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엄청 기분이 우울하네요.
약속 다 취소 되고, 결국 집에 쳐박혀 중국어 책만 들여다보기를 몇 시간, 몇 시간. 내일은 또 중요한 회의가 있고, 또 그 회의는 중국어이고, 난 아직 중국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스트레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이 그 유명한 세계의 끝.
11년11월11일이니까요!?
그냥 넋두리입니다. 연재와도 관련되어 있으니 한담에 어울릴 거 같아요. 정담도 괜찮겠지만, 한담이 더 어울릴 거라 확신합니다.
최근 문피아를 보면 뭐랄까, 팔팔 끓던 냄비의 불을 꺼버린 상태 같습니다. 뜨겁긴 뜨거운데, 폭발적이지 않아요. 막 힘이 솟아나질 않아요. 인기 있는 분은 여전히 인기 있고, 여전히 악플이며 선플이며 대립이 세워지고, 연재글 하나, 하나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마이너랄까요, 하류라고 할까요? 중류층이라고 할까요?
확실히 많이 죽어있습니다. 이 아이디는 다시 만든 아이디라 얼마 안 됐지만, 사실 전 고무림시절부터, 2003년부터 이곳에 있었고 무려 2005년에 첫 연재를 했었답니다.(그리고 그건 평균 조회수 400이라는 헐망스러운 결과만 남긴 채 제 기억에도 사라졌지요)
꽤 오랜 기간 이곳에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조용'한 문피아는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도통 반응이 없어요. 대다수의 글을 보면 초 인기작을 제외하고는 추천도 없고, 감상도 없고, 하다못해 '잘보고 갑니다.' 같은 댓글마저 적습니다. 조회수가 과거에 비해 1/3도 안 된다는 건 그냥 덤이구요.
조회수 대비 댓글로 봐도 확실히 과거보다 댓글이 없습니다.
부끄러운 과거입니다만, 2007년인가 연재를 할 때 선작이 1000여개, 조회수는 800~900 정도였습니다만 그 때 당시 평균적으로 댓글이 30~35개 가량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댓글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기껏해야 5~7개 가량이었을 거고요.
하지만 지금으로 보자면, 조회수가 2000이 넘어도 댓글이 20개 넘는 글이 많지 않습니다. 확실히 반응이 없다고 할까요?
거창한 감상이나, 평이나, 흥미진진한 기대를 받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냥 글쓰는 사람도 사람이고, 다른 누군가와 '내 글'이라는 공통 토대를 가지고 대화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대화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인터넷에서 시간 들여가며 연재를 하지요.
만약 스스로가 프로이고, 한 화마다 돈을 받든, 출판을 했든 했다면-물론 댓글이나 감상이 무척이나 소중한 것은 같습니다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피를 토하든, 뭐를 하든 글을 써야 할 겁니다.
하지만 프로가 아니라면, 프로를 바라든, 혹은 단순히 다른 사람과 '소통'이 하고 싶어서든, 연재를 할 때 반응이 없다는 것은(조회수나 인기와 관련없이, 그냥 침묵-혹은 냉정에 가까운 것) 정말이지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저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글을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필 받으면 하루에 2~3만자도 우습게 씁니다만, 이건 컨셉을 막 잡은 초창기나 가능하고 글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1만자 쓰는 건 꼬박 하루가 필요합니다. 만약 이야기가 꼬였다거나, 문제가 생겼다면 하루는 커녕, 한 주는 걸립니다.
근데 문제는 전 유학생이고, 또 외국에서 일하고 있고, 많은 기회비용을 버리고 이곳에 온 것인지라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합니다. 지금의 제 한 시간은, 한국에서 살던 때의 한 시간과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하루 종일, 혹은 하루에 겨우겨우 몇 시간을 내어 글을 써서 인터넷에 연재합니다. 밖에 나가 놀지도 않고, 귀여운 여자아이들과 즐거운 데이트도 거부하고, 술자리도 거부하며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연재를 합니다.
하지만 반응이 없어요.
다시 말하지만 '인기'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인기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요. 애초에 메이져한 소재를 다루는 것도 아니니 인기는 신경도 안씁니다.
그런데 반응이 없어요.
대충 500분이 보시는데, 500분 중 반응을 보이시는 분은 10명이라면, 제 눈엔 그 글을 읽는 분은 고작해야 열 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론적으로, 혹은 도리적으로 "한 명 한 명이 소중합니다^^"라고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소통이 하고 싶어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글로서 꿈을 키우고 싶어서 연재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외국에서 비싼 돈 들여 유학하면서, 또 많은 것을 버려가면서 연재하는 거니까요.
넋두리가 너무나 길어졌습니다만.
그냥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몇 줄 요약.
이곳 문피아에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분들에게 부탁하건대, 댓글을 답시다. 감상을 말하고, 평을 하고, 감사를 표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글에 관해 작가와 '소통'합시다. 그것이 없다면 인터넷 연재는 하등 의미가 없는 일이니까요. 독자분들이 소중히 여기는 그 '이야기'가 사라지고 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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