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4.02.25 20:32
조회
3,340

다운로드 (1).jpg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란 게 있습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수요자의 입맛에만 맞추다보니 해외 시장의 요구와는 크게 멀어져버린 일본 전자업계를 진단한 용어라고 하더군요.


얼마전에는 정담에서도 

‘최근의 재패니메이션도 결국 심각한 갈라파고스화에 빠져 있다.’

는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오타쿠’라고 불리는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기획하다보니, 평범한 사람들은 다가서기 힘든 작품들이 늘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런 상태에 빠져있는 건 우리 판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오늘의 베스트]에서도 ~귀환, ~귀환, ~귀환... 이렇게 특정 장르의 작품들이 연달아 금, 은, 동을 마크한 적도 있었죠.


근 몇년 동안 판무 작품을 거의 읽지 않은 탓에 확언할 수는 없지만, 최근 판무 시장은 특히나 유행에 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툭하면 ~물, ~물... 하나 유행하면 봇물 터진 듯 비슷한 설정과 플롯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 현상을 보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가지 방향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고도의 ‘대리만족’ 지향. 

물론 대중 문학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비해 더욱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그런 성격을 드러내는 추세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능력을 얻어야 하는 당위성과 능력을 얻기까지의 과정에 상당 지분을 할애하며 독자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했다면, 최근에는 ‘다 귀찮고, 그냥 강한 힘!’ 이란 느낌입니다.


...

시작부터 다른 세계의 강한 힘을 가지고 등장한다 (귀환, 이계진입)

엄청난 힘(정보, 지식)을 가지고 시작한다 (회귀, 환생)

뭔지 모르지만 엄청나다. (게임능력치)

세상이 바뀌니 인생역전 (몬스터 헌트)

munchapoc.JPG

...


거기에 더해 주인공의 배경과 성격은 더더욱 독자에게 밀착해 있습니다. 복수를 꿈꾸는 멸문의 후손, 구원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용자, 집단을 짊어져야 하는 엘리트... 

이런 과거의  주인공들은 낡고 뻔한 대상으로 외면받습니다. 

이제는 현대인을 그대로 닮은, 아니 평범한 현대의 소시민 그 자체가 주인공입니다. 그냥 갑자기 그에게 막강한 힘이 주어졌을 뿐입니다.


‘만약 나한테 힘, 돈, 여자가 생긴다면...’

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죠.

기획의도가 빤히 보인달까요?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저는 장르소설의 가치는 ‘재미’ 그 자체이며, 거기에 특별한 성찰과 삶의 의미, 교훈 따위는 ‘굳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작가부터 그런 요소를 좋아한다면, 그렇게 쓰는 게 맞습니다.

독자들이 그런 요소를 바란다면,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판무시장은 계속 축소되어가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춰서 진화하는 게 필연이겠죠.


하지만 진화는 발전이 아닙니다.

특정한 먹이에 맞춰 진화한 팬더나 코알라가 먹이인 대숲이나 유칼리투스 숲이 축소되면서 함께 멸종의 위기에 처한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다운로드.jpg

남들은 못 먹는 걸 나는 먹을 수 있지.

단지 남들이 먹을 수 있는 걸 못 먹을 뿐.


지금 구매력을 가진 특정 독자층의 구미에만 맞춰 특화된 작품들은 결국 더 넓은 잠재 구매층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거죠.


‘요새 판무 읽을 거 없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지만, 재밌는 게 어딨냐, 요새?’

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결국 장르 소설에 미련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요.


제목_없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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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독자들이 계속 이탈이 늘면, 작가가 놀 연못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 취향이 언제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물론 팬더나 코알라와는 달리 ‘글’은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미 ‘장르 소설이 다 그렇지’ 하며, 고개를 돌린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오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해결책이 되어 줄 거라는 기대를 받았던 것이 ‘인터넷 유료 연재’입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종이책에 비해 적기 때문에, 다양한 작가들이 실험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들을 내놓고, 그것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죠. 물론, 애초부터 풍부한 구매층에 영합(나쁜 뜻 아닙니다.)한 작품들 보다는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적겠지만요. 


그런 작가와 작품이야말로 저물어가는 판무 시장이 품고 있는 희망의 불씨 아닐까요?


요즘 플래티넘의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물론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문제고,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그게 ‘진입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기작만 [플래티넘]에 들 수 있다!


이런 규제는 결국 다수층에게 어필하는 작품군만 가치가 있다는 주장과 다를 게 없는 것 아닐까요?


오히려 비인기작들이 그대로 무너져버리지 않게 붙들어 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인기작에 한해 [골드] 가격을 할인해준다든지 (‘그냥 분량 2배로 해라’ 할 수도 있지만, 할인이라는 뉘앙스가 주는 기분적 요소, 혜택을 보고 있다는 실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하다못해 특정 조회수 이하의 작품은 ‘무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정도라도요.


물론 불성실한 연재 작가에 대한 규제와 거기에 따른 독자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는 대책도 서둘러야겠죠.



Comment ' 15

  • 작성자
    Lv.14 KaleidoS..
    작성일
    14.02.25 20:40
    No. 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안양산형
    작성일
    14.02.25 20:51
    No. 2

    그런데 오히려 범람하는 일편적인 이야기들 때문에 반사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취향이라는게 쉬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서 적당히 항상 '정통판타지' 혹은 그 비슷한 것에 대한 수요는 있습니다. 해서 그런 타겟층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풀어낼 수 있다면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죠. 요는 시장을 주도하는 주류 입맛만 쫓기 보다 자기가 쓰고 싶고 잘 쓸 수 있는 것을 찾아 맛있게 요리하는 것이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진다래
    작성일
    14.02.25 20:53
    No. 3

    좋은 글인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나범
    작성일
    14.02.25 20:58
    No. 4

    실제 국내 이북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소설이 19급 로멘스 소설들이라더군요. 주요 독자층은 성인 여성분들이구요.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게 말씀하신 그런 양산형 판타지 소설들이라고 합니다. ... 즉 아직은 수요가 있다는 소리 같습니다. 그래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여루별
    작성일
    14.02.25 22:15
    No. 5

    장르 구분이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이런 작품이 있고, 그런 작품이 있을뿐이죠, 요즘은 자기가 원하는 작품은 찾아 보면 쉽게 읽을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건 판타지장르를 굳이 따지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고, 플레티넘은 생각해 봐야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 이것도 장사니 이득이 없으면 안되겠죠 어젯거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홍백
    작성일
    14.02.25 23:12
    No. 6

    대책이 필요합니다. 대책이...하지만 앱 만드는 데에만 한 세월인데, 대책은 아마도 안 나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c61
    작성일
    14.02.25 23:22
    No. 7

    공감이 가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부정
    작성일
    14.02.25 23:54
    No. 8

    공감가면서도 코알라 귀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버럭s
    작성일
    14.02.26 01:05
    No. 9

    문화가 사업인이상은 변화가힘들다고봅니다
    변화기동안의손실을 떠안아야하는데
    누가할것이며 안한다고 누가손가락질할자격이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2.26 10:12
    No. 10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시뮨
    작성일
    14.02.26 11:11
    No. 11

    문피아에서 처음 글을 보고 댓글을 다네요.
    시장이 변하길 바라는 것보다 작품이 다양해지길 원하시는 것 같네요..
    사실 지극히 공감하지만 한편으로 비슷한 부류의 소설도 변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2000년 초 중반엔 이계진입판타지가 인기를 얻으며 소위 말하는 '돈'이 되자 모두가 비슷한 글 다른 스토리를 모방했죠.
    이후엔 게임판타지가 강세 였고. 지금은 몬스터헌팅이 주를 이루는 현대판타지가 뜨고 있는 추세죠.
    결국엔 시간이 흐르면 대중 문화의 성숙도도 늘겠지만 여전히 흥행하는 장르의 모방은 계속될 겁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2.26 12:50
    No. 12

    예전에 금강불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힘에대한당위성으로 시작해서 힘에 대한 당위성으로 끝나는 글이지요.
    상당히 재미있는 글이 었지요.다시한번보고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에는 당위성을 잘쓰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xxx가 주었다.혹은 XXX해서 얻었다.
    이게뭔 먼닭치는 소리입니까?
    적어도 XXX가 XXX해서 XXX를 왜 얻고 에대한 이야기는 좀 제대로 해야 되는것아닙니까?
    아무리 먼닭물이라 해도 그 이아기의 핵심이 되는 먼치킨의 힘에 관한이야기 인데
    너무대충 하는것아닙니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9 부정
    작성일
    14.02.26 15:25
    No. 13

    그 작품 저도 좋아합니다. 무협다웠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2.26 23:07
    No. 14

    시간이 없어서 끊은 것 마무리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결국,말하자면,힘에대한 당위성도 좀제대로 써주십사하는 글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철학도
    작성일
    14.02.27 07:10
    No. 15

    힘에 대한 당위성을 다룬 건 조자건이 나오는 태극문이 갑인 듯ㅎㅎ 그런 무협도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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