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지 않는 달의 대륙, 가야.
소녀를 알아차림으로서 신의 분노를 받은 남 대륙.
땅은 갈라지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해졌다.
신의 힘은 사라지고 오직 인간이 남은 그곳에 태어난 성녀.
달의 존재에 의해 ‘귀족’이 되어버린 이들과
그러한 귀족을 지배할 수 있는 제왕 ‘이르카’.
그리고 그 제왕의 유일무이한 신부, 레이나.
악마, 천사의 심장을 꿰뚫다.
이윽고 현재는 사라지고 과거가 도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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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홀이, 말로 듣자하니 황궁에서도 제일가는 연회장이라는 이곳의 크기가 도무지 가늠되지 않았다. 그런 홀을 길게 늘어설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 눈이 돌아가고 역시나 붉은 카펫에 현혹되어버린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영롱한 빛깔을 낼 수가 있을까. 그러한 짜임으로 지은 옷이니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겠지.
카펫의 붉은 색이 와인의 그것인양 취해버린 듯 중간쯤 도달했던 알레이나의 걸음이 휘청거렸다. 바짝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한 번 휘청거린 상태였고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멈칫거렸으나 그 누구하나 웃는 이가 없었다.
그저 빤히 소녀를 바라 볼 뿐 어떤 누구도 웃지 않았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겨우 카펫의 끝에 도달하고 높다란 단상 앞에 섰을 때 보인 것은 텅 비어있는 수수한 옥좌였다. 멍하니 고개를 들어 올리고 보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온 아르반은 옥좌보다 한 자리 낮은 곳에 있는 화려한 의자를 가리켰다.
“모든 이의 기적이 되어 주십시오.”
그러나 모든 것이 고아하고 수수한 이 공간에 오직 소녀를 위한 단상만이 도리어 초라해 보였다. 뚝 떨어진 섬처럼 보석으로 치장된 의자로 치맛자락 들락거리며 걸음을 옮기자 지금껏 잘 가려져 있던 발목이 조금 드러났다.
과일 향처럼 달콤한 인간의 향이 흐른다.
돌연 붉은 눈빛들이 안광을 보였으나 그것은 찰나였을 뿐.
단상 위 의자에 앉은 알레이나의 면포가 흔들리고 머리카락마저 꽁꽁 싸맨 금발 머리카락 한 올이 어디선가 흘러내렸다. 바닥에 자리 잡은 머리카락은 단상과 녹아들듯 모습을 감추었고 그와 동시에 그들이 일렬하며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그 이름 그대로, 알레이나의 영광을.”
“메마른 대지에 단비를.”
“죽어가는 자에게 생명을.”
더없는 부담감에 두 주먹을 꽉 쥔 알레이나는 눈을 감았다. 그 옛날 태양신의 신벌로 인해 비가 내리지 않는 대륙은 단 한가지의 방법으로만 비를 내릴 수가 있었다. 이름 그대로의 영광. 비를 내리는 자, 하늘의 구름을 지칭하는 꽃 ‘레이나 ’만이 이 마른 대지에 축복과도 같은 단비를 내릴 수 있다.
혹여 그 생명 다하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혹은 죽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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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로맨스에서 연재중에 있습니다! 어느새 글이 잘 올라오지 않는 불모지로 변해가는 곳이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로맨스란에서 함께해주시고 계십니다. 특색과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의껏 함께 하오니 부디 로맨스란도 함께해주세요!
이 자리 빌어 로맨스란에 함께 하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기를!
겨울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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