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84 카리수마
작성
11.11.06 04:06
조회
2,256

제가 장르 문학을 처음 접한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합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책방이란 곳은 만화책 빌릴 때나 가끔 많아야 한달에 한두번 가는 그런 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 집어든 책이 아린이야기였죠. 당시의 제가 그 책을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고양감과 환상은 지금도 아린이야기를 다시 보면 아련히 느껴질만큼 강렬했고 여운이 깊게 남아있습니다.

제가 처음 판타지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만해도 판타지 소설이란건 한 반에 많아야 한둘이 보던 그런 시절이었고 지금보다 더 매니악한 새로 성장하는 그런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이 환상 문학을 접하게 되고 저와 같은 고양감을 누렸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여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또 문학 작품 수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는 대여점 시장이 죽고 있다 그리고 장르 문학 자체가 힘이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한창 잘 나갈 떄는 말그대로 중고등학생이 필이 받아 쓴 소설도 소위말하는 현재의 대박이상을 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을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을 해 봅니다.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에서 무엇 때문에 빠지게 될까요? 가장 큰 환상 문학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환상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환상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몽환적인 환상 속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체험을 하며 열의를 느끼고 또 다시 빠지고 싶은 그런 하나의 매력있는 세계를 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상은 환상 문학이라는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중학교 때 처음 구운몽을 보았을 때(물론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구운몽을 공부하는 건 고역이었죠.), 그리고 처음 소공녀나 보물섬을 읽었을 때, 그리고 지금 제목은 기억나지 않은 아프리카의 모험기까지 그런 것들은 환상 문학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흥분감을 제게 주었고 또 그런 문학을 읽고 싶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소설 또한 그러했습니다.

게다가 환상 문학은 정말로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환상을 좇아 돈을 투자해서 처음과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환상은 없다는 현실입니다. 장담컨대 어지간한 양판소도 환상 문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거대한 충격을 가져다주는 환상을 보여 주리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 그 환상을 좇아 왔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 환상 문학이 아닌 다른 장르에서 환상을 좇게되고, 이곳엔 지금의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나 처음의 환상을 잊지 못하는 사람만 남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는 인구가 적고 한국어를 쓰는 인구는 더 적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활자를 읽는 데 익숙한 이들은 더 적습니다. 게다가 우리 나라 풍토상 환상 문학 독자는 더 적어집니다.

치명적인 환상을 보여주는 많은 것들은 사회초년기에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에 제어되기 마련입니다. 왜냐 하면 공부에 도움이 안되기 떄문이죠. 당장 저만해도 고3인 사촌동생이 판타지 처음 읽으려는데 추천할 거 없냐고 물으면 당장 수능치고 보라는 말부터 입에서 나올테니 말입니다.

비교적 적은 인구, 그리고 소수의 사람만 남은 시장, 거기다가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분위기까지 겹치면 수요 자체가 한정적으로 변합니다. 즉 처음의 강렬한 환상을 보고 오는 수요만이 언제나 고정적이므로 이 고정 수요를 상대로 작품의 흥망이 갈리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상당 수가 폭발적으로 환상 문학을 접할 때는 쉽고 재미있고 누구나가 써도 어지간히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처럼 사회의 일정이상이 환상 문학에 대한 경험이 있고 문학 이외의 다른 매체를 통해 환상을 찾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심지어는 만화보다 판타지에 대한 인식이 더 안 좋은 경우도 종종 봅니다. 차라리 만화를 보라는 식입니다. 공부를 시키려는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시간이 적게 드는 만화가 더 나을 수도 있겠죠.

이러한 사회의 편견과 적은 독자 층에서 감상문이란 건 굉장히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감상문은 환상 문학을 보고 음미할 시간이 있는 계층의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독후감도 숙제로 나와야 간신히 쓰는 상황에서 감상문이라는 벽은 생각보다 높은데다가 당장 내일 숙제가 있고 지금 축구 약속이 있는데 짬을 내서 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위의 모든 문제의 핵심은 독자의 수와 사회의 편견입니다. 독자의 수가 많다면 편견 또한 사라질 것이고 편견이 사라진다면 독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몇 년 전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며 사회에 환상 문학에 대해 크게 홍보되던 시절 그 한계를 뚫지 못하고 소수의 문학으로 남고 말았죠.

만약 지금의 상황을 단번에 호전시킬 절호의 호재가 있다고 한다면 정말 지금의 시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박의 소설이 등장하고 그러면서 그 소설이 교육성까지 있다고 판명되는 경우라 생각합니다. 온 가족이 같이 읽는 환상 체험 그리고 말 장난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존재하기에 그 다음부터는 붙일 수 있는 교육성이란 개념이 있다면 독자의 수는 더욱 불어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소설에서는 물론이고 모든 장르와 매체를 통틀어서 얼마 안됩니다. 그 중에서 당대에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조건을 끼워버리면 안 그래도 없는 것들이 멸종에 가까운 타격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한 번 생각해봅니다. 다시 한 번 역치 이상의 환상을 보여주는 방법입니다. 남아있는 혹은 이미 떠나간 독자들은 어지간한 상상력은 다 맛본 상태입니다. 그것을 넘어서 소비자에게 다시 처음과 유사한 체험을 선사하려면 처음의 어설프고 구멍이 뚫린 상상보다 꽉 짜인 정교한 심상과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은 쓰는 데 시간이 걸리죠.

대중성을 일정이상 포함한 그러면서도 정교한 환상을 보여주는 글을 쓰는 것 이외의 답은 어떤 것인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제가 끌어낸 답은 아쉽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경제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고 복지 역시 성장하는 중입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진 성장 전망이 밝은 상황이고 삶이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하면 취미 활동에 쓰이는 돈 역시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즉 책 값이 비싸도 산다는 말이죠.

15년 전의 월급 200과 지금 월급 200은 그 체감이 확실히 다릅니다. 하지만 현재의 월급 200이 보장된다면 작가를 하려하시는 분은 늘어날 것입니다. 책 값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뛰었습니다. 전자컨텐츠 시장 역시 전체적으로 커지고 있죠.

우리 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려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려면, 지적, 문화적 산물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그 양과 질을 확대해 나가야합니다. 이는 물질의 한계에 따라 오는 필연이며, 생산의 능률이 올라가 점점 기계로 대치되어 가는 조직과 체계에서 남은 인간의 위치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의 격동적인 성장기처럼, 앞으로 우리 나라의 지식 문화 산업이 격동하는데 따라 환상 문학에는 새로운 전기가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저는 물론이고 다른 분들도 역시 시간이 지나서야 '아 그 때가 그런 시기였지'라고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래가 나아진다고 생각한다면 그런한 전기가 반드시 찾아오리란 것이고, 환상 문학이 무언가 시도하기 위해서 그런 기회가 필요하며, 도약을 위해서는 이를 알고 항상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 폭발의 시기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리 세대가 체험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마지막이리라 예상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23세기 이름 모를 학과의 한 교과서에서 21세기 초반 일상사 연구에 대한 예제와 그 추론으로써 활용되는 것이 아닌 이상....

  p.s 새벽에 쓴 글이라 논리적으로 문제점이 되는 곳이나 실수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약- 우리 나라 인구가 적어서 환상 문학 시장이 힘들다.

        극복하려면 교육성+대박소설, 노력 혹은 시간이 필요하다.


Comment ' 5

  • 작성자
    Lv.65 인할라
    작성일
    11.11.06 05:50
    No. 1

    역시 큰 틀에서 바라보는 해결책이라 쉽게 공감은 갑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참.. 시일이 걸리는 일들이라...
    암담한 현실을 더욱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씁쓸하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레프라인
    작성일
    11.11.06 09:48
    No. 2

    혹시 그 아프리카 모험담이 '솔로몬의 동굴' 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카리수마
    작성일
    11.11.06 15:27
    No. 3

    솔로몬의 동굴이었던가.. 어감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제가 잘 생각이 나질 않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Lexio
    작성일
    11.11.06 17:05
    No. 4

    읽다가 드는 생각인데.....

    약간 논점엔 어긋나지만,

    언어영역 4~5등급만 받다가

    판타지소설에 빠진 이후로 언어 1등급을 안착했기에

    수험생에게 있어 취미로 가지는 판타지소설은(야자 끝난 후 자기 전 1~2시간의 판타지소설 읽기 정도)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언어영역 실력도 올려주기에 수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카리수마
    작성일
    11.11.06 18:10
    No. 5

    그런 인식을 가진 분들이 부모님이 되어 환상 문학이 건전한 취미라 생각이 퍼지면 편견은 사라집니다만 현재의 부모님은...(__) 눈물 좀 닦고.. 이 역시 최소 10년의 시간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영상과 사진이 난무하는 미래엔 e북으로 무언가 읽는 것이 강조될지도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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