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문장의 함정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
15.09.04 19:55
조회
774

 


글을 쓰고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작가들은 글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고는 한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작가들이 갑자기 큰 인기를 끌었을 때 그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과분한 칭찬으로 인해, 때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악플로 인해.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원래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 것처럼 1등도 해 본 사람이 잘 하는 거야!” 
글이 무너져 가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선배님께서는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그럼 전 어떡해야 하나요?”
“그냥 써! 넌 지금 말해줘도 몰라! 망하고 나서 찾아와”
“…….”
그리고 난 글이 산으로 갔다가, 바다로 가고, 때로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다 결국엔 연중을 하고 말았다.
과분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하고 비축분이 없었고, 독자들의 댓글에 휘둘렸다.
“악플은 신경 쓰지 마. 연재를 시작한 작가는 그냥 숫자만 보면 된다. 넌 숫자로 이미 네 글이 재미있다는 걸 증명했잖아!”
또 다른 선배님께서 조언을 해주셨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런 댓글도 없는 무플 보다는 욕이라도 좋으니 댓글이 달리는 인기 있는 글이 낫다고 하셨지만, 욕은 아무리 먹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망하고 나서 핵직구 선배님을 찾아갔다.
“저 망했습니다. 제가 뭔가 문제였는지 말씀해주세요.”
“넌 글을 잘 쓰려고 해서 망했다.”
“네? 그게 무슨 이상한 말씀이세요.…….”
“진짜 좋은 글은 작가의 무의식속에서 나오는 거다. 그리고 넌 처음 글을 썼을 때는 그저 글을 쓰는 즐거움으로 글을 썼는데, 뜻하지 않은 인기를 얻고선 글을 잘 쓰겠다는 건방을 떨었지.”
“……?!”
“한글 프로그램 없으면 한글도 잘 모르는 놈이 문장에 힘이 들어가고 꾸며내려 했잖아. 형이 얘기했지. 문장은 쓰다보면 느니깐 신경 쓰지 말라고!”
“거야 저도 형처럼 이왕 표현하는 거 좀 멋있게 써보려고 한 거죠.”
“그러니깐 망한 거야. 고작 글 쓴지 1년 된 놈이 10년 된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려고 했으니깐.”
“…….”
또 잘난 체였다.
“게다가 넌 문장의 함정도 모자라 개연성에 발목 잡혀 설정충이 되어갔잖아.”
“그거야 자꾸 독자들이 말이 안 된다고 뭐라고 하니깐…….”
“원래 현실은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은데, 오히려 픽션을 쓰는 소설에서는 더 말이 되게 쓰려 하는 이상한 놈들이 있지. 그게 너야!”
“그래도 설명을 해줘야…….”
“이미 네가 장르소설을 쓰는 것과 동시에 네 글을 읽는 독자와는 암묵적인 합의를 이룬 상태다.”
“네?”
“판타지에서는 마법을 배우면 하늘을 날수도 있지? 그건 말이 되냐?”
“그거야 판타지이니깐.”
“그래. 그거야! 나가봐 게임해야 돼!”
장난하나?
기껏 조언을 구하려 왔더니 나가보라니.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런데 이어진 선배의 말은 내 입을 다물게 했다.
“네 글이 재미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넌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문장을 잘 쓰는 작가들은 이 바닥에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작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넌 재미있게 글을 썼으면서 다른 곳에 한눈을 팔았잖아. 그리고 정작 매번 조언을 구하면서도 이미 눈과 귀를 닫고 있었지.”


Comment ' 28

  • 작성자
    Lv.21 란돌2세
    작성일
    15.09.04 20:06
    No. 1

    뭔가 가슴이 서늘해 지는 글이네요.
    저는 아직 작가도 아니고 이제 막 글을쓰기 시작한 초보면서, 인기가 있는것도 아니지만, 지금 조금이라도 필력을 높이고 싶다고 발악을 하고있는 중이었거든요...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9.04 20:51
    No. 2

    제가 란돌님께 드리고자 했던 말입니다. 저 분이 장르 소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해 주신 것 같습니다. 장르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현실성, 개연성, 필력 이런 것보다 쓰는 작가가 즐겁고, 보는 독자가 즐겁다. 이게 제일 중요한 겁니다. 글을 보여주는 것은 누군가 내 글을 봐주고 내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서 입니다. 그런데 독자가 만족하고 불만도 표하지 않는데, 비평을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까? 란돌2세님이 비평 요청하신 것은 자신의 글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감정 때문일 겁니다. 그건 글을 잘 써나가는 필력이기도 합니다. 필력은 조언해준다고 해서 깊이 와닿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문제점을 깨닫고 고쳐나가는 것이 가장 유효한 수단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0
    No. 3

    전 한동안 무슨 소리인지 고민을 했다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9.04 23:39
    No. 4

    피카대장님이 쓰신 글에 나오는 조언가분이 좋은 말씀해주셨다는 말입니다. 장르 소설을 쓰는 작가가 명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다만 저것이 지나쳐서 독자와의 의사소통을 거부하게 되는 것과 반대로 독자와의 연결고리를 너무 엮어서 작가의 세계관이 무너져 버리지 않게 조율을 해야 한다는 중요하다는 점이 빠진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시문아
    작성일
    15.09.04 20:22
    No. 5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0
    No. 6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돈트스탑
    작성일
    15.09.04 20:25
    No. 7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깨닫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0
    No. 8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은금
    작성일
    15.09.04 20:25
    No. 9

    억지로 문장에 힘주면, 망하기 쉽상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1
    No. 10

    그러니깐요. 근데 그걸 알면서도 그러기 쉽지 않다는게 함정이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한걸음(守)
    작성일
    15.09.04 20:33
    No. 11

    이런 글 계속 쓰시던데 뭔가 흡입력이 있네요. 이걸 글로 쓰실 생각은???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1
    No. 12

    일단 모아두고는 있습니다만....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뇌운(雷雲)
    작성일
    15.09.04 20:40
    No. 13

    이걸로 글 쓰시면 대박날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1
    No. 1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Unveil
    작성일
    15.09.04 20:41
    No. 15

    설정 잘 잡는 거랑 개연성은 아주 다른 이야긴데요;;;;;;?????? 설정은 날림으로 잡아도 되지만 개연성은 소설의 기초적인 요소입니다.

    현실에서 날아다니는 사람없다고해서 판타지소설에서 사람이 나는 이유를 설명해야지 개연성이 아니고요. 날아다닐 수 있고 언제든지 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이 위기에 닥쳤을 때 안 날아가고 허무하게 죽는 게 개연성 부족입니다.... 독자 : '쟤 날수 있는데 왜 안날죠?' 작가 : 그러게요?;;

    이렇게 되면 안된다는 거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2
    No. 16

    물론입니다. 개연성에 구멍이 나는 소설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글세포
    작성일
    15.09.04 20:46
    No. 17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2
    No. 18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태양진
    작성일
    15.09.04 21:04
    No. 19

    정말 죽이네요! 가슴이 와닿는게 많네요!^^ 많은 깨달음 얻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일
    15.09.04 21:42
    No. 20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풍류랑.
    작성일
    15.09.04 21:50
    No. 21

    저분 최소 프로게이머.
    ㅋㅋ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패스트
    작성일
    15.09.04 22:15
    No. 22
  • 답글
    작성자
    Lv.28 임피던스
    작성일
    15.09.04 22:35
    No. 23
  • 작성자
    Lv.49 슈비.
    작성일
    15.09.04 22:42
    No. 24

    연재한담 전속작가의 연재를 보는기분. 소설계의 바쿠만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킨나이프
    작성일
    15.09.04 23:16
    No. 25

    자기 소설안에서 잘 놀아야지요. 바쿠만...그리 재미없었던/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스노윙
    작성일
    15.09.05 08:31
    No. 26

    아 정말 재밌네요 ㅋㅋ 시리즈물로 다 읽고 왔어요. 계속 연재해주미션 감사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아그다그
    작성일
    15.09.05 23:50
    No. 27

    트리플a 정말 재밋게 보고잇습니다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cry크라이
    작성일
    15.09.06 09:29
    No. 28

    소설판 바쿠만...?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연재한담에서 읽었던 글인데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장르소설은 현실감보다는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개연성과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의 설정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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