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0 CatReadi..
작성
11.07.15 22:24
조회
1,174

드라마 [형사 콜롬보]에서 주인공 콜롬보는 항상 말합니다. "실은 제 아내가 어제 이런 말을 했는데..." 그러나 정작 본편 내에서 콜롬보의 아내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3]에서는 비밀무기 [토끼발]이 등장합니다. 이것 때문에 주인공은 고생하죠. 그러나 정작 주인공이 상사에게 [토끼발]이 뭐냐고 묻자 "여기 있다보면 알게 될거야"라고 대답하고 영화가 끝납니다.

이렇듯, 분명 존재하고 분명 작 중에서 의미를 가지는 인물 혹은 물건인데도, [결국 작품 내에서 끝까지 아무런 설명이 없거나 제대로 된 등장이 없이] 지나가는 소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맥거핀]이라고 부릅니다.

[맥거핀]이란 용어는 영화 [싸이코]로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그 이후로 이 용어는 영화계나 소설계를 막론하고 사용되지요.

이러한 맥거핀이 생기는 것에는 크게 두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1.일부러 맥거핀으로 만들었다. 2.깜빡 맥거핀이 되어버렸다.

1번 같은 경우에는, 영화나 소설의 창작자가 일부러 맥거핀을 만든 경우입니다. 형사 콜롬보의 아내처럼, 분명 존재하는 인물(존재는 합니다. 외전에서는 등장도 하니까)인데도 아무런 등장이 없이 지나가도록 연출을 했습니다. 이것은 창작자가 의도한 맥거핀이지요.

2번 같은 경우에는, 영화나 소설의 창작자가 [깜빡하고 설명하거나 등장시키는 것을 잊어버려서] 맥거핀이 되는 경우입니다. 대개 주 스토리에 크게 영향을 못 미치거나, 혹은 소재들이 너무 많아 전부 설명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에 생기지요.

이러한 맥거핀은, 그것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작품의 흥미도를 높여주는 것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무척 재밌는 점인데, 본래대로라면 [작품 내에서 언급이 있었으니 당연히 설명이 들어가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법]이지만, 맥거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설명이나 등장이 없기에] 흥미도를 높여줍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것이 역으로 관심이나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때문]입니다.

작품 내에서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을 하다보면, 자칫 내용이 지루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이러한 맥거핀은 창작자에게도 편하고(설명을 따로 안해도 되니),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끌 수도 있는 것 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맥거핀은 오히려 작품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역할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설이나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모든 일이 명확하게 전부 설명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명확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전부 이해하고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정말로 설명이 필요한 중요한 것인데 맥거핀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맥거핀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적재적소에 딱 맞춰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창작자의 역량입니다.

또, 작품을 보면서 한 번 이러한 맥거핀을 찾아보는 것도 독자나 시청자 같은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한 가지 즐거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Comment ' 14

  • 작성자
    Lv.4 opal
    작성일
    11.07.15 23:26
    No. 1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본문에서 나오는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사람이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에서 히치콕이란 사람의 이름을 빌려 만들었다고 하는 그분이 맞나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CatReadi..
    작성일
    11.07.15 23:40
    No. 2

    제가 말씀하신 해당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영화계에서 보통 말하는 [감독 히치콕]은 알프레드 히치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opal
    작성일
    11.07.15 23:54
    No. 3

    아, 다시 그 책을 읽어 보니 편집장의 소개말에서 히치콕 감독이란 말이 나오네요. 알프레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이라고도 말하고요.(그런데 왜 제목에선 알프레드를 뺀 거지? 제목이 길어서 그런가?) 아무튼 언제나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사소한 질문에 답변해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니고데모
    작성일
    11.07.16 00:03
    No. 4

    동양화로 치면 여백의 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黑月舞
    작성일
    11.07.16 01:11
    No. 5

    여백의 미라기보다는 뻥카라고 해야 할까요.
    무언가 있어보이는 소재로 등장했으면서 끝까지 그 정체를 스리슬쩍 넘겨버리는 느낌입니다. 회수가 안된 훼이크 떡밥같은 것 말입니다.

    맥거핀의 전형적인 예 중 하나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라는 인물입니다. 고도라는 인물을 주구장창 기다리는데 끝까지 고도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아니 심지어 있기는 한건지조차 나오질 않죠.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이 생소하다면 슬레이어즈에 나오는 리나의 언니 같은 캐릭터 역시 일종의 맥거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07.16 02:37
    No. 6

    고도를 기다리며. 어느날 문득 집어들게 되어서, 대체 고도 씨는 언제 나오는걸까 하다가 결국 끝까지 읽고 살짝 허무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다 읽고 보니 고도 씨가 나왔을 경우 오히려 극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맥거핀, 들어보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이런 뜻이었군요. 재밌고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유래향
    작성일
    11.07.16 10:33
    No. 7

    유명한 맥거핀 중 하나로는 게임 워해머의 황제 폐하가 계시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하렌티
    작성일
    11.07.16 12:16
    No. 8

    텔레비젼에서 본 내용인데,
    왜 똑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월충전설
    작성일
    11.07.16 13:55
    No. 9

    음... 드래곤 볼에서도 그런게 있다고 들었는데... 라고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었군요. ㅋ 요번에도 좋은 지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opal
    작성일
    11.07.16 16:34
    No. 10

    해저 2만리에서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 호의 선원들이 지상의 인간들을 혐오하는 이유도 맥거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CatReadi..
    작성일
    11.07.16 18:22
    No. 11

    맥거핀의 정의는 작품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작중에서 한번도 등장 안한것을 맥거핀이라고 할수도 있고, 등장은 했는데 그냥 지나친것을 맥거핀이라고 할수도 있지요.

    해저 2만리의 그 이야기는...개인적으로는 맥거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분명 네모 선장의 과거사는 그의 캐릭터 형성과 스토리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본편에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퓨라이든
    작성일
    11.07.18 03:05
    No. 12

    제가 아는 대표적인 맥거핀은 김전일의 할아버지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6 곰곰우는곰
    작성일
    11.07.18 05:23
    No. 13

    인류의적히어로의 박사의이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SbarH
    작성일
    11.07.19 10:44
    No. 14

    아아...슬레이어즈 리나 언니...라고 한 순간 모든것이 이해됬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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