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오래 쓰다보면 참으로 여러 종류의 덧글을 보게 됩니다.
칭찬하는 덧글도 있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덧글도 있고, 실망감이나 불만을 토로하는 덧글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완결한 글에 이런 덧글이 달렸습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인공 행동이 마음에 안든다.
진심으로 수정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 글은 딱 여기까지인 것 같다. 내용이나 설정이 참...
저 덧글은 악플이 아닙니다.
전 저 덧글을 내 서재 덧글창에서 본 뒤 저 덧글들이 어떤 화에 달렸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화를 한 번 정독한 뒤 다른 분들 반응은 어땠는지를 살펴보았고, 저 분은 왜 저렇게 생각하셨을지에 대해 고려해보았습니다.
결론을 얻은 뒤엔 머리에는 남기고 마음에서는 지워버렸습니다.
- 노파심에 말하지만 무시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 덧글이 만약 더 강한 어조나 욕설로 포장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전 우선 그 덧글을 악플이라 생각하고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을 겁니다.
나중에 좀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는 왜 그런 덧글이 달렸을까를 고려해보긴 하겠지만, 그 고려가 위의 상황과는 꽤 다른 형태가 되었을 공산이 크겠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예의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그 기본적인 예의는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죠.
한담에 악플 논란이 있을 때마다 ‘까는 것도 애정이 있어서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 애정이 있어서 까는 것이라면 기본적인 예의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글쓴이가 글을 수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고요.
글을 올린 순간 타인의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욕설이나 수모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농구를 참 좋아해서 매일 같이 농구를 합니다.
그런데 뭔가 많이 어설픕니다.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이 슛 폼이나 잘못된 점에 대해 지적을 해줍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지나가다가 보더니 빈정거리며 욕설을 합니다. 그 따위로 할 거면 농구하지 말라면서 폭언도 개의치 않습니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나쁩니다. 아니, 일반적인 경우로 생각한다면 대부분 저렇게 폭언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 정신병자로 취급할 겁니다.
근래 덧글 논란을 보고 난 뒤 이런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오늘 덧글을 보고 나서 짧게나마 써보았습니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오늘 제 글에 달린 저 덧글에 저는 불만이 없습니다. 악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왜 저런 덧글이 달렸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숙고했습니다.
서로 기본적인 예의만 지킨다면 글쓰는 이와 읽는 이 양쪽 모두 훨씬 더 즐거운 하루하루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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