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군/양 호칭논란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끄적입니다.
신소설, 근대소설은 물론이고 80년대까지도 소설에서 자주 쓰인 표현입니다. 70~80년대 청춘소설이 씨리즈로 출간되었는데 거기 보면 19금 표현은 커녕 키스신도 없고, 남녀주인공들끼리 손만 잡고 격식을 갖춰서 ~군/양으로 호칭하며 점잔빼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죠.
그러다가 80년대말~90년대 초반엔가, 만화가 이미라씨가 갑자기 등장해서 "늘 푸른 이야기" 같은 순정만화로 선풍을 몰고 왔었는데, 거기 쓰인 표현이 당시엔 상당히 낯설었죠. 이미라씨의 만화에선 갑자기 여고생들이 같은 남학생들한테 ~씨라는 호칭을 쓰는데, 학생들끼리 쓰는 ~씨 호칭이 너무 어색해 보였다는...
90년대 초중반 대학시절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도 ~군/양은 자주 쓰인 표현입니다. 대학동기끼리나 선후배간엔 그냥 이름만 불렀지만, 교수가 수업시간에 제자를 부를 때나, 학생들끼리도 회의석상에선 격식을 갖춰서 ~군/양을 통용했구요.
그러다가 갑자기 ~양이 여성비하적인 표현이란 인식이 확산되며 그런 표현이 쇠퇴했습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곧잘 쓰인 표현인데, "김양아 커피 좀 타와." 이런 표현에 대해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면서, 쓰지 말자는 사설까지 나올 정도였거든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 직장에선 ~군/양 호칭은 쇠퇴하고 ~씨로 통합되거나 직책이 덧붙여졌죠.
~씨라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더니, 이젠 자연스러워지고, 처음엔 존중으로 쓰이더니, 이제는 직책이 높거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함부로 쓰여서는 안되는 표현으로 뉘앙스가 정착되고...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은 격세지감이 살짝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면 "늘푸른 이야기"는 살짝 과도기적인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 같네요. 여학생들은 물론이고 남학생들도 즐겨 읽던 순정만화였는데, 상당히 독특했죠...ㅎㅎ
ps. 생뚱맞은 덧글...요즘 제가 버닝하고 있는 태규님의 "천의무봉", 노기혁님의 "검황비록" 추천합니다. 그외 선작들도 몇편 더 있지만 성실연재 중이시고, 재미도 있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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