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서버에서 멀쩡하게 게임을 즐기던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 강희성.
“서, 선배. 부탁이 있어요!”
“……뭔데?”
발랄했다가 조곤조곤해지고, 수줍어했다가 갑자기 박력이 넘치는 그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며 강희성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황윤성 말대로 이게 연기면 얘는 진짜 여우주연상 감이겠는데. 아니, 연기가 아니더라도 이건 참…….’
그러거나 말거나 김예빈은 그 박력 그대로 일방 선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지,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되니까…… 레드 페어리 서버로 와 주세요! 이전비는 제가 댈게요!”
“어…… 그러니까 그건…….”
분명 어제 메신저로 거절한 적이 있는 말이었다.
“저도 알아요, 저격수가 오면 힘든 거! 그렇지만 저, 저, 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더듬는 김예빈. 강희성은 순간 불길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나오는 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배가 너무너무 좋아서 사귀고 싶다구요! 지원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Part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中-
여자에 낚여서 서버 이전을 했으나,
그곳은 상시 PK서버에 초대형 길드가 거의 모든 필드를 독점한 곳이었다!
게다가 이 서버는 한 번 이전하면 나갈 수도 없는 곳!
“허윽!”
예상대로였다. 제대로 박힌 화살 한 방에 40레벨대 자객은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사망 처리가 되어 강제 로그아웃이 진행되는 찰나에, 페르마타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낄낄댔다.
“등신 새끼, 40레벨대한테 따이니까 좋냐?”
“뭔 개소리야? 강제 로그아웃 되고 있는 주…….”
강희성의 말은 미처 끝을 맺지 못했다.
퍼억! 하고, 뒤통수에 묵직한 충격이 오면서 자세가 무너졌다.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강제 로그아웃되며, 사망 패널티로 30분 동안 접속하실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뜨는 아이디는, 다름아닌 맨 처음 자신에게 화살을 쏘았던 저격수의 것이었다.ㄷ
‘아차!’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 또한 시야가 흐릿해지며 강제 로그아웃이 시작되었다.
로그아웃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비웃어대는 목소리에, 강희성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입에 달고 산다는 한 마디를 씹던 껌처럼 뱉어냈다.
“씨발…….”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셈이었다. 본의이던 아니던 간에.
-Part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中-
기왕에 온 것, 어떻게든 제대로 게임을 하려 하지만
주변 환경이 그걸 용납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접자니, 피땀 맺힌 아이템과 고심해서 만든 캐릭터가 운다.
“이거 별난 놈이네……. 우리 길드도 모르면서 레드페어리로 무작정 왔다고? 하하…….”
“무슨 의미냐?”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 다소 부아가 난 강희성이 묻자, 그가 킬킬댔다.
“궁금하면 직접 검색해 보던가. ……맞아, 그럼 나에 대해서도 하나도 모르겠네?”
“그래, 몰라. 방금 직접 말해준 것 말곤.”
“…….”
당당하게 말하자 이번에는 오히려 현시언 쪽에서 할 말을 잃었다.
강희성은 길드를 비롯한 세력놀음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PK서버로 넘어오면서 메타스의 충고를 듣긴 했지만, 그저 게임하기 조금 편한 뒷받침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한참을 말이 없던 현시언이 별안간 눈앞에서 사라졌다. 은신한 것을 알아차린 강희성이 활을 움켜쥐는 순간 뒤통수로 날붙이의 싸늘한 느낌이 지나갔다. 이어서 헉 소리가 미처 나오기도 전에 온 몸이 전기가 오른 듯 저릿해졌다. 뭔가가 전신의 근육을 붙잡고 늘어지는 듯한 이상 증세에 강희성은 그 자리에 못박힌 듯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모르면 검색을 해봐, 짜샤!”
[상태이상 ‘마비’에 걸리셨습니다. 7초간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경고 음성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현시언은 다시 아까의 그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생명력 게이지는 다시 1%를 남겨 놓고 있었다. 진심으로 죽일 생각은 아니었던 듯했다.
“그럼 난 간다. 행여나 뒷통수 때릴 생각은 하지도 말고.”
비록 가상현실의 캐릭터였지만, 강희성은 순간 현시언의 눈빛에서 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만약 화살을 날린다면, 아니, 활을 겨누기만 해도 현시언은 망설임 없이 자신을 죽일 것이다.
어째선지 몰라도 강희성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무자비하면서도 유쾌한, 모순적인 모습에 등골이 서늘했다.
-Part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과 현시언 中-
PK서버라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제대로, 사람답게 게임하고 싶은,
그래서 불야성을 쓰러뜨리고자 결심한,
사냥유저[였던] 강희성의 이야기.
가볍고 편안한 게임소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http://blog.munpia.com/asiia0626/novel/8138
Comment ' 3