‘story’에 미안하지 않습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이 글은 처음부터 재미있어. 아니 이 글은 끝까지 읽어야 재미있어. 이 글은 재미있는 글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했어. 이 글은 감동적인 글이 될것이야... 항상 생각하고, 항상 다짐하고, 항상 나에게 최면을 걸면서 누군가는 글을 쓰고 있지만, 누군가는 구상만 하거나 불평 불만을 하고 그동안 써놓은 것을 확인하면서 얼마나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렸는지를 확인하느라 글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 계속되는 ‘story’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 우리는 ‘story’속에서 살아있고, ‘story’를 써나가기에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story’를 써야 합니다.


오늘 갑작스럽게 이런 한담을 올리게 된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2014년 10월 27일 세상을 떠나신 고 마왕 신해철님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라디오를 통해 고스트 스태이션을 들으며 공부하고 웃고 울었던 기억과 노래방에서 불렀던 명곡들의 추억에 울컥하는 마음에...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면서, 살아있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타와 자기 반성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시대를 풍미했던, 마음속의 형님인 마왕이 지하세계로 돌아갔는데, 어딘가에서는 그와 무관하게 웃고 떠들고 일하고 쉬고...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느라 정신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뭐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과 나는 살아있음이 분명함에...


누군가의 ‘show’는 막을 내렸지만, 아직 나의 ‘show’는 끝나지 않았기에...


세상에 나의 ‘show’를 알릴 ‘story’를 적어야겠다고, 그리고 누군가를 기려야 겠다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우리는 글을 씁니다.

천재지변과 전쟁이 나더라도, 나를 알리고 나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story’일 것입니다.

우리의 과거와 기억에 고인을 묻고도, 우리는 글을 쓰고있고, 그리해야 합니다.

‘story must go on.’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삼가 고인이 되신 신해철님의 명복을 빌며, 한 때의 추억과 기억들을 발판삼아 좋은 ‘story’로 계속될 것을 다짐합니다.

신해철 마왕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0.28 01:44
    No. 1

    크으... 그까짓 나태함 때문에 저의 자식들을 머릿속의 감옥에만 가둬두던 저 자신에의 일침을 맞은 것만 같군요. 정신에 상쾌한 바람이 부는 것만 같은 글을 볼 수 있어 이 잠이 안 오는 새벽에 감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런 글을 본 이상 가만히 story를 죽은 동상마냥 버려둘 수는 없군요. 당장 설정을 마무리해서 올해 안으로는 반드시 저의 story를 쓰고자 노력해야 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깨워주신 당신에게 평온한 하루가 있기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4.10.28 01:56
    No. 2

    설정에 관해서 조언을 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모든 설정을 다 완벽하게 잡고, 그것을 매뉴얼 삼아 글을 쓰시는 것...
    과연 그것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설정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부족한 것이 생겨나고, 그 설정이라 함이 그 글이 써지는 세계의 모든 것을 완벽히 포함 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하기에 분명 부족한 것들은 내가 뭔가를 조사하고, 알면 알아갈 수록 더 부족해 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불완전 한 것일 수록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생기고 생각할 틈을 주기도 합니다.
    그것은 글을 쓰는 것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완벽한 스토리를 쓰기 위해 완벽한 설정을 짜는 것은, 그 시도는 좋지만, 설정 짜기에만 매달리다가 끝나게 될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글을 쓸 때 그 글의 배경이 되는 행성과 항성, 그쪽의 솔라시스템의 탄생부터 생명체들의 진화 과정과 지형의 변화와 날씨의 변화 등 등 모든 것을, 물론 글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고 머리 속으로 직관적으로 비디오 보듯 구상을 해봅니다. 아는 지식과 상상력을 총 동원해서 말이지요.
    그리고 나서 정작 글을 쓰기 위한 어느 한 시점, 바로 전까지 구상을 해놓고는...
    '중요하다'라고 생각되는 것 몇가지만 적어놓고, 바로 스토리를 구상합니다.
    스토리를 구상하면서도 중요한 흐름과, 정말 중요하다 생각되는 대사, 등장인물의 '대충적'인 모습만을 적어놓고 바로 또 넘어갑니다.

    설정을 완벽하게 해놓고도 결국은 쓰다보면 바꾸고 싶고, 부족한게 보이고, 추가하고 싶은게 생깁니다.

    준비를 한다고 나쁜건 아니지만, 준비만 하는 단계에서 사로잡혀서 글을 쓰지 못한다면 발전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일 준비해서 썼다고 해도, 그 글이 나만의 만족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어느순간 그 글을 쪼개거나, 패기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너무 정 붙이지 말라고 해야 할까요?
    설정의 단계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좋은 설정은 나올 수 있지만, 좋은 글은 나오기 힘듭니다.

    차라리 내가 아는, 내가 처음 구상했던 번쩍하는 아이디어를 대충 잡고서 쓰면서 설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내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정하여 글을 쓰는 것 보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물론, 주관적인 이야기 입니다.

    그나저나 한번 써보세요.

    도움이 조금 되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4.10.28 02:10
    No. 3

    스토리를 쓰는 것에도 정이 들어 내 손가락 처럼 욕먹으면 내가 아프고, 깨물면 아픈 것 처럼, '설정'도 정이 들어서 욕먹으면 아프고 깨물어도 아프고, 나중에 놔주기가 싫어집니다...
    문제는 여기서 오는데...
    설정에 너무 공을 들이면, 나중에 스스로 자기 카피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새로운 생각이 나오기 힘드니 조금은 여유를 두고, 물론 쓰실때는 설정이 안꼬이는게 당연히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여유를 두어 가면서도 만들 수 있고 덛붙일 수 있게...
    그리 하는 것이...

    그리고, 참고로 이야기 하지만,
    글을 쓰실 때에는 독자들은 이야기의 진행이 중요한것이지 이야기에 나오는 '설정'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설정이 너무 많이 나오면 독자들이 지루해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한 단어를 독자들은 그냥 한 단어로 보지만, 작가는 그 한 단어를 쓰기 위해 수만권의 책을 탐닉한다.'라는 말...
    (물론 한 단어에 수만가지 해석을 하는 독자들도 있고, 그렇게 되는게 작가로선 바라는 마음이지만 ㅎㅎ)

    작가는 고뇌하고 준비해서 글을 쓰지만 글로서 보여주는 것은 그렇게 많은 준비를 해서 한 단어에 들어가거나, 한 문장에 담아내야 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아니지, 한 단어나 문장을 준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티를 내면 안되죠.
    물론, 인터넷에서 연재하는거면 조금 티내고 친목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ㅎㅎ
    그러나 너무 티내고 그러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4.10.28 09:42
    No. 4

    좋은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신해철형님을 학창시절부터 좋아했습니다.
    거침없는 입담...고스는 깊은 새벽 잠못드는밤 제 곁을 지켜준 친구였구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산중기인
    작성일
    14.10.28 10:33
    No. 5

    "Reason to live"

    You're the reason that I live
    All I own I would give
    Just to have you here with me in my arms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어요.
    내 품에 안겨 나와 함께 있기만을 바라며...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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