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
08.11.26 08:19
조회
1,020

아래 ~군/양 호칭논란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끄적입니다.

신소설, 근대소설은 물론이고 80년대까지도 소설에서 자주 쓰인 표현입니다. 70~80년대 청춘소설이 씨리즈로 출간되었는데 거기 보면 19금 표현은 커녕 키스신도 없고, 남녀주인공들끼리 손만 잡고 격식을 갖춰서 ~군/양으로 호칭하며 점잔빼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죠.

그러다가 80년대말~90년대 초반엔가, 만화가 이미라씨가 갑자기 등장해서 "늘 푸른 이야기" 같은 순정만화로 선풍을 몰고 왔었는데, 거기 쓰인 표현이 당시엔 상당히 낯설었죠. 이미라씨의 만화에선 갑자기 여고생들이 같은 남학생들한테 ~씨라는 호칭을 쓰는데, 학생들끼리 쓰는 ~씨 호칭이 너무 어색해 보였다는...

90년대 초중반 대학시절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도 ~군/양은 자주 쓰인 표현입니다. 대학동기끼리나 선후배간엔 그냥 이름만 불렀지만, 교수가 수업시간에 제자를 부를 때나, 학생들끼리도 회의석상에선 격식을 갖춰서 ~군/양을 통용했구요.

그러다가 갑자기 ~양이 여성비하적인 표현이란 인식이 확산되며 그런 표현이 쇠퇴했습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곧잘 쓰인 표현인데, "김양아 커피 좀 타와." 이런 표현에 대해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면서, 쓰지 말자는 사설까지 나올 정도였거든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 직장에선 ~군/양 호칭은 쇠퇴하고 ~씨로 통합되거나 직책이 덧붙여졌죠.

~씨라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더니, 이젠 자연스러워지고, 처음엔 존중으로 쓰이더니, 이제는 직책이 높거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함부로 쓰여서는 안되는 표현으로 뉘앙스가 정착되고...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은 격세지감이 살짝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면 "늘푸른 이야기"는 살짝 과도기적인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 같네요. 여학생들은 물론이고 남학생들도 즐겨 읽던 순정만화였는데, 상당히 독특했죠...ㅎㅎ

ps. 생뚱맞은 덧글...요즘 제가 버닝하고 있는 태규님의 "천의무봉", 노기혁님의 "검황비록" 추천합니다. 그외 선작들도 몇편 더 있지만 성실연재 중이시고, 재미도 있다는...ㅎㅎ


Comment ' 8

  • 작성자
    Lv.65 인할라
    작성일
    08.11.26 08:38
    No. 1

    일제 잔재 잔재...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전 어렸을때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나온 80년대생입니다.
    초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었던 과거 사실을 비추어볼때, 국민들 모두를
    교육시키는 기관의 이름이 국민 학교 라는게 뭐가 문제가 있는지...

    아무리 일제 잔재라 하지만, 잘 모르겠더군요...
    군/양 역시 마찬가지라고 저 역시 느낍니다.
    군/양 자체가 아랫사람에 대한 존칭과 비슷하게 쓰인다고
    생각할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권해야 하는 표현이 아닌가
    하는데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유교관에 따르면 아랫사람에 대한 존칭이 없음을
    생각할때.. 누구누구네 자제 라는것은 너무 가부장적이며
    누구누구네 영애 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일테고 말이죠...

    과거엔 그냥 식솔로 표현되었던 저희 전통표현이 더 낳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아무리 일본식 잔재 라고 하나,

    현대에 들어서, 나이와 관계없이 인정받을수 있는
    젊은이에게 혹은 아랫사람에게 쓸 다른 표현이 없는 한은
    군/양 표현은 필요한 호칭이 아닌가 하더군요..

    군/양 표현의 부당함을 주장하실 분들은
    그 표현은 대체할 것 역시 제시해 주어야 하는것 아닌가 합니다.

    ------------------------------------------------------


    군/양 표현이 일제치하에 들어왔음이 사실이라 했을때
    그들의 저런 표현이 우리 민족성이나 민족을 비하하기 위해
    혹은 문화관을 비틀기 위해서 들어온 표현이 아닌 한은

    타국에서 좋은 문화나 표현을 받아들인것으로 받아들이면
    안될까 합니다.

    타 민족이나 타 문화에 너무나 배타적인 민족주의 역시
    우리나라에 하등 도움되진 않는 다고 봅니다.



    -------------------------------------------



    괜히 다른 논점의 글에 다시 또 호칭문제를
    일으키게 할만한 댓글을 단건 아닌가 해서
    쓰고 나서 좀 머뭇거려 지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08.11.26 08:55
    No. 2

    군/양 표현은 일제시대 직전인 개화기에 들어왔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신소설이라나 뭐라나...한일합방 직전의 소설가들이 도입해서 썼기 때문에 당시 "개화기"로 분류되는 소설에서 제가 곧잘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릴 때 온갖 잡서들을 읽은데다 하도 까마득한 기억이라, 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자신 없긴 한데...호칭이 이래저래 변질되는 걸 보니 저는 그냥 방관자적인 느낌이 되어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송명(松鳴)
    작성일
    08.11.26 09:03
    No. 3

    참...
    참...
    참... 진짜 한담이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08.11.26 09:15
    No. 4

    한담 소재를 갖고 싸워서는 안될 것 같아서 한담으로 다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마젠타 L
    작성일
    08.11.26 09:37
    No. 5

    국민 이라는 것이 그냥 말그대로 국민 즉 '나라의 사람' 뜻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만..
    일본이 황'국'시'민'의 약자로서 국민이라고 명칭을 했기 때문에 일본어의 잔재라 하여 바꾼 것입니다. 국민 자체가 전혀 문제가 없는 단어임에도 일본에서 어렸을 때부터 그걸 머리속에 쑤셔 넣고자 일부러 그 단어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08.11.26 09:46
    No. 6

    검색해 보니깐 마젠타L 님 말씀이 맞네요. 1941년 "황국 신민의 학교"라는 뜻으로 일제가 "국민학교"로 호칭을 바꾼 이래 계속 방치하다가 1996년에야 민족정기 회복 차원에서 "초등학교"로 바꿨다는 얘기...사실 저도 어린 시절 줄곧 "국민학교"라고 해선지 그 단어에 정감이 가곤 했었는데, 진작 바꿨으면 좋았을 뻔했네요. 아쉽게도, 초등학교라는 단어는 제가 그 시절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하고, 국민학교라는 단어는 일제 잔재 같아서 언짢고...일찍 좀 바꾸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별가別歌
    작성일
    08.11.26 10:35
    No. 7

    이에 대해서는 제가 집에 가서 나름의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아, 혹시 지금 이 댓글을 보시고 "당신은 뭔데 나름의 답변임?ㅋ"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 몰라 잠시 말씀드리자면.
    ...원치는 않지만 어쩌다보니 어문학부로 떨어진 대학생입니다. 현재 공익근무를 하고 있으며, 근무가 끝나는대로 국어국문학부에 몸담게 될 예정입니다[털썩] 그닥 성실한 학생은 아닌, 날림이라 강의 내용 중 얻은 것은 거의 없지만, 다행히도 제가 1년간 어문학부로 있으면서 배운 교과서들 중에 ‘군/양’에 대한 설명이 분명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교과서가 남아 있다는 전제 하에) 올려드리지요. 넵.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회색물감
    작성일
    08.11.26 13:15
    No. 8

    일재잔재인지 어쩐지는 모르겠만 그렇게 말하면, 신문, 방송 같은 일본식 한자어는 어쩔 것인지요...; 따로 대체할 말이 없어서 그대로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군/양도 90년대 초반까지 쓰였던 호칭이고 보면, 그냥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네요. 따로 대체할 말이 없는 경우에는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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